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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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평화] 20030711_찬반토론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 이 말은 4세기경 로마의 군사작가 베게티우스(Vegetius)가 한 말이다. 무수한 침략과 6.25 전쟁을 경험한 우리나라로서는 이 한마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단 50년, 남북한이 서로 총구를 겨눈 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오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총구에 꽃을 꽂을 수는 없는가? 평화를 위해 평화를 준비할 수는 없는가?


 

사실 이 논의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최근 다시 내년 국방비 증액을 둘러싼 문제가 포문을 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서해교전 1주기를 앞두고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에 다른 예산은 절감해도 국방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액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국국방연구원이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도 국방비 증액 필요성이 집중 제기됐다. 그러나 반대 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평화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자주국방이라는 미명하에 실제로는 미국에 대한 군사적 종속을 고착시키는 한편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 군비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 역시 이 문제를 두고 찬반토론으로 뜨거웠다. 지난 5월 초 ‘국방비 증액해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방을 개설하자 100여 건에 가까운 진지하고 논리적인 글들이 올라와 상대방을 설득하기에 바쁘다. 다음은 토론의 쟁점들을 정리한 글이다.


2002년 우리는 국내 총생산(GDP)의 약 2.8%를 국방비(16조 3640억원)로 사용했으며 주한미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액은 주둔비용의 약 42%인 4.7억 달러를 사용했다. 국방부가 요구한 내년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28.3% 증가한 22조 3495억원. 요구안대로 예산이 배정될 경우 IMF이후 GDP대비 2.7~2.8%에 머물렀던 국방비 비율이 IMF전인 3.2%까지 높아진다.


 

“국방비는 보험, 투자할수록 대북 억제력이 강화된다.”(이대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참여정부는 국방예산(3% 이상)과 주둔비용(50%)을 책정해야 한다.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과 미래의 다양한 안보위협을 감안할 때 2.8%는 너무 낮으며 첨단장비 구입과 자체개발(R&D 투자)을 통해 한국군을 현대화하여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미군 기지를 오산과 평택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으로 주한미군의 감축은 전력약화 즉 대북 억지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전방에서 빠져나간 미군을 대신하여 교체투입될 한국군은 현재 주한미군이 보유한 첨단무기로 무장해야 하는데 이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또한,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50%를 부담하는 것은 이미 미국과 약속된 사항이다. 일본의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관계가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관계보다 평등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북한으로부터 받는 직접적인 위협이 일본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이 80%인 것도 작용한다. 한마디로 우리도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을 얻어야 한다. 주한미군의 후방이전비용 역시 우리가 부담하여 한미 동맹관계에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의 화력이 생각보다 약할 수 있으나 단정할 수는 없다. 국방비는 일종의 보험으로 투자하면 할수록 대북 억지력은 강화되며 우리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사적 신뢰구축과 국방예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장희 한국외대 법대 학장)  

 

장기적으로 국군의 현대화와 용산기지 이전 및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된 자주국방을 위해 국방비의 증액 필요성은 언뜻 보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변화된 한반도 안보상황과 국방비예산의 지출구성 및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국방비의 증액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의 증액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국방비 증액은 매우 민감한 사항으로 북한의 군비증강을 부추길 수 있어 남북한 군비 경쟁을 다시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의 2.8% 범위에서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 한다. 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째 유지해온 2.8% 국방비 증가율을 새삼 3% 이상으로 증가시킬 이유가 없다.

 

수천억원대의 첨단장비 도입으로 자주 국방을 연결하기보다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받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착실히 벌이는 게 더 유익하다. 주권국가의 군사주권인 뇌’를 다른 라에 넘기고 무슨 자주국방을 할 수 있겠는가? 또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한 대응을 군비증강으로 풀 것이 아니라 북한군 재배치와 연결하거나 동북아 안보협력체계 형성과 연결해 풀어야 한다. 국방비 늘린다고 자주국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첨단장비 도입을 위한 국방비 증액보다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 및 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협의를 추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남북한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고 남북한 군사실무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단계적 군축실현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군비경쟁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은 일본과 독일에 비해 매우 적어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고 미군주둔을 통한 수혜도 90년대 탈냉전시대에 접어들어 과거 60~70년대에 비해 매우 약해졌다. 주둔비용을 높이는 것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제5조 1항을 보면 분명하게 주둔군지위비용은 일체 미군부담의 원칙으로 되어 있다.

 

한국군의 자주화와 현대화는 비싼 첨단 장비도입을 통한 국방비 증액으로 풀어나가려는 사고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이보다 남북한 간에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군사회담 재개에 심혈을 기울이고 다른 한편으로 육군 위주의 기형적 병력구조를 개혁해야 하며 40% 이상이 인건비지출인 국방예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 힘이 있어야 자주국방이 가능하다”

 

옳은 말이다. 국방비 증액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대체로 ‘명분보다 실리’를 중요시 하고 있다. “언제까지 두려움 속에서 살 수만은 없다”(김송은)는 의견은 국방비 증액의 타당성에 힘을 실어 준다.

 

아이디 ‘붉은악마’는 “신국제안보환경에 걸맞은 첨단정예군 건설은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스위스가 영세중립국으로 남을 수 있던 것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으로 시대에 걸맞은 힘도 없이 말로만 외치는 평화는 언제든지 짓밟힐 수 있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우리의 적은 북한뿐만 아니며 얼마든지 주변 국가들이 잠재 적국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군의 현대화는 필수”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평화지킴이’는 “북한은 지금도 남침계획을 손질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자주국방은 이상일 뿐이다. 전세계 모든 국가가 ‘연방방위’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자주국방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고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 따라서 주한 미군은 “국방비 절감 효과는 물론 우리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혈맹관계의 미국에 너무 계산적으로 따지지 말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 평화지킴이의 “주한미군이 없다면 안보의 불확실성 때문에 해외자본 이탈과 추가적 투자유치가 곤란하다”는 지적은 경제인들이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용우씨는 “소득수준이 올라가면 집도, 자동차도 교육비도 늘리듯이 국방비도 증액해야 전체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으며 국방비의 대부분이 국가경제로 환류된다”고 말했다.

 

“힘이 있을 때 평화가 있다”는 논리는 국방비 증액에 대한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국방비 증액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자칫 이것이 미국을 위해 쓰이는 것에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의 굴욕적인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도 ‘자주국방’은 필수라고 한다.

 

때문에 붉은악마는 “미국을 위함이 아닌 우리 형제, 부모가 속한 민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국방비 증액은 미국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딜레마’인 것이다.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국방비는 눈먼 돈?

 

 

이 또한 옳은 말이다. 국방비 증액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는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군비증강보다 외교력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국방)”는 것이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지배적인 의견. 더불어 “국방비가 헛되게 낭비되지 않도록 효율적인 관리가 더 시급하다(홍방위)”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아이디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다수는 “국방비 증액보다 교육이나 사회복지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또 대~한민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입김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하며 국방비 증액보다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남북교류를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더 좋은 방책일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아이디 ‘빡센’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기 위한 MD체제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을 목적으로 국방비 증액을 종용하고 있으며 이런 미국 중심의 패권질서에 종속되는 것은 결국 통일보다 분단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반대로 주한미군이 있어 대북 억지력이 유지되어 왔다는 측면이 있을지 몰라도 주한미군으로 인한 무수한 전쟁위험에 대해서는 왜 언급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더구나 그는 “중요한 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며 “작전, 정보, 통신의 능력을 향상시켜야만 군사력이 증대된다”고 말했다. 아이디 ‘국방’은 “공격시 3대1의 전력우위가 있어야 승리하기 때문에 북한과 3대1의 전력우열 차가 벌어지지 않는 한 남북한 신뢰관계 구축이 우선 시급하다”고 말했다.

 

‘평화여성’은 “참여정부가 유독 군 개혁에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돈으로만 자주국방을 사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미국의 동북아 지역 신군사전력을 추진하는데 한국에 부담을 전가하는 측면이 강해 결국 미국 패권주의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면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 문제는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의견보다 서로 우려하는 부분을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국방정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국방비 증액 문제를 살펴보면서 사뭇 지난 이라크전 파병안을 둘러싼 찬반열기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평화를 얻을 것인가? 

 

 

2003년 7월 11일

< 정리 : 양세훈 월간 경실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