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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정부, 최저가낙찰제 포기로 건설예산 10조원 절감 약속 파기

경실련은 지난 6월21일 최저가 낙찰제에 부당하게 간섭하여 올 한해에만도 1조원 가량의 예산을 낭비하도록 한 건교부장관을 고발하고 공정보증질서를 해친 건설공제조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은 이 성명에서 낙찰률의 하락이 부실시공을 유발한다는 건설업체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지적하였고, 낙찰률을 강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건교부가 건설공제조합에 압력을 가한 행위가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함을 주장하고, 건교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실련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건교부, 조달청 등과 협의하여 지난 7월 2일 <정부 공사의 최저가 낙찰제 보완을 위한 정부계약제도의 개선>이라는 새로운 안을 발표했다. 요지는 건교부가 만들었던 ‘73~75% 이하 낙찰업체에 대한 보증 거부’ 방침을 취소하고, 낙찰률에 따라 낙찰 총액에 대한 보증 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즉 현재 낙찰 총액의 40%에 대해 일괄적으로 보증을 받던 방식에서 70% 이하의 낙찰자에게는 40%에서 많게는 100%의 보증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건교부의 보증거부 방침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또 다른 편법이다. 

특히 공공 발주공사를 70% 이하로 낙찰받은 업체에게는 선급금 지급을 10% 포인트 낮추고, 향후 입찰 참여시 신인도 점수를 깎아 불이익을 주겠다는 점에서는 건교부의 당초 안보다도 훨씬 교활하다. 이 안에 따르면 그 어떤 건설업체도 70% 이하로 낙찰받을 생각은 엄두도 낼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로써 정부가 공언한 건설예산 연간 10조원 절감은 헛된 구호로 끝나 버렸다. 정부는 영국의 공공부문 개혁과 일본 건설산업의 개혁방안을 본떠 지난 98년 경제장관회의에서 <공공사업 효율화 대책>을 발표하고 2002년까지 10조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으며,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건설업체 사장 출신 정치인을 건교부장관에 임명하여 최저가 낙찰제를 무력화하더니, 이제 재경부장관이 앞장서 최저가 낙찰제를 완전히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 이로써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은 생매장되어 버린 셈이다.

도대체 국가예산 절감과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건설업체,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최저가 낙찰제를 6개월도 시행해 보지 않고, 부실공사 우려, 건설업계 동반부실 등의 용어를 동원하여 국민을 협박하면서 연간 10조원의 예산을 건설업체에 나눠주겠다는 저의가 무엇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최저가 낙찰제를 불구로 만든 이유를 설명할 그 어떠한 논리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1. 최저가 낙찰제는 부실공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정부는 최저가 낙찰제가 부실공사를 유발한다는 건설업체의 논리에 동조하고 나섰다.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할 당시에는 최저가 낙찰제가 국가예산 절감과 기술경쟁을 유발하여 결과적으로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하더니 이제 와서 부실공사를 유발하는 몹쓸 제도라고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가 낙찰제는 부실공사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공부문 발주공사는 최저가 낙찰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민간 부문에서는 최저가 낙찰제가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발주공사에서만 최저가 낙찰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해 온 대부분의 나라에서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부실공사가 횡행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외국에 나가 최저가로 낙찰되어 수많은 공사를 했지만 부실공사로 다리가 무너지거나 백화점이 무너진 일은 없었다. 

부실시공은 최저가 낙찰제와는 인과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건설공무원의 부패와 건설 관련 각종 제도의 후진성에서 그 요인을 찾아야 한다. 감리가 허술하거나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 부실공사를 눈감아 주어서 부실공사가 가능한 것이지 최저가 낙찰제가 부실공사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2. 재경부는 예산낭비부인가?

 

재경부는 저가로 입찰한 자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강화하여 덤핑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기준 중 신인도 부문에서 70%미만 낙찰자의 경우 향후 1년간 최고 3점을 감점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70%미만 낙찰자에게는 기존에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선금의 규모를 20%에서 10%로 축소시킨다’고 하였다. 이는 한마디로 저렴한 예산으로 정부공사를 수행하겠다는 업체에게 온갖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재경부에 묻고 싶다. 값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불이익을 준다면 도대체 어느 건설업체가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면서 원가절감에 나설 것인가? 사업비를 절감해도 이득커녕 감점을 받는 제도에서 어느 건설업체가 신기술 개발이나 경영혁신에 자신의 미래를 투자하겠는가?

 

3. 건설업체의 경쟁력은 단순히 과거의 공사실적만으로 측정될 수 없다.
 
 재경부는 PQ(사전 적격심사)의 변별력을 제고하여 경쟁력이 높은 업체가 선별될 수 있도록 ‘시공경험 평가항목 중 동일공사 실적 평가시 300%이상인 경우 배점을 현행 11.4점에서 12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즉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당해 업체의 과거 실적을 중요한 잣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대형 건설업체를 보호하고 신규 진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다.

선진 외국에서도 PQ를 시행하지만 그 공사에 참여할 건설기술자의 경험과 능력을 대상으로 하지 건설업체의 실적을 잣대로 삼지 않는다. 시공 경험이 아무리 많은 건설회사라도 경험있는 기술자가 대부분 퇴직해 버렸다면 당해 업체의 시공경험은 무의미하다. 반면에 새로 창업한 건설업체가 경험 많고 유능한 기술자를 영입하고, 재무구조도 건전하며, 보증회사로부터 공사이행 보증도 받았다면 경험이 없다고 배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선진외국의 PQ심사가 건설기술자의 경험 여부를 주로 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존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과거 실적을 따지기 때문에 신규 업체는 실적을 쌓기 위해 외국에 나가서 손해보는 공사를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4. 건설공사 보증이행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간섭은 예산낭비와 건설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재경부는 보증기관이 모든 공사에 대해 획일적으로 예정가격의 73~75%로 설정한 보증거부기준을 폐지하고 보증서 발급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즉 낙찰률에 관계없이 낙찰금액의 40%로 되어 있는 공사이행보증금액을 낙찰률에 따라 40~100%로 차등화하여 낙찰률이 낮을수록 보증부담을 크게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예정가격의 73% 이하 낙찰업체에 대한 건교부의 일률적인 보증거부 방안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공사비를 적게 써내는 업체에게 정부가 불이익을 주는 셈이라는 측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나아진 것이 없다. 

낙찰률에 따른 보증금 책정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보증회사나 보험회사, 또는 공사 발주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면 되는 것이다. 보증회사나 보험회사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낙찰률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에 따라 보증금을 책정할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이러한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지 온갖 규제를 통해 건설시장의 비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건설협회 산하의 건설공제조합이 건설보증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후진적인 건설보증시장의 개방 확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우리는 국가예산 절감과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최저가 낙찰제를 포기하려는, 결과적으로 나라 살림을 축내서 일부 건설업체를 도와주려는 재경부, 건교부, 조달청 관계자들에게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최저가 낙찰제를 즉각 공공부문 발주공사에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최저가 낙찰제에 대한 모든 훼손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이번 안을 마련한 재경부장관은 다음의 공개질의에 답해주기 바란다.

 

<재경부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질문 1. 98년 발표한 공공사업 효율화 대책 수립시 재경부도 참여했는지?
     – 참여했다면 최저가 낙찰제의 정착 과정의 어려움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 당시 대통령과 국민에게 약속한 내용은 전임자의 잘못으로 보는 것인지?

질문 2. 건교부와 조달청, 재경부가 협의하여 이번 개선안을 마련하였다는데 누가 참석하여, 며칠간 협의했는지, 참가자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할 용의는 있는지?

질문 3. 건교부와 조달청, 재경부는 입찰계약제도를 보완하는 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지?

질문 4. 건교부는 73~75%, 재경부는 70% 미만으로 응찰한 업체에게 불이익을 주려하는데, 어떤 근거로 이 수치가 부실공사가 우려되는 기준인지?

질문 5. 감사원 주도로 2000년 6월부터 2001년 4월까지 만든 부실공사 방지 종합대책 수립에 재경부는 참가했는지? 참가했다면 그 당시에는 낙찰률이 몇% 이상이어야 부실공사를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는지?

질문 6. 재경부는 저가입찰을 막고 경쟁력이 높은 업체가 선별되도록 하겠다며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는데, 재경부가 바라보는 경쟁력이 높은 업체는 어떤 업체인지?
     – 가격을 비싸게 써낸 업체가 경쟁력이 높은 업체인지?
     – 아니면 오래된 업체가 경쟁력이 높은 업체인지?
     – 가격은 싸고, 제품의 질은 높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업체가 경쟁력 있는 업체인지?

질문 7. 낙찰률이 낮아지면 부실공사가 된다는 논거는 무엇인지?

질문 8. 낙찰률 73%를 보증의 기준으로 삼은 근거는 무엇인지?

질문 9. 예정가격의 73% 이상 낙찰된 공사 중에는 부실공사가 없었는지?

질문 10. 무너진 성수대교 건설공사는 예정가격의 몇 %에 낙찰되었는지?

질문 11. 73% 이하로 낙찰된 현장을 철저히 감리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 73%이상으로 낙찰된 시공현장은 감리를 소홀히 하겠다는 뜻인지?

질문 12. 국내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하는 공사의 낙찰률은 평균 몇%인지?

질문 13.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추첨식 낙찰제 또는 운찰제를 적용하는 사례가 있는지?

질문 14. 정부발주공사의 하도급 낙찰률은 예정가격 대비 평균 몇 %인지?

질문 15. 부도가 나서 청산단계에 있는 건설업체들이 이러한 정부의 입찰제도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 16. 당초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하겠다는 결정에 누가 참여했는지?

질문 17. 만약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높게 써낸 업체가 경쟁력 있는 업체라고 판단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 18. 70%미만 낙찰업체에게 1년 간 3점을 감점한다고 하였는데 오히려 가산점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가산점을 주어 정부공사의 낙찰가가 점점 더 싸게 낙찰되도록 할 용의는 없는지?

질문 19. 재경부는 낙찰받은 업체에게 현재까지 선금 20%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는데, 이로써 얻은 이익은 무엇이었는지?
      – 선금을 주어 공사비가 절감됐는지?
      – 공기가 단축되는지?
      – 외국에서도 의무적으로 선금을 주고 있는지?
      – 우리나라 업체가 외국 건설시장에 나가 수주할 때도 의무적으로 선금을 받고 있는지?
      – 받고 있다면 몇 %나 받고 있는지?

질문 20. 70% 미만으로 낙찰한 업체에게는 선금을 10% 포인트 축소하도록 한다는데 이유는 무엇인지?
       – 70% 미만으로 입찰한 업체에게는 예산을 절감해 주었기 때문에  선금을 더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질문 21. 금년 1월부터 1,000억원 이상의 대형공사에 대해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되었는데, 최저가 낙찰제로 부실공사와 덤핑입찰의 우려가 있었다면 재경부는 왜 사전에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는지?

질문 22. 재경부는 정부공사 입찰계약과 관련된 제도를 항상 일정 기간 선 시험 운영한 후 보완 및 개선대책을 마련하는지? 시행하기 전 보완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는지?

질문 23. 80년대 이후 정부공사 입찰계약 제도는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바꿔서 얻은 효과는 무엇이며 앞으로 몇 번을 바꾸어야 효과적인 제도로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 24. 건설보증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 25. 건설보증시장을 언제쯤 개방할 계획인지?

질문 26. 만약 이번 개선안이 잘못된 안이라고 판명된다면 담당자를 문책할 용의는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