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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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지자체 뒷짐 ‘고분양가’ 자초한 검단…시장이 주도 ‘분양가 억제’ 이끈 천안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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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랴부랴 11.15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무섭게 치솟은 아파트값이 최근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은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역시 정부 정책이 무뎌질 경우 다시 되살아날 것이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경실련은 공동으로 오는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을 고민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 신도시 예정지인 검단1지구 ‘이지 미래지향'(이지건설) 아파트 33평형(오른쪽)은 2억5000만~2억7000만원(평당 755만~814만원)에 분양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검단 신도시 발표 이전인 지난 10월 20일 분양한 검단지구 내 삼라마이다스빌 33평형의 분양가는 1억5000만~1억7000만원(평당 510만~530만원)이었다. 비슷한 지역이지만 분양가는 무려 1억여원이나 차이가 난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정부가 신도시 분양가를 낮춰 집값 안정을 꾀하기로 했지만 최근 민간 건설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올려 또다시 부동산 시장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정부의 11·15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 다소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에도 역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분양가 인하와 관련해 원가산정 기준, 검증방법 등에 대한 방안을 내년 2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민간 아파트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민간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과 관련, 분양 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신도시 예정지인 검단지구의 경우 분양 승인권자인 인천 서구청은 민간 건설업체가 제시한 분양가를 그대로 수용해 고분양가 논란을 자초했다. 반면 천안시는 분양가를 올리려는 건설업체에 잇따라 제동을 걸어 ‘자치단체장의 노력으로 분양가 낮추기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 자초한 인천 서구청

먼저 인천 서구청 사례를 살펴보자. 인천 서구청은 지난 10일 신도시 예정지인 검단1지구 ‘이지 미래지향'(이지건설) 아파트 33평형에 대해 2억5000만~2억7000만원(평당 755만~814만원)에 분양승인을 내줬다. 지난달 26일 추경직 전 건교부장관이 검단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이 지역 집값이 들썩이자 이지건설은 재빠르게 분양승인을 신청했다. 인천 서구청은 분양승인을 접수받은 지 열흘 만에 건설사와 이렇다할 ‘줄다리기’ 없이 바로 승인을 해줬다.

그러나 이 같은 분양가는 검단 신도시 발표 이전인 지난 10월 20일 분양한 검단지구 내 삼라마이다스빌 33평형의 분양가 1억5000만~1억7000만원(평당 510만~530만원)과 비교하면 1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이지 미래지향 아파트는 지상 10층 3개 동에 33평형 128가구가 들어서는 소규모 단지로 모두 117가구인 삼라마이다스와 비교해 단지 규모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오마이뉴스>가 경실련과 함께 서구청이 공개한 감리자모집공고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검단1지구 택지공급 가격은 평당 300만원대로 150% 대의 용적률을 감안하면 택지비는 평당 225만~240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표준건축비를 적용하더라도 평당 분양가는 500만~600만원대가 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지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신도시 계획 발표 이전부터 이 가격에 승인을 받으려 했으며 신도시 건설 발표 당시 주변 시세가에 분양가를 맞췄다”고 말했다.

또 분양승인을 한 인천 서구청 관계자는 “인천 서구지역이 인천에서도 외곽에 있다보니 도심지에 비해 분양가가 크게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신도시가 들어서고 인천지하철 2호선 등 교통망이 확충되면 그 가치는 크게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 분양가를 규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고분양가 책정이 주변지역 집값을 끌어올려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검단 신도시 인근 검단4거리 주변의 대지부동산 최성훈 대표는 “검단1지구 주변 원당과 당하 지역에서 1~2년전에 분양한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500만~600만원대였으나 최근들어 아파트 평당 매매가격이 1000만원대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런 아파트값의 급등세 원인으로는 주변의 고분양가 행진 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검단지역의 고분양가 바람은 인천 전역으로 번졌다. 최근 분양을 마친 인천 소래논현지구 ‘인천 에코메트로’의 경우 당초 평당 700만원대인 분양가를 평당 900만원대로 25% 안팎 끌어 올렸다. 이처럼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는 더 멀어지는 실정이다.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은 “그동안 검단과 소래논현지구는 인천 외곽에 위치해 아파트 가격이 도심보다 30~40% 가량 저렴해 서민들에게는 내 집 마련을 위한 기회의 땅이었으나 최근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서민들에게는 이마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검단지역의 고분양가 바람은 인천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분양가 억제… 천안처럼만 해라

반면 충남 천안시의 경우 분양원가를 적극 검증하고 통제하려는 지자체의 시도가 집값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천안시에서는 최근 3년 동안 24개 단지에서 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천안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3년째 600만~65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근 평택은 인구가 천안보다 적고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도 분양가는 최고 770만원까지 올랐다. 청주시에서도 최근 731만원에 분양 승인이 이뤄졌다.

 

천안시는 지난 2004년부터 아파트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역 분양가를 자체적으로 통제해 왔다. 2004년 500만원, 2005년 624만원, 2006년 655만원을 상한선으로 정해 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분양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건설사가 제출한 택지비와 건축비, 간접비가 적정하게 책정됐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권한”이라며 “무엇보다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분양가 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성 시장은 경실련이 매년 ‘일한 만큼 대접받고 약자가 보호받는 정의로운 사회’ 실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상’ 2006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또 천안시의 분양가 억제 노력은 다른 지자체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도 단체장이 직접 분양가 거품 제거에 나섰다. 용인시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 검증을 위해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시 분양가 자문위원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분양가 억제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건설사들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분양가를 직접 건들다보니 자연스럽게 건설사의 반발이 거셌다. 천안시의 경우 이 때문에 최근 한 건설사와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월 한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가 평당 877만원으로 책정되자 천안시가 ‘자체 가이드라인을 넘었다’는 이유로 분양승인을 반려했으나 이 건설사가 천안시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

그러나 법원은 지난 8월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민간 자본으로 건설되는 민영 주택 분양가까지 지자체가 통제하려드는 것은 법치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천안시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현재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분양가 승인기구 만들어야

 

▲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를 통제하기 위해 자치단체에 독립성을 갖는 심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화성 동탄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민단체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지자체의 분양가 억제 노력이 실질적인 효력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11·15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당초 도입하기로 한 민간아파트 분양가 인하 방안을 끝내 미뤘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지자체가 건설업체의 분양원가 부풀리기를 검증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지침을 마련한 뒤 자치단체들이 이 기준에 맞춰 승인을 내주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민간 택지에 건설하는 아파트는 대지비, 건축비, 부대비용 세 개 항목 내역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한 뒤 분양 승인을 받게 돼 있다. 또 각 지자체들은 ▲광역단체장의 사업계획 승인 단계 ▲기초단체장의 감리자 지정단계 ▲입주자 모집 공고(분양 승인) 단계 등 세 차례에 걸쳐 분양 원가를 조목조목 살펴볼 기회가 있다.

김 본부장은 “지자체들은 건설사들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미 원가를 검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다만 자치단체장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분양가 억제에 나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실련이 문제제기한 화성동탄 신도시 건설사들의 분양가 부풀리기 사례는 지자체의 노력으로 분양가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차제에 자치단체에 독립성을 갖는 심의기구를 설치해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법으로 분양가 검증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하는 건설사에는 자치단체가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변호사)은 “무엇보다 자치단체에 법적 효력을 지닌 독립적인 분양가 심의기구를 세워,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검증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같은 지자체의 노력을 입법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들이 제출한 발의안은 ▲시·도단위 분양가검증위원회 설치 의무화 ▲단체장의 분양가에 대한 시정 권고 ▲단체장 권고 미행시 분양 승인 보류 등 자치단체의 행정 제재를 통한 분양가 안정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건설사·정부의 주택경기 위축 우려가 걸림돌

하지만 건설업계의 반발은 여전히 지자체의 분양가 억제를 막는 걸림돌이다. 이들은 자치단체가 분양가 억제를 내세워 주택 사업을 막을 경우 지역 주택 경기가 위축될뿐더러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도 여전히 정부의 의지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속적인 신도시 건설로 경기 부양 효과를 누리려는 마당에 정부가 업계의 반대를 무시하고 부동산 경기 위축을 야기할 수 있는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분양가 인하를 통해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빚고 있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에 대한 대책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를 통제하지 못하고서는 정부의 그 어떤 대책도 실질적인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만 분양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오마이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