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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발코니는 주거 면적을 늘리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정부는 발코니를 확장하여 거실과 침실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건축법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라 한다. 그간 불법이었던 발코니 확장이 10월 초 전격적인 합법화 발표 이후 11월 말 시행을 위해 초고속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경실련은 발코니는 화재 등 위급상황 시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다양하고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입주자의 필요나 기호에 따라 확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이러한 정부의 합법화 정책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발코니는 단순 서비스공간이 아닌 안전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이다.

 

발코니를 설치하는 목적은 첫째, 피난기능으로 지진이나 불이 났을 때 화염으로 현관 쪽으로 피난할 수 없을 때 거실이나 방에서 발코니로 대피하였다가 소방사다리나 옆의 동으로 피난할 수 있는 비상탈출구(간이벽 존재)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화재나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명과 직결되는 공간이다.

둘째, 화재시 화염차단기능으로 아래층에서 불이 위층으로 연소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수평방화벽 역할을 함으로서 화재사고의 확산을 막아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한다.

셋째, 방음․방한․방풍기능으로 소음을 방지하고 추운 외부 공기와 빗물, 바람을 차단하며 햇빛의 양을 조절하여 에너지 절약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넷째, 구조안전기능으로 발코니슬래브가 돌출됨으로써 실내슬래브의 단부 고정도를 높여주고 내력을 증대시켜 구조안전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발코니는 단순히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을 얼마 더 공급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필요성에 의해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후환경의 나라에서 생활습관, 기술적 경험, 환경친화적이고 생명존중의 가치관을 통해 결정된 공간이다.

 

2. 화재안전성측면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발코니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특히 화재안전측면에서는 피난 및 비상탈출구의 역할을 하며 상층부로의 화염 및 연기층의 전이를 막아주어 생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될 경우 피난 및 비상탈출구가 사라지게 되며, 불연재인 타일로 시공된 베란다가 가연성인 목재 등으로 바뀌어 가구 등이 들어서게 되어  보다 쉽게 화재위험성에 노출될 것이다. 다시 말해 발코니의 사용에 대한 합법화로 대폭적인 화재가능성의 증대가 확실시되며 상층부로의 연소확대방지를 위한 기능이 없어짐으로 인하여 공동주택의 화재위험성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특히 오래전에 지어진 16층 이하의 아파트의 경우는 세대 내에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전대책 없이 발코니확장개조를 합법화한다고 발표한 것은 국민의 안전을 무시한 처사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건축기준법에 발코니의 허용 폭을 50c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개구부상하의 폭을 90cm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발코니에서의 피난을 2방향피난가능성으로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불법개조가 이루어지고 관리감독이 어려워도 그간 법과 제도를 통해 정책적으로 유지되어 온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발코니 기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확대 강화해야 할 정부가 하루아침에 얼굴을 바꿔 합법화의 정당성을 운운하는 것은 정책의 공적기능과 신뢰성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실내면적 확대 민원해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수호보다 우선하는 정부의 정책목표인가?

그러나 건교부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나 대책은 언급하지 않은 채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다’, ‘분양가에 비용전가 되지 않는다’, ‘추가 세금부담 없다’ 등 형식적이며 건설업계의 논리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합법화의 정당성을 홍보하며 전문적인 판단이 어려운 여론만을 부추기고 있다.

 

3. 부처간 사전협의와 의견수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실련 확인에 의하면 정부 내 담당부처인 행정자치부 내 소방방재청과 사전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소방화재전문가와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의견수렴도 없이 업계와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된 형식적인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소방방재청 담당자들도 발코니 확장 합법화시행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고 한다. 정책추진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언론에 발표하기 전에 전문적인 검토와 관련부서 협의는 부작용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과정과 절차이다.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사항을 무엇에 쫓겨 이렇듯 서둘러 결정하려는 것인지, 혹시 건교부가 이러한 부작용들을 축소․은폐하려는 것은 아닌가 의심마저 들게 한다. 입법예고기간도 이례적으로 8일로 하여 충분한 검토와 다양한 의견수렴도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소방방재청에서는 건교부가 화재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반대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칫 부서간 갈등 등 정책의 혼선으로 비춰질까봐 조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담당부처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름 뿐인 조직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소방방재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대해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철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발코니 합법화는 시행령 개정사항으로 입법예고 후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되면 시행된다. 발코니 확장과 관련한 규정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주요한 사항으로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규정되어 국회의 논의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듯 발표 난지 두달여 만에 여론이 들끓는다고 득달같이 해치우듯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혹여 8.31대책으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를 우려하여 건설업계 등 이해당사자의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선심성 대책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매년 35,000여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주거용건물이 약30%를 점유하고 사망자수는 전체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화재발생 건수 뿐 만 아니라 사망자의 비율도 점점 증대되고 있으며 특히 아파트의 화재발생빈도는 최근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및 장애인이 존재하고 방화로 인하여 취침시간에 발생하는 공동주거공간의 피해는 오히려 화재가 난 가구보다 상부층으로 연소확대되어 상층부의 피해가 많은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는 겨울철아파트화재가 증가되는 현실에서 발코니개조로 인하여 화재의 확대를 야기시킬 수 있음을 인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실련은 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졸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발코니 확장을 당장 중단하고 아파트화재의 특성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 화재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안전성 측면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엄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766-5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