정치/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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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현장스케치] 헌법학자들이 보는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청구와 헌법적 자유 토론회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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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들이 보는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청구와 헌법적 자유


○일시: 2013년 11월 26일 오전 10시-오후 12시

○장소: 경실련 강당

○사회: 채원호 교수(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

○발제: 한상희 교수(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토론: 김종철 교수(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태호 교수(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진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황도수 교수(건국대학교 법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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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 정부에 의해 제기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청구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서 제소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진보와 보수의 균열을 더욱 깊게 하였다. 경실련에서는 이 문제의 논의에서 진영 논리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고, 법질서의 근간이 되는 헌법이 정당활동의 자유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나 돌아보기 위하여 ‘헌법학자들이 보는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청구와 헌법적 자유’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발제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정당강제해산제도의 사상적 배경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하나는 독일의 경우와 같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전체주의와 같은 사상과 세력을 미리 예방하는 용도로 위헌정당해산제도를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별칭 베니스위원회)가 천명하였듯이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원주의에 두면서, 다원성의 보장으로서 정당 보호라는 맥락에서 위헌정당해산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한 교수는 전자와 같은 ‘전투적 민주주의’는 한국의 현실에서 제한적인 의미밖에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베니스위원회의 위헌정당해산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헌정당해산제도는 그 통제대상을 기준으로 할 때 정당의 활동만을 이유로 하는 경우와 활동뿐 아니라 목적도 더불어 고려하는 경우로 대별된다. 한 교수는 정당의 활동이 아니라 목적이나 강령만을 이유로 정당해산의 결정을 하는 것은 다원주의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의 실현에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목적을 정당해산제도의 통제대상에 포함하는 경우에도, 단지 추상적인 목적만으로는 부족하며, 그러한 목적이 최소한 구체적 활동과의 연관 속에서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어떠한 정당을 위헌정당으로 선언하기 위해서는 1)민주적 기본질서나 헌법질서를 파괴하거나 국토의 완전성 등을 침해하고자 하는 항시적이고도 확정적인 목적을 가져야 하며, 2)이러한 목적이 정당이 수립한 확정된 계획에 의해 3)정치행위로 명백히 표출되어야 하며 4)이러한 점들이 높은 수준의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 정부가 제시한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이라는 근거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한 교수의 결론이었다. 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나 ‘민중주권주의’를 위헌 근거로 제시한 것은 그 사상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또한 이를 구체화하는 47개의 세부강령은 현행 헌법과 대립하거나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의 목적이 아닌 활동 면에서 정부의 진보당 위헌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이석기와 소위 RO의 내란음모 혐의인데 이는 현재 재판 중인 사안으로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증명된다 하더라도 이석기나 일부 조직원들의 행동을 정당 전체의 행위로 볼 수 있는가는 별개 문제라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이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종철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 교수의 발제에 동감하면서, 보완하는 차원에서 베니스위원회의 정당해산 가이드라인을 좀더 자세히 소개하였다. 정당의 금지나 강제해산은 민주적 헌정질서의 전복을 기도하면서 그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 사용을 지지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또한 정당의 활동과 개별 당원의 활동은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하며, 정당의 금지나 해산은 판결 이전에 제소 단계부터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베니스위원회 가이드라인의 골자이다.

김 교수는 베니스위원회의 지침이 우리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며 헌법은 정당 보호에 대하여 더욱 강력한 가치를 담고 있으므로 이 지침이 마땅히 공준으로써 수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청구에서는 청구 과정과 헌법 해석 모두 이 공준에 비추어 볼 때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정태호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민주주의를 특정한 정치•경제 이념과 동일시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위헌이라 주장하는 진보당의 강령은 현실 민주주의에 대한 반성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일을 향한 여정에서 남한 체제의 이러한 경직성이 북한과의 협력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남한 체제 내부의 건강함이라는 면에서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적이다. 진보당과 같은 극단적 소수 정당은 집권을 위해 되도록 다수를 포용해야 하는 거대 국민정당들이 소홀하기 쉬운 소수의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고 그들을 제도정치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정 교수는 통합진보당 정도도 포용하지 못하는 체제가 과연 얼마나 다양한 소수의 욕구와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차진아 교수는 다소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차 교수는 이번 정당해산청구 과정을 정치적 관점보다는 법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정당해산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을 법적으로 증명하고 판단하는 것이 실질적 문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진보당 해산청구를 정부의 야당탄압이라는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정부가 정당해산청구 전문에 제시한 구체적 혐의 내용들이 얼마나, 어떻게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지, 그리고 이를 반박하는 진보당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었다. 

마지막 토론자인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전투적 민주주의’는 정치적 주장에 대해 국민들의 판단과 선택을 기다리지 않고 다수가 소수에게 법적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반민주주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위헌정당강제해산제도는 필요악으로서 예외적으로만 적용되어야 하며, 실체도 불분명한 ‘종북’이 두려워 이러한 제도를 남용하는 현재의 상황이 옳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