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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감리사가 되레 시공사 눈치보기 급급
200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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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청이 감리업체 선정 좌우 부실감리 원인

 ⑦ 부실공사 추방, 감리문제 해결부터 <관련기사> 

* 건설현장 감리 ‘무용지물’
* 감리사가 되레 시공사 눈치보기 급급
* “분양원가 7개항목 공개” 
* [감리제도 개선 방향] 경력아닌 자격위주 감리평가

“시공사들이 도대체 감리사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 힘들다. 이대로 가면 주변 건물에 충격이 가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지난 11일 만난 서울 한 지하철 공사현장의 감리사는 이렇게 털어놨다. 소비자를 대신해 공사를 관리·감독한다는 감리사가 실제 현장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건설기술관리법(이하 건기법) 28조에는 감리사의 권한으로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확인 △품질관리·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 △발주자의 위탁에 의해 관계법령에 따라 발주자로서의 감독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법규상의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너무 명백하다는 것이다. 우선 권한을 실질화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공사현장에서 감리사가 기성물량(공사가 끝난 물량)을 확정해 발주기관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이에 따라 발주자가 공사 대금을 지급한다.

감리가 공사비의 출납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같이 감리자의 권한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없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책임감리제도가 도입되며, 공사 부실에 대한 책임은 감리업체가 지게 됐지만, 그에 걸맞은 권한은 전혀 도입되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감리사들이 공사장의 현장소장들에 평가받기까지 한다. 평가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경우 다음 감리물량을 따내는 것이 힘들어진다. 또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상복합건물 건축공사의 경우 3백 세대 이하면 감리자를 수의계약에 의해 선정하게 돼 있다. 감리사들이 현장을 장악하고 공사를 총괄 관리·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공사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감리비도 문제다. 감리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건설업체에서 직접 지급한다. 감리사들이 시공사에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제도 아래서는 엄정한 시공관리가 자리 잡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평가다.

실제로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이 지난 2003년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60명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중 24명(36.4%)이 ‘사업주체가 감리대가를 직접 감리사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공정한 감리업무 수행이 곤란하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감리업체 선정에 발주청이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발주청은 사전평가(PQ)에서 일정기준 이상 점수를 받는 업체 중 감리업체를 선정하게 돼 있다. 문제는 건기법 시행규칙 제13조에는 발주청이 사전평가(PQ)의 평가항목별 배점이나 평가방법을 조정할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발주처의 배점 조정은 업체의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구조적으로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한국전력 인천지사는 전직 한전 고위간부가 근무한다는 이유로 부적격 업체에 전기감리 용역을 발주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우리나라는 시공사에 밉보이면 더 이상 현장에 배치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심지어 건설사가 감리사를 평가하는 ‘감리평가제’의 경우 학생이 시험감독관을 평가하는 것과 같은 이상한 제도”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발주청 직원들이 직접 감리업무로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건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9월 기준 100억원 이상 공사 8백61곳의 책임감리원 7백77명 가운데 28.3 %인 2백20명이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퇴직자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건교부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 출신 감리단장 43명 중 88.4%인 38명은 자신들이 과거에 근무했던 기관의 발주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심재봉 화백

같은 기간 3백억원 이상 규모의 공공건설공사의 감리단장 중 건교부 등 공공기관 출신자 비중은 39%에 달하며, 정부 부처 산하공기업 발주 공사의 경우 퇴직 공직자 출신이 무려 64%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아예 발주와 시공, 감리가 한 몸이 돼 관리·감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리대상이 부실하게 지정돼 있는 것도 문제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모델 하우스다. 현행법상 모델하우스는 감리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모델하우스와 실제 아파트의 설비가 다르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최근 건설마감과 관련된 도배, 도장, 타일 등 13개 공종이 다시 감리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이 같은 불만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비자 보호원에는 설계와 다른 모델하우스로 인한 피해신고가 계속되고 있다. 모델하우스 자체가 설계대로 건설이 되는지 감리할 필요한 것이다.

건기연은 감리 시작 시기와 관련해 “공사 착공 시 감리원 투입됨에 따라 설계도 및 현장 숙지가 미흡하기 때문에 향후 공사착공 최소 1개월 전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모델하우스뿐만 아니라, 감리사들이 충분히 현장을 숙지하고 제대로된 감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유까지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순철 국장은 “현재의 감리제도는 건설업자로부터 독립된 것이 아니라 시민과 소비자로부터 독립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감리비와 공사현장소장의 감리평가시스템 등부터 우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의 신문 정영일 기자>

 ⑦ 부실공사 추방, 감리문제 해결부터 <관련기사> 

* 건설현장 감리 ‘무용지물’
* 감리사가 되레 시공사 눈치보기 급급
* “분양원가 7개항목 공개” 
* [감리제도 개선 방향] 경력아닌 자격위주 감리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