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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행정정보공개, 시스템은 초고속 공무원 의식은 모뎀 수준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청구 및 공공기관의 공개의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시행 중인 정보공개 제도는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에 근거해 지난 199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도입취지와는 달리 여전히 많은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고 공개 범위에 대한 해석도 부처마다 제각각이다. 경실련 또한 년간 수백여건에 달하는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있으나 정보를 확보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경실련은 금번 보도자료를 통해 진정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투명한 국정 운영을 위해 부처별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현행 정보공개제도의 개선과 담당 공무원의 대민 행정 서비스 교육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시스템은 초고속, 담당 공무원의 의식은 모뎀 수준

 

현재 정보공개는 ‘대한민국 전자정부(www.egov.go.kr)’라는 온라인 통합시스템을 통해 각 부처별로 정보공개를 청구해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청구서 작성에서 수정․조회, 결정 통지서의 확인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 인터넷 강국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을 거듭하는 초고속 온라인 시스템과는 달리 담당공무원의 정보공개에 대한 의식은 여전히 모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4년 1월 개정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은 청구를 받는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시행령’은 공개를 결정한 때에서 10일 이내에 공개일시를 정하여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를 요청한 정보는 건교부 등 모두 8개 부처에 청구되었으며 통합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정보공개청구내용이 처리부서가 결정되었음을 통지 받는 데는 대개 하루 정도가 걸렸고 결정통지서를 수령하기까지는 평균 8일, 요청한 자료를 수령하는 데는 청구일로부터 2주 정도가 소요되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업무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인지 대부분 청구 자료의 공개는 법령에 따라 정해진 시한을 넘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공개된 자료의 내용이다. 수령하게 되는 자료의 내용이 당초 청구내용대로 도착하는 것은 드물다.

건설교통부 민자사업팀의 경우 민자사업과 관련한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을 청구하였으나 수령한 자료는 달랑 공사비 내역 집계표 한 장이 전부였다. “내역서를 청구했는데 왜 집계표 밖에 없냐”고 물었더니 “청구한 자료의 분량이 많고 수수료도 많고 해서 집계표만으로도 되겠다”고 판단해 그렇게 했다며 일단 이번 건은 이대로 받아가라고 했다. 그래서 “당초 청구한 각각의 내역서가 필요하니 준비해 달라고 하자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원하는 자료를 얻기 위해서 또 다시 똑같은 정보공개를 다시 하였다.

 

국가안전 위협, 업무지장 초래 등 납득하기 어려운 비공개 사유

 

청구한 정보에 대한 비공개 사유를 보면 참으로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담당공무원에게 비공개 사유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요구하면 저마다 자신은 규정대로 할 뿐이라며 아무런 하자가 없으니 불복한다면 절차에 따라 이의 신청을 하라고 한다.

2월 14일 농업기반공사에서 사명을 바꾼 농촌공사에 새만금 사업의 공구별 사업현황과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농촌공사는 2쪽분량의 사업현황만을 공개했을 뿐 각 공구별 내역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첫째, 재판이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이고, 둘째, 방조제 시설이 국가예비보안시설로 지정되어 있는 시설물이기 때문이며, 셋째, 새만금 방조제 설계가 공사에서 기술을 연구․개발한 사업이므로 연구․개발에 공사의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고, 넷째, 법인 및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시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공사비 내역서공개가 기술유출이라고 한다면, 도급계약 체결과 동시에 이미 기술이 유출된 것이 아닌가!

정보공개법 제9조에는 비공개 대상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인 정보, 국가안보․국방․통일․외교 등에 관한 사항,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 보호에 관한 사항,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으로 중대하고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만한 정보에 대해 비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공사는 진행 중인 소송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정보의 공개가 국가안보에 어느 정도의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 기준과 근거에 대한 명확한 제시 없이 새만금사업이 단순히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 국가예비보안시설 지정 사업, 농촌공사가 기술을 연구․개발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담당공무원은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중대하고 현저한 지장을 일으킨다고 판단한 근거나 기준에 대해서도 이해시키지 않았다. 다만 비공개를 결정한 기준과 근거는 농촌공사 정보공개 심의위원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고 해명했다.

 

공무원은 재벌회사의 폭리규모를 숨기기에 급급

 

작년 한해, 경실련은 지속적으로 설계내역과 도급․하도급 내역을 분석하여 직접 시공도 하지 않는 몇 개의 대형 건설사들이 하청업체에게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였다.

이 같은 자료를 분석해내기 위해 경실련은 정보공개 청구에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했다. 그러나 공개를 청구한 자료에 비하면 확보한 자료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하도급과 관련한 정보는 영업상의 비밀에 해당된다고 하여 대부분 공개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될 경우 법인이나 개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이유이다. 때문에 경실련이 공사비 내역서 공개를 요청하면, “어디에 쓸려고 그러느냐”,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공개하겠다” 등으로 정보공개를 더욱 꺼리고 있어 제대로 된 자료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태이다.

최근 높은 통행료 부담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가고 있는 민자사업의 경우,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의 민자사업팀에서는 하도급에 관한 사항은 민간 사업시행자가 관리하기 때문에 건교부에는 이와 관련한 자료는 없다고 말한다.

공개될 경우 민자사업자의 폭리규모가 국민에게 알려질까 두려웠기 때문에 전혀 근거없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해당 공무원의 해명대로 정말 하도급 계약내용을 관리하지 않았다면 기본적인 건설감독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그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아무리 민자사업이라 하더라도 사업 초기 단계부터 운영수입보장까지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국민의 피땀어린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기에 국민은 우리의 혈세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무원들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오히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주기에 급급할 뿐인데, 이미 재벌회사들만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참여정부에서의 국민은 재벌급회사들만이 해당되는 것이란 말인가.

 

모호한 규정에 수수료 감면과 심의위원 구성도 마음대로    

 

현행 정보공개법 17조에는 공개를 청구하는 정보의 사용 목적이 공공복리의 유지 및 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비용을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대부분 공공기관은 간단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 아무런 이의없이 수수료를 감면하나, 일부 기관의 공무원은 ‘~ 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트집잡아 한푼도 수수료 감면 혜택을 줄 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건설교통부 내에서도 부서마다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다. 건설교통부의 건설환경팀에서는 공개를 청구한 자료에 대해 소속단체에 대한 간단한 소명자료를 제출하자 수수료가 감면되었다.

그러나 민자사업팀의 경우 “수수료 감면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어디 있냐”며 “우리도 복사비 정도는 받아야겠다. 돈 많은 시민단체가 얼마되지 않는 수수료 가지고 뭘 그러냐”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재벌회사와 민자사업자에게도 복사비를 아까워하는 정신으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한 개의 사업에서 수천억원의 폭리가 과연 발생할 수 있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보공개 심의회의 위원 구성 또한 모호하기 그지없다. 정보공개법 제12조는 ‘정보공개 심의회’의 위원은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의 절반을 국가기관 등의 업무 또는 정보공개의 업무에 관한 지식을 가진 외부전문가로 위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명한 심의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사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 심의위원 구성이 필수적이지만 앞서 예를 들었던 새만금 사업의 농촌공사는 경우 위원장을 제외한 4명의 위원 중 외부위원 2명은 모두 새만금 방조제 건설 사업의 현장책임자들로 채워져 구성됐다.

결국 5명의 심의위원 모두가 내부 인사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수행하는 사업에 대한 정보의 공개를 꺼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 같은 상황에서 정보공개에 대한 공정한 심의가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얼마 전 철도공사는 3억원이상의 공사 계약과 관련한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상시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국정의 국민 참여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보의 상시적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번 철도공사의 결정이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대되어 지금까지 침해되었던 국민들의 알권리가 대폭 확대되기를 바란다. 또한 제도의 운영상 미비점은 신속하고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며 공무원의 의식 또한 변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전히 부패국가로 여겨지는 국제 사회의 인식을 깨뜨리고 신뢰할만한 투명한 사회를 이루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별첨의 비공개사유들은 극히 일부의 사례에 불과한 것으로, 경실련은 앞으로도 근거없는 재량권을 남용하여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받는 정보비공개 사례를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임을 밝힌다.

끝으로 국민참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공개 행정업무조차 엉터리 진행되고 있음을 성명을 통해 알릴 수밖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더 모든 공공기관이 인터넷을 통한 상시 정보공개가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문의 : 시민감시국 02-766-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