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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김헌동 단장 인터뷰]대운하 사업은 허망한 아이디어일 뿐
200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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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공약은 특정 정치인과 특정 전문가의 설익은 아이디어 수준의 빌 공 자, 공약(空約)이다 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김헌동 단장(국책사업감시단)의 대운하에 대한 첫마디다. 경실련 대학생 기자단은 대운하 사업을 불법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에 제동을 건 경실련, 그 중심에 있는 김헌동 단장을 만났다.





대운하 사업에 관해 시끄러운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 세력들이 선거때마다 표심을 얻기위한 개발공약을 마치 정책인양 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정권의 노무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내걸었지요. 표를 얻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이 개발 공약입니다. 개발공약이 발표되면 개발 지역의 주민들은 표를 던져 주거든요. 개발공약을 쏟아내서 표를 사는 것에 능한 정치인들은 대운하를 표심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국민을 잘살게 하고, 국가를 발전시킬 비젼이 없는 사람들 이지요. ”

 김헌동 단장은 대운하 사업이 실질적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개발 지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운하도 결국은 노태우 정권기의 새만금 간척사업과 경부 고속철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이다.
 
 “경부고속철도도 처음에는 ‘6년 안에 공사를 끝내겠다, 6조원이면 철도 놓는다’고 했는데 18년째 공사가  안 끝났고 비용은 30조원이나 들었어요.” 

 정치인들은 사업비용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고(국민이 세금으로 충당하므로), 사업기간에도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책임을 질 필요가 없으니까 계획을 세우지 않은 개발공약을 남발하고, 준비되지 않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비용이 커지고, 사업기간이 장기화되고, 결국 모든 피해는 국민들이 입는다는 설명이다. 

 대운하 사업의 실체는 정부측 선전과 매우 다를 수 있다. 선전에 따르면 대운하 사업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요즘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취업과 관련된 문제라고 하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 대운하 사업은 과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낼까?


일자리 창출은 이름뿐이고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토건사업은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는 합니다. 하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80퍼센트는 건설 일용직 근로자의 일자리 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상 지식근로자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육체 근로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보다 훨씬 많아진 상태인데, 기성 정치인들은 과거 60,70년대 자신들이 했던 방식 이외의 방식을 찾지 못하니까, 지식근로자의 일자리를 만들 자신이 없으니까, 일시적인 육체근로자의 일자리를 만들어서 경기를 부양한다고 하는 것일 뿐이지요.”

 3만 7천여명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 진다고 했는데 이중 80%가 일용직 노동일 이라니, 장밋빛 수치의 그늘이 아닐 수 없다. 산업 구조가 매우 고도화된 지금 시점에서 토건 사업을 통한 노동인력 구인을 시대 흐름에 맞는 일자리 창출이라 보기는 어렵다.



지난 1년간 사회적 갈등비용만 10조원 들었을 것
 
 “대운하 구상을 발표함으로 인해 지난 1년간 근거도 없는 자료를 가지고 이루어 졌던 불필요한 찬반 논쟁의 사회적 갈등비용만 내가 추정컨대 이미 10조원이 투입됐어요. 정치인들의 불필요한 공방, 방송이나 신문의 상당한 지면을 차지하는 쓸데없는 기사로 우리가 얻는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5천만이 스트레스 받는 겁니다. 대운하 주변의 땅값 만해도 이미 수십조가 뛰었을 건데, 그 수십조는 앞으로 태어날 미래세대나 지금 개발지역 주변에 땅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준 것이나 마찬 가지 거든요. 14조짜리 사업을 한다고 구상하는 바람에 수십조의 손실이 운하 건설과 아무 상관 없는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온 거죠.”

 14조원이라는 돈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2008년 우리나라 국방 예산이 26조원 규모라고 하는데, 한해 국방예산의 절반 이상 되는 규모의 돈을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쏟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사업 계획서를 보고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대운하는 사업 구상만 있지 사업계획서는 하나도 없어요. 선진국에서는 14조원 규모의 거대 사업이 추진되려면 사업구상, 기본계획, 세부계획 단계를 거치는 것에 최소 4~5년이 걸리고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비용만 4000~5000억 원이 들어가는데 지금 정부는 이러한 과정들을 무시하고 밀어 붙이기 식으로 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서 성공한 사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국민 생활에 큰 파급효과를 갖고 있는 정부 사업 이라면 밀어붙이기 전에 우선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반대하거나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겨 사업기간도 더 길어지고 사업비용도 더 늘어나는 일은 경부고속 철도를 통해서 이미 경험해 본 일이지요. 6개월 만에 계획해서 6년 만에 끝낸다는 것이 18년 걸렸고 남들 5년 준비하는 것을 6개월 준비만으로 추진한 결과 사업비는 5배, 사업기간은 3배가 늘어났어요.” 

 사업 계획서를 우선 봐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개인이 소규모 사업을 시작할 때에서도 이것저것 다 따져보는 법이고, 또 이것저것 따져보고 시작한 사업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데 하물며 14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팔도강산을 뒤엎어 놓을만한 거대 사업을 구체적인 사업계획서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시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의 말대로 최소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 하는 기본적인 절차정도는 일단 거쳐야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 경부고속철도사업, 행정수도 이전사업, 대운하 사업, 이런 것들이 선거때마다 표로 이어진다고 하면 더 큰 개발 계획을 공약으로 또 내세울 겁니다(다음 대통령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상설 견제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고 이번 대운하 사례를 통해 그런 일들이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해요.”

 개발 사업비용과 각종 부작용들을 국민들이 모두 부담해 주니까 정부는 또다시 무책임한 일을 벌이려 하고 있다.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만약 자신들의 돈으로 자금을 댄다면 과연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 김헌동 단장은 14조원이라는 사업 비용이 임자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무책임함이 사업 추진의 원동력이라고 꼬집는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되풀이되는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며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가?

‘국토 위원회’를 만들자

 “정치인들이 설익은 공약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해요. ‘국토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을 마음대로 뜯어 고칠 수 없도록, 개발 사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일종의 헌법재판소와 같은 상설 독립 기구를 만들어서 제도적으로 견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력한 대통령이 집권 초반에 정책 드라이브를 시도하는데 여기에서 반드시 제외되어선 안 될 것이 국민의 동의이다. 여론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의 얼렁뚱땅 특별법 제정과 개발 독재식 밀어붙이기 시도를 막기 위한 ‘국토 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

민의(民意)를 받들어 주길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무원을 머슴이라고 했어요. 국민이 고용한 머슴 맞습니다. 우리가 세금내서 월급 주니까요. 그러면 정치인은? 정치인은 심부름꾼입니다. 심부름꾼은 주인이 원하는 심부름을 해야 해요. 심부름꾼은 주인으로부터 검증을 받아서 주인이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거죠. 심부름꾼이 ‘내가 뽑힐 때 한다고 했으니까 주인이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라고 하면 주인이 해고해야 합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심부름꾼은 심부름꾼답게 주인이 시키는, 주인 대다수가 원하는 심부름을 해야 하겠죠.”

 한반도는 현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자산이기 때문에 대운하 사업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이루어 져야 한다. 서둘러 추진한 사업은 자칫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에 빠질 수 있다.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 내는 특별법이 아닌,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지고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되길 기대한다.


작성. 경실련 대학생 기자단 강동호, 한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