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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획일적인 시군구 통합 기준은 반자치적 발상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이하 개편위)는 최근 시군구 통합기준 연구 용역안을 통해 인구 또는 면적 규모 등에 따른 지자체 통합 기준안을 마련해 25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용역안의 기준대로라면 최대 80개 시군구가 통합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용역안의 내용에 따르면 인구와 면적 기준을 포함해 시군은 9개, 자치구는 4개의 통합 기준안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인구 규모는 ▲ 특별시 자치구 27만6천명 이하 ▲ 광역시 자치구와 일반시 15만명 이하 ▲ 군 3만3천명 이하, 면적 규모는 ▲ 특별시 자치구 16.2㎢ 이하 ▲ 광역시 자치구 42.5㎢ 이하 ▲시군 62.46㎢ 이하 이면 통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인구와 면적 기준에 모두 부합하여 통합 대상이 될 수 있는 8개 자치구와 3개 도시이며 69개 시군구는 인구 규모나 면적 규모 중 1개가 통합 기준에 해당돼 잠재적 통합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경실련은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무시하고 인구와 면적 등의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해 시군구를 통합한다는 내용의 개편위 용역안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첫째,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기준으로 시군구 통합을 하는 것은 중앙집권적이며 반자치적인 발상이다. 현재의 시군구는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이루어진 생활공동체로 각 지역마다 나름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인구 얼마 이하, 면적 얼마 이하와 같은 수치 기준만을 내세워 무조건 통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절대 아니다. 문화적, 사회적 생활공동체의 기능을 하는 기초자치단체가 인구와 면적이 작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통합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시군구 통합을 전제로 한 지방행정체제개편 방향은 잘못되었다. 기초자치단체는 생활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자치 내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단위여야 한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가 세계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풀뿌리 생활 자치를 실현하는 단위로도 규모가 오히려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군구 통합을 전제로 한 개편위의 논의 방향은 애초부터 잘못되었던 셈이다. 

셋째, 시군구 통합은 철저하게 지역주민들의 자율적 논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시ㆍ군 통합을 비롯한 행정구역개편은 주민들의 생활이나 지역공동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번 통합하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지역발전과 주민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민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편위와 같은 특정기관에서 통합 기준을 내세워 통합을 강제로 권고하거나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지방의 자치 역량 강화와 지역의 책임성 확보라는 지방자치의 취지에 부합하는 길이다. 만약 개편위가 시군구 통합과 관련해 해야할 일이 있다면 중앙정부나 자치단체장 등의 일방적 통합 강행을 막고 지역주민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만드는 일뿐이다.
 
이번 용역안을 두고 개편위의 내부에서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역분과위원회 회의에서도 일부 위원들이 획일적 기준 제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충분한 논의 없이 용역안 그대로를 전체회의로 넘기려는 것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대부분 정부기관의 용역보고서는 정부의 의도와 뜻에 따라 작성되어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시군구 통합 용역안 역시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통합 내용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용역안은 그저 참고자료일 뿐 개편위가 반드시 논의해야할 안이거나 통과시켜야할 안이 될 수 없다.

개편위는 25일에 있을 전체회의에서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진행해야한다. 만약 개편위가 내부 반발과 이견에도 불구하고 참고자료용에 불과한 용역안을 통과시킨다면 개편위 스스로가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대신했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만약 개편위가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경실련은 그동안의 개편위의 논의 과정과 활동 내용을 분석해 그 결정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들에게 공개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끝.

[문의 : 정치입법팀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