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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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현 장관 하에서는 더 이상 의료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시민사회노동단체 공동성명>





1. 우리는 지난 20일 보건복지부가 끝내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의 전면 실시’를 유보하는 결정을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의료개혁에 앞장서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이 스스로 의료계의 압력에 굴복하여 스스로 의료개혁을 포기하고 많은 노력을 좌절시켜버린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시민사회·노동·농민단체들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현재까지를 지켜본 결과 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더 이상의 의료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의료개혁을 스스로 포기하고 좌절시킨 책임을 지고 김화중 장관이 스스로 퇴진할 것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는 바이다.


2. 우리는 의료개혁에 앞장서야 할 주무장관인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와 ‘의료기관평가제’ 도입 과정에서 제도의 근본적 취지를 훼손하였다. 우리는 그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질병군 포괄수가제의 전면 실시를 추진하겠다던 김화중 장관은 시행을 불과 한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모든 의료기관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것’이 문제인 것처럼 설명하여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보완할 새로운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였다. 더욱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경제인단체 등도 예정대로 포괄수가제의 전면 실시를 촉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의료계의 반대만을 수용하여 ‘포괄수가제 전면 실시’를 철회하였다.



포괄수가제는 시행 유예기간을 포함한다면 약 7년 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쳤으며, 그동안 평가와 더불어 문제점을 보완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모든 요양기관에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개정령(안)』을 발표하여 정부의 입장을 공식화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자신이 결재하여 공식화한 정부의 입장을 스스로 뒤엎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지난 7년여 기간 동안의 준비는 의료계의 반발에 굴복하여 수포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평가제’의 주관을 병원협회에 맡긴 것도 김화중 장관의 잘못으로 지적되지 않을 수 없는 사항이다. 의료기관평가제가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개선하며 국민들에게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것이라면 평가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김화중 장관은 ‘의료기관평가제’를 ‘평가의 대상’이 되는 병원협회에 맡기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시민단체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비판했으나 장관은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 결과 벌써부터 병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하거나 원치 않는 평가항목에 대해 제외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기관평가제’의 주관기관을 병원협회에 맡기게 된 과정 역시 이익집단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였다. 보건복지부는 자신이 직접 평가를 주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추진계획을 논의해왔고 또한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세부안을 개발하도록 한 바 있다. 또한 연구용역의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도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과정은 지난 8월 27일 병원협회 회장단이 김화중 장관을 만나면서 무의미해져 버렸다. 김화중 장관은 ‘의료기관평가제의 주관기관을 맡도록 해달라’는 병원협회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더욱이 김화중 장관이 ‘의료기관평가제’의 주무기관을 병원협회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대학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원의 포괄수가제 실시’를 병원협회로부터 약속받은 사실이 드러나 김화중 장관이 정책을 ‘거래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었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김화중 장관에 의하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부처라기보다는 ‘의료계’를 대변하는 부처로 전락하였으며, 김화중 장관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3. 아울러 “공공의료 확충”이 현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현실화할 예산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김화중 장관의 “무능력”도 우리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김화중 장관은 지난 2월에 취임한 이후 단 한차례도 공공보건의료확충에 대한 세부계획을 공론화하고 각계각층의 의사를 수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게다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마저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공공의료 확충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확충 사업에 대한 예산을 살펴보면 실제 확보한 예산은 복지부가 요구한 예산의 8.9%에 불과하였다. 그것도 공공보건의료 확충의 골간이라 할 수 있는 ‘지역거점병원’ 확충 예산은 요구 예산의 3.1%에 불과했으며, 도시보건지소 신축에 대한 비용은 시범사업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전액 삭감되었다. 이로써 국정과제인 ‘공공보건의료 확충’은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우리는 공공보건의료 확충이라는 국정과제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인 김화중 장관이 ‘기획예산처의 업무 협조 미비’라는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예산에 불과 10%도 안되는 금액만을 확보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분명 김화중 장관은 현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을 책임질 주무 장관으로써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든 기획예산처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그리고 만일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이와 같다면 스스로 “무능”을 인정하고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기획예산처를 설득하지 못하여 현 정부의 국정과제 조차 큰 차질을 빚게 만든 무능력한 장관에게 국민이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의료개혁이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


4. 이상에서 밝힌 바를 근거로 우리는 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국정 이념인 ‘참여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더 이상 판단하지 않는다. ‘참여복지’가 국민의 요구와 참여를 바탕으로 복지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말이라면 김화중 장관이 현재까지 보여온 행태는 결코 ‘참여’적이지 않았으며, 결코 개혁적이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당장 김화중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수락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이익집단의 압력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장관을 임명할 것을 촉구한다.




2003년 10월 23일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