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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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강좌] 현 시국에 대한 경실련 입장

경제정의와 사회정의, 그리고 국가개혁을 위해 노력해 온 경실련은 <2001년 회원총회>를 맞아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 시국의 위중함에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우리 현대사에서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적 정통성을 가진 김대중 정부가 출범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큰 기대를 가졌다. 김대중 정부가 ‘국민의 정부’를 자칭하면서, 국정전반에 대한 개혁조치를 약속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을 가장 우선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러한 국민적 기대를 의식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출범 후 4년이 되어 가는 지금, 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집권초기 현 정부가 강조하던 4대부문 개혁을 포함한 각종 개혁은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97년 IMF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하였던 정경유착과 관치치가 청산되기는커녕 더욱 확대·강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고 뚜렷한 근거 없이 낙관론을 펴며, 구조적 문제를 공론화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외면하거나 부인하며, 발표된 정책과 집행되는 정책이 일치하지 않는 등 신뢰성을 잃었다.


금융개혁은 금융부실을 정부채무로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금융부문은 기업부실로부터 끊임없이 발생하는 부실채권의 압박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벌개혁은 족벌중심 경영을 탈피, 상호출자 축소, 회계의 투명성 제고 등 새로운 경제질서에 부합하는 개혁이 필수적이지만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출자총액 제한제도 완화 및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부문 개혁 또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형식적인 경영개선은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된지 오래이며,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도 여전하다.


이렇듯 한국경제의 구조적 결함이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고 정부가 경제운영에 있어 일관성과 지도력을 상실하게 됨에 따라 구조개혁에 대한 전망은 상실되고 경제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부담은 국민들이 모두 떠 안고 있다. 구조적 대량실업과 항상적 고용불안으로 실업률이 5%가 넘고, 대학 졸업자들 대다수가 예비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농민들은 대대적인 농산물의 수입, 농산물 가격하락과 부채더미에 허덕이고 있다. 나아가 국내금융 및 산업재벌의 채무에 충당된 160조원의 공적자금의 절반 이상이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세금은 더 많이 내면서도 공공복지는 오히려 축소되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여기에 공공요금을 포함한 물가는 계속 인상되고, 전월세가 폭등하는 등 서민생활은 한마디로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부의 편중은 오히려 심화되어 빈익빈 부익부의 방향으로 경제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치, 사회분야의 개혁 또한 원칙적이지 못했다. 부패방지법과 인권법, 자금세탁방지법 등이 제정되긴 했지만 알맹이가 빠져 제도 도입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자금, 정당, 선거제도, 국회제도 등 정치제도 개혁은 집권초부터 주장만 요란할 뿐 실천된 것은 전무하다.


최근에 관련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치개혁을 주도하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제도에 관한 한 당리당략을 배제하고 원칙에 맞는 제도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정부여당은 자기결단이 전제가 되는 개혁에 대해선 지극히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위공직자 인사와 사정의 공정성 확보의 요체가 되는 인사 청문회와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해선 현 여당이 야당시절부터 주장해 왔고 대통령 공약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상시적 제도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우리는 현 정부의 개혁의지 퇴색과 함께 각종 비리 의혹사건에 대한 집권세력의 도덕성 상실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실세가 개입되어 있다는 각종 의혹사건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근거를 제시하라며 오히려 국민들을 다그치고 있다. 권력실세들이 관련된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 정부여당은 책임있는 태도로 의혹의 실체를 밝혀 국민에게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대처하여 의혹만 부풀려 왔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임하고 국정운영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각종 개혁정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한나라당도 당리당략을 초월하여 국가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세를 가져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 정치관계법 등 정치개혁작업을 임기내에 완수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의 정치개혁작업은 미진하기 짝이 없다. 정치자금, 정당, 선거제도, 국회제도 등 정치제도 개혁은 집권 초부터 주장만 요란할 뿐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정부여당은 부패방지법과 인권법 등 개혁법안에 대한 재정비를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정당의 공천제도를 민주적인 상향식으로 개혁하면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대한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정치자금 투명성을 위해 정치자금 실명제를 도입하고 국고보조금의 당비납부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등 정치관계법에 대한 총체적인 개혁 작업을 완수해야 한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제도에 대해서도 검찰 인사위의 의결기구화 및 외부인사 참여, 상명하복제 폐지, 유력인사에 대한 구속승인제 폐지 등 과감한 제도개혁으로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 재벌개혁을 후퇴시키는 조치들을 철회하고 새로운 경제질서에 부합하는 기업규제의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재벌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벌개혁을 후퇴시키는 조치들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아직은 재벌의 경영·지배구조 등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각종의 재벌개혁 정책들을 폐기하거나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최근의 공정거래법 및 은행법 등의 개정논의를 중단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재벌개혁 정책의 핵심으로 반드시 존속되어야 하고, 둘째, 재벌소속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서는 안되며, 셋째, 은행주식의 동일인 소유한도 상향조정은 산업자본과의 완전한 분리와 감독기능의 강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 입법화가 추진되고 있는 증권집단소송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 지방자치법 개정에서 당리당략을 배제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은 지난 10년 동안의 부족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 첫째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과감히 이양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창의적으로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지방정부와 의회를 강화하기 위하여 자치단체장을 통제하기 위한 ‘주민소환제’를 도입하여 선출자에게 해임권을 주어야하고, ‘주민투표법’을 제정하여 지방정부의 정책에 대해 주민들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며,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의 정당공천을 배제하여야한다. 그리고 지방의원 유급화를 실시하여 젊고 열정적인 인재들이 지방행정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 셋째는 주민들이 지방행정의 책임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각종 위원회 등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운영을 공개해야 한다.


-. 수도권집중을 억제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수도권의 집중화는 국가적 중요문제로 부각되어 있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46.5%, 국가공공기관의 84.6%, 30대 그룹 주력기업본사 88%가 밀집되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독과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지방은 인재의 유출, 지역경제의 침체 등 사회경제적으로 붕괴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장총량제 완화, 수도권신도시건설, 그린벨트의 부분해제 등 수도권집중을 완화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추진하여 “균형국토 실현”이라는 국토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수도권집중 억제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하며, 지방을 육성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정책이 수립, 추진되어야 한다. 지방화시대에 부응하는 지방육성정책은 분권적, 분산적, 분업적 지역발전전략에 기초하여 지속적이고 범정부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한 재정투자를 수반하는 실효성 있는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의 제정,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지방과 민간을 포함하는 범정부적 특별기구의 구성, 과감한 분권화 조치 등 획기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 추진을 철회하고 근본적인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일시적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을 통해서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가 보험재정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추진중인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 특별법(안)’은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등 현행 법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료 조정기능을 통합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인적구성이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어, 재정운영위원회를 심의조정위원회와 일원화하는 것은 가입자의 참여와 권리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부는 재정위기의 해법으로 국민의 급여수준을 낮추고 건강보험의 공공적 역할을 포기하며 건강보험재정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를 철회해야 한다. 지난 5월 발표된 건강보험재정안정화대책과 이어 발표된 추가대책은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의 폭을 제한하여 다른 OECD 국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장수준을 점점 더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공보험으로서 건강보험이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과 건강보험급여 확대, 건강보험 수가의 합리적 재조정, 진료비 허위, 부당청구를 단속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 방만한 건강보험공단 운영의 쇄신, 현행 진료비지불제도 개편, 자영자 소득 파악 강화를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 노동시간 단축 연내 입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연 2500시간이라는 세계 최장 노동시간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며 고실업시대에 일자리를 나누는 사회적 연대를 위해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계와 재계는 최종합의의 자리에서 서로의 주장을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어 노동시간 단축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으며, 여소야대 상황을 이유로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의지는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임금보전 등의 노동시간 단축의 쟁점에서 선언적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통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이 원래의 목적에 걸맞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와 중소기업 지원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손실이나 하청, 용역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영세 중소기업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01.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