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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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정위는 언제까지 정치권 눈치만 볼 셈인가
선거구획정위는 원칙대로 선거구 획정에 임하라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법정 시한인 13일까지 국회에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공정한 선거구 획정을 위해 출범한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정치권의 눈치나 살피다 법정 시한도 지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실련>은 선거구 획정위가 정치권 대리전을 중단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선거법에 따라 원칙대로 선거구 획정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당초 선거구획정위를 국회 외부에 설치하도록 했던 것은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이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안에 법적 구속력까지 부여했다. 그러나 획정위는 ‘독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야의 눈치만 살피는 아바타로 전락했다. 농어촌에 배려하기로 한 2석을 여당 측 위원들은 경북과 강원에, 야당 측 위원들은 경북과 전남에 나눠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 동수 추천으로 구성된 위원들이 여야가 텃밭으로 삼고 있는 영남과 호남 의석을 단 1석이라도 지켜내기 위한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금지된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이는 특정 시·군·구의 일부를 다른 시·군·구에 붙여 하나의 선거구를 구성하겠다는 것으로 ‘게리맨더링’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획정위원회가 여야 대리전으로 변질된 것은 획정위원 9인 중 중앙선관위 1인을 제외한 8인을 여야가 각각 4인씩 추천해 구성하는 방식 때문이다. 여야 추천으로 선정된 획정위원들이 독립적인 활동 보다는 추천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위원들은 스스로 획정위원으로서의 독립성을 반드시 인식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선거구 획정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이번 선거가 지난 뒤, 독립성 확보를 전제로 위원 구성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선거구획정위에 영향을 미쳐서 안되지만 선거구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밥그릇이 달린 문제인 만큼 이런 저런 성토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거구획정위는 결코 이런 문제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획정위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나 압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선거구 문제를 다뤄야 한다. 획정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현행 선거법에 근거해서 원칙대로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획정위가 정치권의 이익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고려해서도 안 된다. 획정위는 공정한 선거구 획정을 위해 어렵게 독립기구로 설치한 의미를 명심해야 한다.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구획정위는 정치권의 눈치나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원칙대로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획정위는 국회의 하부기관이 아니다. 엄연한 독립기구다. 획정위의 안에 대해 정개특위가 1회에 한해 사유를 붙여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이후 국회는 본회의에서 가부 결정만 할 수 있다. 그만큼 획정위에 힘이 실려 있다. 그럼에도 첫 출발부터 법정시한을 못 지키는 선례를 남긴 데 이어 계속 정치권에 휘둘리며 본연의 임무조차 수행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