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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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평화] 20030521_한미정상회담결과에 대한 경실련 입장


 금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을 수용한 친미굴욕외교라는 부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이제야 북핵 해법과 대북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긍정적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국민적 지혜를 모아도 부족한 형편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놓고 또 다시 우리 사회가 분열 현상을 보이는 것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도 작금의 갈등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당장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양국 정상간 합의의 내용과 배경 그리고 실제 정책 추진방식 합의 정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 해법과 대북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섣부른 평가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었던 불안정한 한미공조를 회복하고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불신과 우려를 해소한 점은 향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를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에 인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하면서도 핵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 추가조치의 고려를 합의한 점과, 노무현 대통령이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천명하면서도 북핵 문제를 남북교류와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앞으로 북핵 문제의 진행상황에 따라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다.

 우선 추가적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미국에게 한국 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의지를 신뢰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게는 최악의 경우 한국정부가 결코 북한 편을 들지 않을 것임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나름의 건설적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강경 대응과 미국의 군사적 제재라는 상호 상승적인 위기국면이 도래할 경우 우리 정부가 전쟁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와 남북교류의 연계를 시사한 점 역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핵보유까지 선언한 북한에게 지금과 같은 무조건적인 교류협력이 아니라 행위에 따른 대가 제공의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를 경색 시키고 북한에게 강경 대응의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북핵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지금의 불확실성 속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북핵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명확한 입장표명과 설명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과연 군사적 대응까지를 양국이 합의한 것인지, 북핵과 교류협력을 분리하는 기존의 병행전략에서 연계전략으로 완전히 변화한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이른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핵 불용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현실적 고민의 산물임을 이해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미동맹을 확고히 하면서도 남북관계를 지속하려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 혼자만의 고민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향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정부가 어떤 입장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 앞에 명확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을 막으면서도 북한의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고 북한이 결단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대북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이제부터 탄탄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북한에게 할말은 당당하게 해야한다. 쌀을 비롯한 인도적 민족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조건 없이 충분하게 해주면서도 북한이 잘못하고 있는 점은 정확하게 지적해서 교정시켜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당장은 북한의 비위를 거슬려 남북관계를 경색 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북한을 위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가장 빠른 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