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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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평화] 20000504_남북정상에게 드리는 건의문
200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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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남북 정상 간의 첫 만남은 지난 55년 간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되어 온 분단사를 끝 낼 수 있는 역사적인 대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세계 에서 유일한 냉전의 섬 한반도에서 냉전을 종식시키고, 남북이 화해와 협 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며,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초석을 놓는 계기 가 될 것입니다.

 

온 겨레가 염원하는 성과를 거들 수 있도록 남북 양 당 국은 겸허한 마음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임해야 하며 선의에서 최선의 노 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 두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다음과 같이 우리의 간절 한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고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1989년 12 월 미소 몰타정상회담이 전 세계에서 냉전체제를 종식시킨 역사적 기점 이 되었듯이, 2000년 6월 12-14일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남북냉전시 대를 끝내고 평화공존의 남북평화시대로 진입하는 역사적 기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하여 민족문제와 한반도 문제는 남북당사자 가 해결 주체로서 주도적으로 풀어나갈 것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발표문에서도 천명하고 있듯이, 남북은 [7.4 남북 공동성명]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인 ‘자주의 원칙’에 따라서 한반도문제 를 남북한이 중심이 되어 상호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남북정상이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하며,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와 남북당 국간 대화의 상설화를 합의해야 하며, [남북기본합의서]체제로의 복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북의 동포 들과 당국의 자세 및 각오가 보다 대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인도주의적인 문제와 정치 및 경제 등 다른 문제들은 분리되어 서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식량과 비료 지원 등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하며 이산가족문제와 비전향장기수 송환과 같은 인도주의적인 문제는 최우선적으로 합의를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인도주의적 문제의 해 결은 얼어붙은 남북동포들의 마음을 녹이고 남북간의 화해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조기에 성사되어야 합니다. 남북 당국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둘째, 남북관계의 진전과 신뢰감 조성을 가로막는 상호주의 원칙은 지 양되어야 합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향후 남북대화에서는 비등가성과 비동시성의 원칙이 견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민족문제에 엄격한 상호주의 를 고집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단사에서 초래된 남 북관계의 비대칭적이고 불균형적인 상태는 양보와 배려의 유연한 자세를 필요로 합니다. 과거 상호주의 원칙에 대한 집착이 우리의 전향적인 대 북 정책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남북 관계의 진전을 방해한 부정적인 역 할을 했음을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양 정상이 서로 역지사지하 는 자세로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민족문제와 인도주의 문제를 함께 풀어 야 합니다.

셋째,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소모적인 논쟁과 경쟁을 지양하고 화해 와 협력의 정신에 기초하여 공존공영을 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로를 타도의 대상인 적으로 간주하는 인식과 자세에서 벗어 나, 상호간의 이익과, 그리고 민족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 니다. 남북관계를 지금까지의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벗어나 협력적 공생관 계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넷째, 남북은 이미 [남북기합의서]의 [남북화해 부속합의서] 제4조에 서, [남북기본합의서]에 저촉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의 개정 또는 폐기 문제를 법률실무협의회를 통해 협의하고 해결하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 다. 남북정상은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가로막는 냉전시대적 법률들인 남쪽의 국가보안법과 북쪽의 노동당규약전문과 형법 등을 전향적으로 개 폐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분단반세기동안 통일관련 민간단체는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민족의 화해협력과 평화실천을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대표단 구성시 민간단체 를 참여시키고 이후 진행되는 각종 논의와 협상의 내용을 시민사회와 같 이 공유해야 할 것이며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분야에 대한 정부차원의 모 든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여섯째, 정상회담에서는, 냉전체제를 구조화하고 제도화했던 냉전구조 와 제도를 해체하는 문제들이 비중 있게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축의 실행은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실질 적인 조치입니다. 6월 정상회담에서는 적어도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을 완 화하고 군축을 위한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해야 하며, 기본적인 조치들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군비경쟁중 단선언’을 발표하여 군비경쟁의 중단과 군축협상의 개시를 약속해야 하 며,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과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서해와 동해의 해상불가침경계선에 대한 조속한 협상에 합의해 야 할 것입니다. 또한 [남북기본합의서] 제12조와 제13조에서 이미 합의 하고 있는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에 관한 사항들의 이행을 약속하고 이 를 위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위 재가동에 합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의견대립을 보여온 현안들에 대해서 남북정상이 허심 탄회하게 논의하여, 꼬인 매듭을 풀고 남북관계의 기본틀을 정하는 진솔 한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의제에 대한 제한을 두지 말 고 남북간에 현안이 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남북정상간에 논의되어야 합니다. 50여년 냉전을 지속하기 위해 남북은 얼마나 큰 경제적, 정치적 희생 을 치러내고 있습니까. 이러한 소모적이고 퇴보적인 상태를 빨리 끝내야 합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냉전을 종식시키고 남북간의 화 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 민족사의 큰 전환점이 되기를 갈망 하면서, 이를 위해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화해와 평 화의 새역사 창조의 각오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2000년 5월 4일

 

(사)경실련통일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