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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반값 아파트는 어디로 사라졌나?

“다른 부서에 물어보시죠.”

 

 

 

 지난 16일 국토해양부에 ‘반값 아파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해 문의하자, 여러 차례 돌아온 답변이다. 그 전에 이미 토지주택공사(LH)에 문의했을 때 공사 관계자가 “국토부 소관”이라며 답변을 미룬 터였다. 이후 토지임대부 주택 담당자와 통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06년 말 집값 폭등기에 국민의 큰 호응을 받았고,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된 토지임대부 주택은 어느새 잊혀진 정책이 됐다. 그 자리를 보금자리주택이 대신했지만, 3.3㎡당 분양가가 1200만 원대(위례신도시 기준)인 이곳에 서민이 살 수 있다고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6·2 지방선거가 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서울시의 보금자리·장기전세주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주거복지 정책대안을 내놓는 후보도 찾기 힘들다. 지난 15일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청약현장에서 만난 한 청약예정자의 다음과 같은 물음에 답해야 할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은 묵묵부답이다.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 얘기하면서 ‘반값 아파트’ 나온다고 얘기 많이 나왔잖아요. 근데, 어디로 사라진거죠?”

사라진 ‘반값 아파트’는 어디로?… “MB의 보금자리주택에 밀렸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지난해 4월 특별조치법이 제정됐고, 10월에는 시행령이 통과되는 등 그 법적 근거를 갖춘 지 오래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정책의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정책우선 순위에서 ‘반값 아파트’ 토지임대부 주택이 보금자리주택에 밀린 모양새다.

 

 국토해양부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인 서울 세곡·우면지구 전체 8300여 가구 중 토지임대부 주택 754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사전예약을 마친 일반분양주택과는 달리,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르면 내년에나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 아직 주택사업승인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한나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보금자리주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상황”이라며 “토지임대부 주택이 아무리 과거 한나라당 당론이었고, 분양가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시행자인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주택 추진상황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토지임대부 주택은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사업이기 때문에 토지주택공사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발뺌했다.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결코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시행자와 논의하면서, 서울의 입지가 좋은 곳에서 분양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런 곳을 찾고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정책 순위에서 밀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껏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고, 토지임대료가 얼마가 될지 아직 알 수가 없어 소비자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특별조치법 이후 경쟁력을 알아보기 위한 첫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물량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분양원가 공개를 통한 건설비 거품빼기, 저소득층 주거비 지원 등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성패를 가를 토지임대료 부담 절감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시행령에 나와 있는 대로 할 뿐”이라고 전했다. 시행령은 조성원가에 3년 만기 예금 이자율을 적용한 금액을 1/12로 나눠 월 토지임대료로 책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달 경실련 시민감시국 부장은 “다른 주택법보다 우선되는 특별법까지 만들었는데도 추진이 부진하다, 정책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시행령 외에 토지임대료를 낮출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지 않는 것을 보면 군포 실패 사례가 떠오른다”고 전했다.

 

2006년 뜨거웠던 ‘반값 아파트’ 논쟁… 기대는 실망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사업에 소극적인 국토해양부의 모습은 지금껏 선거 때만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세웠다가, 그 이후 ‘나 몰라라’하는 정치권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금껏 ‘반값 아파트’ 공약과 그 실행 과정은 기대했던 서민들의 실망만 크게 키웠다.

 

 1992년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가 처음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세운 이후 선거 때마다 아파트값을 낮추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특히, 2006년 집값의 유례없는 폭등과 2007년 대통령 선거가 맞물리자 2006년 말 정치권에서는 반값 아파트 공약이 쏟아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시민단체에서 이미 제기됐던 토지임대부 주택 공약을 내놓으면서 “반값 아파트가 가능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한나라당은 같은 해 11월 당론으로 정하며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분양원가를 공개해 부풀려진 건설원가를 바로잡지 못하면 반값 아파트는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시 참여정부 역시 “지을 만한 싼 땅이 없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후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은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공약을 내놓았고, 심상정 당시 민노당 의원은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공약을 제시했다. 모처럼 정치권이 정책 경쟁을 벌이자 국민은 큰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7년 10월 참여정부가 경기 군포시 부곡택지개발지구에서 시범적으로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을 내놓았지만, 전체모집 804가구 중 119가구만 청약해, 큰 실패를 낳았다. 3.3㎡당 450만 원에 이르는 높은 건물분양가와 월 40만원에 이르는 토지임대료를 낼 수 있는 서민은 많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25평 아파트값 1억1천만 원에 30년간 토지임대료를 더한 총 부담금액은 2억5천만 원으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보다 5천만 원이나 비싸다”며 “정부와 주택공사(현 LH)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면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지적했다.

 

 이후 참여정부와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였고, ‘반값 아파트’는 정치적으로 변질됐다. 대선후보로 나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건축원가 거품빼기와 ‘토지임대부+후분양제’ 결합을 통한 ‘반의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놓았지만, 이미 ‘말로만 반값 아파트’ 공약에 큰 실망을 느낀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

 

“집값 문제는 우리사회 중요문제… ‘반값 아파트’ 정책 경쟁해야”

 

 문제는 앞으로다. 이명박 정부의 서민주거대책인 보금자리주택이나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에 대한 불만이 나타나는데도, 이를 뛰어넘는 대안은커녕 구체적인 주거복지대책 공약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보금자리주택가 중심인 위례신도시 개발방식을 비판하며 토지임대부 주택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던 심상정 경기지사 예비후보(진보신당)는 “다른 후보들이 주거복지 정책을 내놓은 게 없어 정책대결을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 예비후보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가 우선되고 무상급식 정책만 부각되는 상황에서 주거복지 등 다른 정책 만들기에 신경 쓸 겨를 없다”며 “솔직히 현 시점에서 공공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반값 아파트 논쟁을 주도했던 홍준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주거복지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라며 “이번 선거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토지임대부 주택 찬성 여부를 떠나 2006년 반값 아파트 논쟁은 긍정적인 정책경쟁이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앞으로 후보들이 이 같은 공약을 내놓고 정책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문의 : 경실련 시민감시국 Tel. 02. 766. 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