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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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평화] 20021022_새 정부 출범과 남북관계의 재정립 포럼 참가기

<통일협회 박준우 간사>

 
이번 합동포럼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행사 시작 1시간 전 프레스센타 20층에 도착한 필자는 민주평통의 주관 하에 차분히 진행되는 준비과정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자문기관으로서의 위상에서 묻어져 나오는 빈틈없는 일처리를 눈여겨 보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포럼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한 명 두 명 통일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로비는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최근 한반도와 미국의 관계가 국제적인 핫이슈로 부각되면서 포럼은 시작 전부터 그 열기가 고조되어 있었다.  
 
지난해부터 부각된 북미냉전구도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남북교류정책과 긴장관계에 서면서 자연히 국민들의 관심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 이날 주최측이 마련한 좌석은 200석이었는데 포럼에 참석한 사람은 훨씬 많아서 의자를 추가로 준비하기도 하였으며, 한편 포럼을 주관한 경실련통일협회, 민주평통, 한국세계지역학회가 각각 민·관·학을 대표하는 단체여서 관심을 더 받았던 것 같다. 
 
최근 현대의 대북송금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간주해야 된다는 의견과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양분되는 상황에서 이번 포럼을 개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였다고 생각하는 바, 남북문제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대화와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번 포럼이 일부분이나마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때마침 기조강연을 한 정대철 의원은 노 당선자의 대미 특사단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여 워싱턴의 대북정책을 진두지휘하는 부시 정부의 핵심인,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과 만나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였으며, 이번 방미를 계기로 한미간에 긴밀한 협조체제를 공조하기로 한 것이 큰 성과였다고 하였다. 
 
특히, 한반도 불안요소인, 북미핵문제와 관련하여 정 최고위원은 94년 체결한 북미제네바 기본합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신뢰구축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으며, 그 내용은 남북한과 미국의 상호 손해가 없는 파레토최적의 원칙과, 다자틀과 양자협상의 동시진행 및 한반도의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무기의 포괄적 원칙이다.
한편, 정 최고위원은 자신이 언급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북핵보유설”은 언론에서 오보하여, 본의 아니게 국민들에게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본격적으로 합동포럼의 본 회의가 시작되면서, 정형곤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교류협력 분야의 평가와 개선방향에 대한 제1주제를 통해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경제의 회생이 필수적이고 각종 규제완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으며, “또한 선결과제로 북한경제의 회생은 북한 스스로의 변화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고 언급하여, 북한이 능동적 개혁, 개방을 할 마음가짐이 먼저 있어야 된다고 강조하였다. 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라 그런지 한국기업이 북에 진출하면서 겪는 이질적 체제에 대한 현실적 극복 방안을 조리있게 정리하여 발표한 것 같았다.  
 
이어서 제2주제인 “안보분야의 평가와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통일연구원의 박영호 정책실장이 발표하였다. 박 실장은 남북한이 경제적 측면에서는 일보 진전하였지만 안보관계는 여전히 냉전시대의 논리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은 군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과 직접 협상하려고 하여서, 앞으로 남북한에 끊임없이 해결해야 할 과제 안보부분이고 해결과정에서 진통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였다. 
 
두 분의 발제가 끝나고 토론자로 나선 명지대 경제학과 심의섭 교수는 이번에 금강산 육로관광을 직접 갔다왔다며, 그 곳에서 북한의 여 안내원이 미국 CNN 기자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을 보고 북한이 많이 변화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음을 소개하였다. 한편, 한국에서 경공업 위주의 경제개발을 하는 것은 북한 발전에 큰 도움이 안된다고 하였으며 중점적인 산업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얼마전 통일연구원의 오승룡 박사가 모 토론회에서 “동북아경제중심국가의 건설과 남북경협”을 발표할 때의 내용과도 유사한 것 같았다. 
 
주장이 열띠게 오고가는 동안 예정했던 시간이 초과되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후 곧바로 진행된 2부에서 주제발표를 한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북미 불가침조약이 미국측에 의해 불가능할 경우 미국의 북한에 대한 ‘침공의사 없음’을 문서로 확약하고‘5+5’ 협의체(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미,러,중,영,프 + 남북한, 유럽연합, 호주, 일본)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보증할 경우 북핵문제와 북의 체제보장 및 경제재건의 일괄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시하였다. 이 내용은 북한의 입장에서 핵문제를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미국의 입장에서 핵문제를 접근했던 외국어대 남궁영 교수는 현실적으로 미국이 세계패권국가이고 북한에 강력한 압력을 넣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며 민족공조도 중요하지만, 미국과의 한미공조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경호 교수는 발제주제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전망 및 실현방안’의 내용이어서 발제문을 정리한 김교수 본인도 총체성과 부분성 사이에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하였고, 여기에 토론자로 나선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김근식 박사도 발제 내용이 방대하여 정리가 잘 안된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남북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동북아와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며,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미국과 북한이 한 발짝씩 양보하도록 유도하여 타협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새 정부의 역할과 과제를 피력하였다. 
 
한편, 시간이 갈수록 회의장의 열기는 고조되어 발제와 토론자, 청중이 함께 토론에 심취하여 들었는데, 특히 방청객의 질문은 너무 날카로워서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는 듯 보였다. 그 중에서 경실련통일협회의 김낙중 회원은 “안보분야의 평가와 개선방안”의 발제내용 가운데에서 북한이 미국하고만 군사협상을 하려 한다고 인용한 내용에 대한 반론으로 “현재 한미간에는 전시군사작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가? 바로 미국이다. 이 땅의 군대 통치권이 미국에 있으니까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라고 본인의 주장 같은 질문을 예리하게 던졌다. 이러한 모습들이 금번 토론회의 전체적인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그간 통일관련 토론회에 많이 참석하였지만 대체로 실망을 많이 하였다. 이유인즉, 보통 토론장에서 거대담론이 패널들 사이에서 오고가다가 청중이 끼어들면서 분위기 험악해지는가싶게 급기야 고성을 지르고 정적 언쟁만 하다가 소득없이 끝나는 경우를 여러번 보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공허한 토론회에 비하면 이번 포럼은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내용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소득도 많았던 것 같았다.  
 
이번 포럼을 공동주최한 단체의 소속원으로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아울러 그날 참석하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대회 준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신 민주평통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이번과 같은 포럼이 자주 개최되어 국정의 올바른 방향제시에 일조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글을 끝맺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