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활동가이야기] 20대 회원을 만나다! (황호식 회원 인터뷰)
2017.09.29
363

회원팀에서 회원들 인터뷰를 하고 월간경실련에 싣고 있습니다. 모든 회원을 인터뷰할 수는 없지만 회원들과 더 긴밀해지고자 하는 마음으로 한 분 한 분 만나고 있습니다. 10대 회원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본의 아니게 연령층 순서대로 가는 것 같은데, 이번 호에는 20대 회원 분을 만났습니다. 10대 회원수보다는 조금 많지만 경실련 회원층 가운데 10대 다음으로 두 번째로 적은 회원 연령층이 20대입니다.

20대 회원을 늘려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어떻게 돌파해갈지 고민하며 인턴활동을 계기로 2014년부터 경실련과 인연을 맺어 오고 있는 황호식 회원을 만나러 경기도 양주에 다녀왔습니다.

 

▲ 인턴활동을 계기로 회원이 된 황호식 회원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대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나이인 20대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는 황호식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초등교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며 지내고 있어요.

 

  • 경실련 회원이 되신 계기는?

경실련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서 3년 전에 인턴활동을 했었습니다. 저는 그 때 회원홍보팀에서 일했었는데, 일하면서 느낀 점은 경실련이 복지단체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데, 일하시는 분들에게 그에 해당하는 보상이 부족하다 싶었어요.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돈을 할 수는 없지만, 적은 돈이나마 꾸준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적은 돈으로 하는 대신에 오래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 현재 중2학생들이 새로운 수능 시험을 보게 됩니다. 2022년 수능개편안을 비롯해 현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가난한 아이들이 올라설 기회가 갈수록 더 줄어드는 거 같아요. 사실 예전에는 3년간 내신을 못했어도 수능을 잘 보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물론 수능도 한계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난한 아이들이 뚫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수능이라고 봅니다. 내신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다고 봐요. 가난한 아이가 3년 내내 1등급 받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갈수록 정시보다 수시 비율이 높아지면서 내신과 자기소개서 등이 중요해지는데, 사실 한국에서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자기소개서에 쓸 만한 것들을 뭘 그렇게 많이 이루었겠어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아이들은 집안의 지원이 있는 아이들에게나 가능하죠. 어떤 경우든 가난한 아이들이 일발역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수능개편안은 그런 수능에 대한 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이어서 염려가 돼요.

저도 수능개편으로 피해를 본 세대에요. 2008년에 대학을 들어갔는데 수능등급제로 바뀐 세대거든요. 1학년 때는 내신만 반영하겠다고 해서 내신만 열심히 했는데, 2학년 때는 논술을 많이 보겠다 해서 논술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3학년 때 수능이 확 등급제로 바뀌어버리는 바람에 약간 피를 봤죠. 지금 중2 학생들 보면 얘네도 고생을 하겠구나. 그런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 부산여중생 폭행사건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어른만큼 처벌하자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법리체계상 어렵다고 해요. 중학생들은 선거권 같은 기본권리가 없기 때문에 어른만큼 처벌하려면 기본권을 제공해야 하는데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은 조금 낮춰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보면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정도는 처분을 받아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은 교사들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소리를 질러도 안 되고, 벌을 세워도 안 되고 아이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 것도 없어요. 저학년 고학년 따지지 않고 정말 상상 이상의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교사가 어떤 처벌이나 훈육을 가할 수 없어요.

학생이 교사한테 실내화를 집어던지고, 책상을 집어던져도 교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게 학교폭력위원회를 여는건데, 그건 들이는 노력에 비해 하찮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학교폭력위원회가 생각보다 문제가 많은데 그래서 경찰에서 관리하겠다 하면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그러고도 교사냐? 아이들을 성직자처럼 대해야지’라는 암묵적 요구가 있어요. 사실 저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성직자처럼 이 아이를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수준까지 가려면 적어도 교사가 아이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권한이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교권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교사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중학교 폭행 사건 일어날 동안 선생님들은 뭐했냐 하시는데 그건 잘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들이세요.

현장에 나오시면 더 한 것들 많이 보실거에요. 누구나 다 그런 일이 있다는 거 알아요. 부산 여중생 사건이 전혀 특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경중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요. 하지만 학교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런 부분들에서 무기력감을 느낍니다.

 

▲ 지난 9월 6일, 황호식 회원의 학교가 있는 경기도 양주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경실련 인턴 출신 회원이신데, 인턴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여러 가지 일이 기억에 남는데요, 일단 저는 경실련 인턴을 시작할 때부터 조금 다른 인턴들과 달랐어요. 다른 인턴들은 학교에서 인턴프로그램을 통해서 신청하고 오는데, 저희 학교는 그런 게 없었어요. 시민단체에 대해 알고 싶었고, 잘 알려면 왠지 큰 단체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실련 홈페이지에서 주소를 보고 대학로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여름방학 시작하기 한 일주일 전이었는데, 무작정 사무실에 가서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고 한거죠. 경실련 사정상 유급으로 일하긴 어렵다는 걸 대충 알고 있어서 무급으로 일할테니 시켜달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 때 당시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논문 표절 의혹과 학술연구비 부당수령 등 비리가 많았어요. 그래서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검찰청 앞에서 했는데, 제가 교대생이라고 저보고 발언을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진이 찍히고 기사가 나갔는데, 저희 학교 총장님이 보시고 저한테 전화를 주셨어요. 왜 그런 활동을 하고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국립대니까 교육부장관에게 찍히면 좋지는 않겠지요. 물론 총장님 입장은 이해하는데 그 정도로 우리 사회가 아직은 의견의 다름에 대해 국립대도 많이 흔들리는구나 하는 조금 씁쓸했던 기억이 있어요.

인턴하면서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었어요. 교사가 되고 싶어 교대를 진학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맞는 거 같아 휴학하고 직장생활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했었어요. 시민단체 일이 저한테 잘 맞는 거 같아 상근자로 지원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다시 복학하고 학교 마치고 기간제 교사를 하게 됐는데 막상 해보니까 또 맞는 거 같아 임용고시를 보고 교사가 됐어요. 현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 20대 회원으로서 어떻게 하면 경실련에 20대 회원을 늘릴 수 있을지 조언 부탁드려요.

저도 인턴할 때 고민 많이 했었어요. 이거는 그때부터 큰 고민이었어요. 그 때 이야기 나왔던 게 20대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SNS를 해보고 이런 저런 홍보도 많이 하자 이런 식의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 방법도 나쁘진 않지만 SNS로 이름을 알리는 건 어떻게 보면 쉬운 거 같아요. 그 대신 더 많은 좋아요와 호응을 얻기 위해 조금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방법들이 동원되겠죠.

그런 것보다 경실련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고 그걸 잘 알리는 거죠. 정말 큰 건을 잡아서 터트리면 좋겠어요. 사회적으로 큰 건이 터졌을 때 이 건을 앞장서서 탐사팀처럼 파거나 아니면 하나를 잡아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그래야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그동안 티를 안 냈다면 앞으로는 티를 많이 내면 좋겠어요. 경실련하면 어떤 느낌이 있냐면요, 음지에서 일한다는 느낌이 강해요. 사람들은 사회가 바뀌었네 하지만 이게 누구 때문에 바뀌었다라는 건 모르고 지나가요. VOIP 같은 것도 망중립성 관련해서 경실련에서 신경을 많이 쓴 걸로 기억하거든요.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좋아지는 게 있는데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바뀌었는지는 몰라요. 이랬을 때 경실련이 이런 노력을 해서 그런거다라는 것을 언론들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공정한 언론들과 협력관계를 잘 맺으면 좋겠어요.

 

▲ 좋은 교사로 학교라는 장에서 경실련 운동을 뜻 깊게 펼쳐가길 응원합니다.

 

  • 끝으로 현 교직에 계신 선생님으로서 제자(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제가 좋아하는 말이 체 게바라가 한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항상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말이에요. 초등학생들보다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적합한 말일 수 있는데요, 학생들이 현실적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교사의 전문성은 많은 경험이라고 봐요.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진로 때문에 고민할 때 정말 다양한 길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길을 선택해 깊게 가져가는 건 아이의 역할이지만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 교사의 역할이라고 봐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보다는 제가 더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현직교사인 저한테 아이들을 맡기시는 학부모님들에게 자식들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이 사회가 정말 다양한 계층이 모여 있고 다양한 계층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는 걸 가르치고, 이 친구와 이 친구가 많이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넓은 눈을 열어 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교사로 일하는 이야기 들으며 학생 인권 신장도 중요하지만, 교권이 많이 떨어지는 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욕물 버리다 그 안의 아기까지 버린다는 속담처럼 잘못된 것을 바꾸려다 참된 배움과 깊은 사제관계라는 소중한 가치를 함께 버리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학창시절 직업인의 자세로 교사를 하는 선생님들을 볼 때 아쉬운 마음이 많았는데, 아직 교사로 보낸 기간은 짧지만 자기생각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황호식 회원을 보니 소신있는 훌륭한 교사가 되리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학교일이 너무 바빠 경실련 활동들 꼼꼼히 잘 보지 못한다고 미안해했는데, 자기 자리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인턴 활동이 학교에 제출하기 위한 형식적인 활동으로 전락한 경우도 많은데, 스스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직접 찾아와 일하고 싶다고 한 황호식 회원처럼 우리사회 20대들이 패기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