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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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환자를 위한 ‘의료법 수술’

신현호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 (변호사)


현행 의료법은 1973년 전면 개정된 이래 34년간 시행돼 왔다. 그동안 의료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의료 환경도 직접.대면 진료와 종이차트에서 유비쿼터스 개념의 진료와 전자 차트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와 발전을 반영해 의료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의협.치협.한의협 등 의료 6단체와 시민단체의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해 8월부터 10차례에 걸쳐 개정 작업을 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정부의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다. 이번 개정안은 환자의 주체성을 강화하고 규제 완화를 통한 의료산업화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명할 것을 법정화하고 진료 기록의 위.변조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만성질환자의 처방전을 가족이 발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표준진료 지침을 제정했다. 입원실의 야간 당직 근무, 병원 감염 관리, 보수 교육 의무제도 등도 새로이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각종 규제를 완화해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허용하는 조항은 훨씬 많아졌다. 병원이 의료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병원 간의 인수합병도 허용했다. 성형이나 임플란트 수술 등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에 대해서는 병원이 진료비를 싸게 정해 환자에게 홍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정 의료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의사.한의사.치과의사 등이 공동으로 병원을 개원할 수도 있게 된다. 이 경우 종합병원이 아닌 동네 병원에서도 내과와 치과가 함께 개원하거나 한.양방 협진도 할 수 있게 된다. 마취과 의사 등이 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게 된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가 산업화되면 의료의 공공성이 저해되고 지역 간.계층 간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의료비가 폭등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 측은 이에 거세게 반발한다. ‘의료법개악저지투쟁위원회’를 발족해 집단 휴진 등 강경 투쟁에 들어갈 태세다. 이들은 개정안에 의사의 진료 행위 중 ‘투약’이라는 조항이 명시되지 않아 의사의 진료 행위를 제약하며, 간호사의 업무에는 ‘간호 진단’ 조항을 넣음으로써 의사의 업무 범위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과잉 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의 표준진료 지침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료를 규격화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2년마다 받도록 한 의사 보수 교육이 사실상 면허 갱신제도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양.한방 협진 제도와 간호사의 야간 당직 제도는 찬성하고, 투약권도 요구하는 이중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의료법의 중심은 환자여야 한다. 환자는 자신의 뜻에 따라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진료 정보를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야간 응급상황에서도 의사에 의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현재의 의료 수준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헌법적 권리가 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의료인에게 설명의 의무와 진료 기록을 성실하게 기재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당직 의료인 제도나 보수 교육 의무화도 같은 차원에서 제시된 안이다.


의료법은 환자주권주의적 관점에서 개정돼야 한다. 환자의 자기 결정권은 더욱 보장돼야 한다. 진료 정보는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송 요청을 할 수 있거나 환자가 직접 보관할 수 있게 제도화해야 한다. 의료 산업화 정책도 입법 목적대로 적은 진료비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운영돼야 하며 생명을 담보로 영리를 취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는 의료 전달 체계를 확립해 환자가 어느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국민건강보험법 등을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에는 의료인 양성 장학제도, 수가의 적정 보상, 장기 저리 대출 등 실질적 도움을 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 본 칼럼은 중앙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