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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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3당합동 TV토론회 모니터분석 보고서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본격적인 대 선정국에 돌입하였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지금의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고 21세기를 대비하는 진정한 지도자를 선택해야한다는 점과 더불어 우리의 정치사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금권선거, 고비용 정치구조와 지역성․정치적 선호도에 의존하는 구시대적인 선거문화의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용한 대안으로 적극 제시된 것이 ‘TV 정치토론 활성화’이다.


  우리는 지난 봄 새로운 정치문화를 경험하였다. 방송국과 언론사가 앞다투어 개최한 TV 정치토론에 보낸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은 정치문화의 개혁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반영이었음은 말할 여지가 없다. 실제로 여당의 후보 경선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 정치토론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각 방송사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중복 편성과 전파낭비, 야당의 대선후보와 여당의 대선주자를 동등하게 취급, 여당의 인지도를 상대적으로 높여준 형평성의 상실, 신변잡기와 가십성 공격으로 후보 몰아세우기, 정책 질문의 빈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청회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방송 3사가 공동 주관한 7월 28일․29일․30일의 3당 후보 토론회는 그간의 진지한 토의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늦은 밤, 흑막에 둘러싸여 점잖게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시청자의 채널을 사로잡지 못했으며 앞으로 남은 TV토론회에 회의적인 시각을 주었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정치 문화의 정립과 정치 무관심을 해소할 수 있는 TV토론회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극복할 수 있는 개선노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를 평가 분석함으로써 TV 토론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후보간의 정책 차별성을 제시하는 데 실패


  TV 토론은 후보자의 의견과 정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유용한 기회이다. 유권자는 대중연설이나 유세를 통해 접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정책 사안과 쟁점을 검토하 수 있으며 투표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제까지와 같이 각당의 후보가 따로 나와 질문자와 1:1로 토론하는 개별토론방식은 후보간의 우열이나 상대적 비교를 근본적으로 차단하여 후보자의 정책을 검증하는 데 제한적이며, 정보의 효율도 떨어 뜨린다. 그리하여 후보의 정견발표회로 이용되고 오히려 후보의 문제를 해명하는 기회로 변질되어 버렸다.


– 김종필, 김대중 후보의 단일화에 관한 질문


–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면제에 관한 질문 등과 같은 주요한 쟁점도 일방적인 답변과 해명만이 제시되었다.


  또한 후보자간의 상호논쟁 대결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나 현장성이 떨어져 시청자의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는데 미흡한 점도 개별토론방식의 단점이라 하겠다.


  따라서 각 후보간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선택 증거로의 효용성을 갖기 위해서는 합동토론회의 실행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쟁점 부각시키지 못하는 평범한 수준의 질문


  그간의 선거 풍토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후보자 결정을 국가 정책이나 수행능력을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지연․학연․정치 선호도에 의존하여 왔다. 구시대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정치철학․자질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정책이 결정기준이 되어야 한다. 원론적인 정책이나 상식적인 답변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합리적인 판단근거로 유권자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는 포괄적이고 피상적인 질문과 원론적인 답변이 많아 후보자가 질문에서 빠져 나갈 수 있었고 심도 깊은 토론내용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주요 정책쟁점없이 그저 평이한 내용에 머물었다.


   ․경제살리기 묘책은 없는가? 
   ․취업난 해결대책은 없는가? 
   ․대미외교 노선은? 
   ․JP식 통일방안은? 
   ․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이 후보의 과학 기술 정책은? 
   ․대북 정책의 기조는? 
   ․청소년 문제가 왜 이지경이 되었나?


철저한 자료에 의한 예리한 질문이나 뜨거운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이 부족하였다. 


부적절한 질문과 알맹이 없는 부실한 질문


  이번 토론회에서도 여전히 정책과는 무관한 정치 질문의 비중이 높았다. 정치 질문의 방향도 대선전략, 정치 이미지, 예선 이미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여 정책위주의 토론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많이 벗어났다.


   ․이수성, 박태준이 플러스 알파는 아닌가? 
   ․제3후보의 가능성과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경선탈락자의 행보가 대선 전략에 타격이 되지 않는가? 
   ․야권이 박태준과 연합 여권이 분열하는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예산 선거 패배는 충청도의 맹주가 김종필에서 이회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박 전 대통령보다 지금의 정치인이 못하다고 생각되는가? 


부적절한 질문과 알맹이 없는 부실한 질문도 사회문화분야에서 많이 나와 시간때우기식 내용 같았다.


최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청소년 성문제에 관련된 질문을 보면 이것이 과연 방송3사가 공동 주관한 정치 토론회를 위해  준비된 질문일까할 정도로 수준이하의 부적절한 것이었다.


   ․청소년 접대부에 대해 아는가, 과거 술집에서 젊은 호스테스의 시중을 받은 적이 있는가? 
     (이회창 후보 : 요즘은 가고 싶어도 바빠서 못간다.) 
   ․포르노 영화나 비디오를 본적이 있는가?


문화 예술 관련 질문은 정책과는 거리가 먼 주변식 질문으로 처리하여 문화예술 정책에 관한 성실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TV 프로중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에 흥미를 갖는 이유는? 
   ․외국 연예인 초청 이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분야별 질문은 오히려 시간 낭비로 보여졌으며 전문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또한 구체적 검증자료가 없는 소문에 의존한 질문(충청 임금론)이나 후보자 경력같이 이미 유권자가 충분히 알고 있는 질문(김종필과 유신세력과의 관계)은 지향되어야 한다.


형식적 공정성에 치중된 단조로운 진행방식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방송사 측은 정책중심의 토론과 공정성 확보를 누누이 강조하였다. 그러나 내용성이 담보되지 않은 외형적 공정의 무게에 눌려 이번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사안별 강도나 쟁점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이 결여된 밋밋한 간담회를 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추가 질문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한 일회성 질문의 나열, 30초 질문과 2분 답변의 이률적인 시간 안배, 패널의 전문성이 발휘되지 못한 나누어 갖기식 질문으로 중점 사안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과 다각적 접근이 미흡하여 무미건조한 토론프로를 보여주었다.


  질문 난이도와 수위의 평준화 공평한 시간 안배 등 외형적인 공정성에 치우친 나머지 활발하고 세련되지 못한 운영의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회자의 역할 부재, 패널전문성의 결여


  토론회의 중심인 사회자의 모습은 마치 준비된 멘트를 그대로 전달하는 아나운서의 모습에 그쳐, 생동감있는 질문과 토론의 순발력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문제나 김대중 후보의 경제관련 답변시간이 길어지는 데도 사회자가 질문자와 답변자 사이의 중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전체 패널의 구성을 보면 방송계 3인, 학계 2인으로 편중되어 다양한 분야의 심도있는 질문을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과학 기술원 교수인 윤정로 교수의 비 전문분야인 정치 관련 질문 전달이 미숙하여 후보가 두 번이상 질문재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전문성의 결여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대안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지 못함으로 해서 후보자의 우회적이거나 모호한 답변, 동문서답식 답변을 초래했다. 후보에 대한 질문자의 동조하는 듯한 표정이나 제스추어도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하며 특히 자신의 개인적 의견을 강요하는 질문태도는 지향되어야 하겠다. 이필상 교수의 경우 김대중후보에게 지역감정문제를 제기하면서 김후보가 당선되면 지역감정을 해결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결론으로 유도하려고 하여 개인의 선입견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답변도중 질문자의 발언을 자르는 자세도 패널의 미숙함을 드러냈다.


  TV의 기능은 더 이상 오락과 교양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에 대한 이해와 판단의 근거가 되는 주요 정보의 창구가 된다. 합리적인 선거를 위해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후보결정의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점에서 TV토론은 방송매체를 통해 일정한 시간에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접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비용의 대중 동원 유세에 비해 분명히 경제적이며, 유세장분위기에 좌우되지 않고 차분하게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공간이다.


후보자 합동토론회가 열려야


  이번 토론회를 모니터한 결과, 바람직한 TV 토론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유권자의 평가 기준으로서의 정보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개별토론방식이 아닌 똑같은 조건하에서 동시에 후보자간의 정책과 의견이 비교 제시될 수 있는 후보자 합동 토론회가 열려야 한다.


  각 일자별로 분야별 주제를 정해 집중 토론하여 후보자의 정책과 국정운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겠다.


▶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정치방송의 공정성 문제에 있어서 외형적인 안배에 치중한 무미건조한 토론진행을 탈피하고 토론내용의 담보를 통한 실질적인 공정성을 획득하여야 한다. 정치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정책과 무관한 질문이나 알맹이 없는 질문을 배제하고 이를 위해 철저한 질문내용의 사전준비와 유권자의 관심쟁점을 수렴하여야 겠다.


▶ 간담회나 정견발표식의 단조로운 구성을 지양하고 다양한 토론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 봄철 TV 토론에서 제공되었던 시청자의 FAX를 이용한 의견 지문이나, 후보자의 국정운영능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가상문의 설정도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는데 유용한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 정책중심의 심층적인 토론이 되기 위해 일회성 질문을 지양하고 진실을 규명하고 핵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추가 질문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짧고 일률적인 시간의 분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주요 쟁점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충분한 정보가 제시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겠다.


▶ 패널 선정의 전문성은 질문의 질을 높이는데 주요 요소이므로 방송계, 학계의 편중된 패널 선정을 배제하고, 다양화시켜야 한다. 또한 소극적인 사회자의 자세가 아닌 토론의 중심 진행자로서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등 운영능력을 갖춘 사회자의 역할이 이루어져야겠다.    (1997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