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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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2014년 남북관계 평가와 2015년 대북정책 전망_김근식 경실련통일협회 이사


2014년 남북관계 평가와 2015년 대북정책 전망

김근식 경실련통일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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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는 ‘새해 통일기반 구축에 관한 통일준비위원회 계획’을 발표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측에 공식적으로 대화를 제의했다.

2014년은 남북 모두 대화의지를 밝히고 상대방에게 대화를 제의한 한 해였다. 그러나 동시에 상호 대화의 노력이 지속되었지만 정작 대화의 성과는 미미했던 한해이기도 했다.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천명했고 곧이어 1.16일 국방위 중대제안을 통해 남북간 정치군사 의제를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2월 고위급 접촉이 개최되었고 한미군사훈련 기간과 일정이 겹침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켰다. 2014년 상반기 남북대화와 이산가족 상봉은 양측이 한발씩 양보한 결과였다. 북은 키리졸브 훈련을 맹비난하면서도 훈련기간에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했고 남측 역시 북이 선제의한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면서 북의 관심사항인 정치적 비방중상 중단을 받아들였다. 남북 모두 상대방의 관심과 요구에 화답한 긍정적 결과였다.

그러나 박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뒤이은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에게 흡수통일과 북한붕괴 시도로 간주되었고 북한의 정치군사 회담 제의는 한국에게 진정성 없는 평화공세로 받아들여졌다. 남북은 각자 자신의 대화 제의에 상대방이 응하기만을 요구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로 시간을 허송했다. 서로 대화를 원하면서도 상대방의 대화제의는 거부하는 묘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북한은 6.30 국방위 특별제안을 통해 재차 정치 군사 의제를 논의하자고 강력히 주장했고 박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환경 민생 문화 인프라 등 작은통일부터 시작하자고 제의했다. 여전히 남북의 접근방식은 평행선을 달렸고 박근혜 정부가 8.11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해 북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장기간 교착되었던 남북관계는 10.4 황병서 일행이 인천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인천을 방문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북한의 실세 3인방과 청와대 안보실장 등 남측의 대북정책 라인업간 면담이 이뤄졌고 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극적으로 합의된 2차 고위급 접촉마저도 실세 3인방의 방남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 채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남북의 기싸움이 재연되었고 결국은 합의한 시기를 넘기고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 실세들의 전격 방문이 교착된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되었고 박대통령 역시 통준위 2차 회의에서 5.24 조치 해제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힘으로써 남북의 대화 불씨는 살아나는 듯했지만 전단문제를 둘러싼 남북의 양보없는 주장을 넘지 못하고 결국 고위급 접촉은 금년을 넘기게 되었다. 2014년은 남북 모두 대화의 의지를 갖고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인 한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내용과 접근방식에서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큰 아쉬움을 남긴 한해였다.

남북이 애초에 합의했던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러나 남북대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2015년의 남북관계는 지금 멈춰버린 남북대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남북이 2015년에 다시금 대화의 의지를 확인하고 남아 있는 대화의 불씨를 살려낸다면 남북관계는 모처럼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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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월 1일 오전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위급접촉은 물론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언급하였다.


북한의 대내외 정세는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대화 진전을 마다할 리 없는 상황이다. 2015년 북러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처지에서 대결과 교착의 남북관계보다는 대화와 협력의 남북관계가 북한에게는 훨씬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다. 정치적 안정에 더하여 대외 경제개방을 적극 모색해야 하는 북한에게 남북관계 개선은 국제사회의 긍정적 평가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집권 3년차에도 남북관계의 정상화 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통일대박론이나 통준위 활동의 현실적 의미는 급감하게 될 것이다. 미중관계와 중일관계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라는 지렛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의 적극적 개입력과 발언권을 상실한 채 여전히 미중일 사이에서 끼여 있는 어려운 형국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3년차에 남북관계의 동력이 상실되면서 2010년에 북한의 천안함 도발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가 되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경험을 반추해보면 2015년은 남북관계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015년은 이중적 의미에서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대화의지를 견지하고 상대방의 요구와 관심사항에 성의를 갖고 대하면서 관계 개선을 이루기 위해 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인 접근을 한다면 2015년은 모처럼 남북관계의 ‘골든타임’(黃金期)을 맞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경제회복을 위해 대외관계 개선이 절실하고 외부로부터의 투자유치가 필요하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기능주의적 접근을 무조건 백안시하고 거부할 게 아니라 인도적 문제와 민생 인프라 및 문화적 동질성 회복과 환경생태 협력 등 박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북접근에 대해서도 북이 적극적으로 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역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인 만큼 대화 재개를 위한 북한의 요구에 일정정도 전향적으로 화답할 필요가 있다. 어렵게 합의한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고 여기에서 자신의 요구만을 반복할 게 아니라 상호 관심사와 요구사항에 대해 양보하고 절충하는 윈윈의 지혜를 발휘하면 2015년의 남북관계는 각자의 필요와 이해에 의해 오랜만에 맞게 되는 황금시간대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그러나 2015년이 안타깝게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쳐버림으로써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適期)을 허비해버리는 해가 될 지도 모른다. 골든타임을 허송해버리면 슬기롭게 위기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게 되는 것이고 위기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은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된다. 2015년에도 남북의 엇박자가 지속되고 상호 관심사에 대한 유연한 대응 대신 자신의 입장과 원칙만을 내세워 기싸움과 고집으로 일관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은 지나가게 된다. 골든타임이 지나버리면 집권 3년차의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 추진과 남북관계 개선의 정치적 동력과 의지가 반감되고 북한 역시 임기 후반의 박근혜 정부와 진지하고 생산적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크게 줄게 된다. 관계 개선의 최적기를 보내버리고 남북의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북에 대한 인권압박이 지속되고 북미, 북중 관계가 원만하게 진전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무모하게 4차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2015년은 관계개선의 기회를 놓치는 골든타임이 아니라 남북관계 정상화를 꽃피우는 골든타임이 되어야 한다.

5.24 조치를 ‘무력화’하는 우회전략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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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월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분단 70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들은 통준위 계획과 별반 차이가 없어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북한 정세는 당분간 대내외적으로 정치경제적 안정성을 회복하고 김정은 체제의 리더쉽이 정착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다. 이를 토대로 대외관계 확대와 경제적 개혁개방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향후 이같은 전망에 기초한다면 북한도 본질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강력한 필요성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정세를 호전시켜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만들고 외부로부터의 교류확대와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 없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고당기기로 보내버린 2014년과 달리 남북간 실질적인 대화협력의 원년으로 2015년을 맞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좀더 사려깊고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 정책 방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남북의 상호 관심사를 포괄적 의제로 올려놓음으로써 남북대화의 접점을 늘려나가야 한다. 2014년 내내 박근혜 정부는 소위 기능주의적 접근 즉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 및 인도적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북에게 제안했고 김정은은 정치군사적 의제 즉 비방중상 중단과 군사적 충돌방지 및 적대행위 중지 등 통큰 담판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남북의 관심 의제가 다른 탓에 북은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선언을 거부했고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국방위 대화 제의를 배척했다. 2015년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군사적 의제와 경제적 사회문화적 의제를 동시에 논의하는 포괄적 협상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 내 대화제의는 되고 상대방의 대화제의는 묵살해버린다면 2015년도 다시 엇박자만 계속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못을 박아 놓은 5.24 조치에 대한 지혜로운 우회전략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전임 정부가 남북관계의 시작마저 불가능한 원천적 봉쇄조치를 내려놓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이를 무작정 철회하기도 그렇다고 끝까지 고수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5.24 조치가 실효성을 유지하는 한 박대통령이 제안한 드레스덴 선언이나 8.15 경축사도 사실 실행에 옮기기 힘들다. 그렇다고 천안함 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선뜻 없던 일로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결국 2015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정치적 제도적 걸림돌로 되어 있는 5.24 조치에 대한 현명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향후 남북관계의 정상적 진전을 위해 5.24 조치를 형식적으로는 남겨둔 채 실제에서는 남북간 교역과 교류 및 투자를 승인해줌으로써 사실상 5.24 조치를 ‘무력화’하는 우회전략이 검토해봐야 한다.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도 북한의 영유아와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도 누차에 걸쳐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계속한다고 천명해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남북간 최소한의 신뢰가 쌓여야 하고 이는 사실 대북 인도적 지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이 먼저 행동을 바꾸고 우리에게 신뢰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먼저 조건없는 인도적 지원을 일관되게 시행함으로써 북에게 신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사실상 ‘신뢰의 끈’ 역할을 해왔다. 2015년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 그래야 신뢰프로세스는 비로서 구동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