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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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 인터뷰 – 혜화동 이야기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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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이야기]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

 

정리: 윤은주 회원팀 간사

dongi78@ccej.or.kr

 

책방이음, 학림다방에 이어 혜화동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는 낙산공원 올라가는 길에 있는 예쁜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입니다. 요즘 어딜 가나 길고양이들을 많이 만나실 텐데, 경실련 주변에도 길고양이들이 참 많습니다. 귀엽기도 하고, 때로는 안쓰럽기도 한데, 우리 주변의 고양이들과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며 김미정 책방지기를 만나 책방과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떻게 이런 고양이 책방을 열게 되셨나요?

책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었어요. 엄마가 시인이시고, 초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동화작가셨어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는데 엄마 따라서 도서관 다니다 보니까 사서가 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문헌정보학과에 진학을 했는데, 사서가 되지는 못했어요.

어쨌든 책과 관련된 일은 계속 하고는 싶은데 그건 잘 안 됐고, 그러면 제가 저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고양이 도서관을 만들까 했는데, 그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걸로 수익모델을 찾기는 힘들 거 같더라구요.

책방 열 당시는 직장 다니다 그만둔 지 2년 정도 됐을 때였어요. 사서를 꿈꾸며 법학전문사서, 의학전문사서처럼 주제전문 사서가 되고 싶었어요. 어떤 특정주제에서 지식서비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일 좋아하는 주제가 고양이였기 때문에 그때 고양이 두 마리 키우고 있었어요. 지금은 4마리가 됐어요. 주제전문 서점이라고 하면서 제가 모르는 분야를 할 수 없잖아요. 제가 고양이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실제로 경험해 본 것 중 하나 고양이고, 좋아하기도 해서 고양이를 주제로 열게 됐어요.

 

책방이름 슈뢰딩거는 어떻게 지으신 건가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시작은 물리학에서 나왔지만 문화 전반에 전유돼서 쓰이고 있어요. 모순된 것이 중첩된 상태(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다!?)가 재미있기도 하더라고요. 강아지서점 이름이 파블로프인 것과 비슷한 거죠.

사실 슈뢰딩거의 사고실험 자체가 고양이 친화적이진 않잖아요. 고양이 서점의 이름이 슈뢰딩거라 함은 약간 좀 아이러니 하면서도 재미있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 책방 안에 당신이 원하는 게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당신이 찾던 것의 존재 이유는 문을 여는 순간 정해지는데, 여기에 당신이 원하는 게 여기 원래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다는 식이죠. 당신이 찾는 게 여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나가실 때 당신의 고양이 한 마리는 마음속에 품고 가기 바란다는 마음으로 지었어요.

 

책방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거 같아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 시작은 신설동에서 했는데, 대학로로 옮기고 나서는 작게 카페운영도 시작했어요. 매니저가 대학동기인데 커피를 잘 내려요. 그밖에 고양이를 소재로 온갖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그림그리기 클래스도 있고, 고양이 사진 잘 찍기, 글쓰기 수업도 있고, 펠트공예 수업도 있어요. 보통은 SNS 홍보 보시고 신청하고 오세요. 동물단체들에는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할 여력은 없어서 정기후원을 하거나 비정기적인 활동으로 여기 수익금을 기부한다든지 하고 있어요.

 

 

고양이라는 주제가 색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것도 창업인데, 창업이야기도 해주세요. 요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나 경험담 들려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일단은 서점일은 추천할 만한 업종은 아닌 것 같아요. ^^; 서점은 일반 자영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어려움을 다 가지고 있고 거기다 플러스 서점만의 힘듦이 또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하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창업으로 서점은 권하지 않아요. 저희 서점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최저임금도 못 버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람들이 책의 가치를 많이 알아주지 않는 것도 아쉬워요. 책 한권에는 저자가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공부하고 고민한 정수가 있죠. 내가 책을 구매한다면 그 사람의 몇 년에 걸친 공부를 시행착오 없이 가져오는 건데, 그것도 영구소장 한다고 생각하면 책이라는 것은 돈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책방창업이 이렇게 어려운데 슈뢰딩거는 어떻게 운영하고 계시나요?

여기가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시는 분들이 여기서 구매해주시고, 공간에 대한 애정으로 여기 나오셔서 책도 보고 가시고 구매해주셔서 운영되고 있다고 봐요. 여기의 강점은 다른 인터넷 서점과 달리 오프공간이 있는 거잖아요.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고 고양이로 가득찬 공간에서 책을 본다는 경험 자체가 저희 컨텐츠에요. 여기에서 책을 보시는 거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카페도 식음료서비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잖아요. 책방도 책을 유통하는 소매업이라고 등록은 되어 있지만 컨텐츠사업, 지식서비스 제공자라는 마인드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작은 책방을 창업으로 염두하고 계신 분들은 서점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거랑 서적유통업 그 이상의 것으로 생각을 하셔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일본원서 고양이책 찾는 분들이 계셔서 일본책들도 판매하고 있어요.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컨텐츠 강국이잖아요. 컨텐츠에 돈을 많이 쓰기도 하고, 고양이를 진짜 좋아하는 나라다 보니 고양이책이 쏟아져 나와요. 기획력도 좋구요. 사진책은 화질과 재질이 되게 중요한데 일본책들은 퀄리티가 괜찮은 책들이 많아요.

처음에 인터넷 서점만 보고 원서 구입하다가 실패를 많이 해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3-4달에 한번 정도 일본에 가서 직접 실물보고 체크해서 캐리어에 담아 직접 가지고 들어오고 있어요.

 

왜 대학로에 열게 되셨나요?

대학로로 계속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컨텐츠에 소비를 하겠다는 분들이시잖아요.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이라면 여기 컨텐츠 가치를 알아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도 원래 이 동네를 좋아해서 항상 대학로 쪽에 하고 싶었어요. 처음 오픈한 건 2016년이었는데, 이걸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2015년 9월이었어요. 그 해 10월에 혜화로터리 쪽에 계약을 했었는데, 물이 새고 역류하는 바람에 돈도 좀 까먹고 시간도 날리고 했었지요. 한번 좌절을 겪고 집 근처 가까운 데서 빨리 열어보자고 해서 신설동에서 열었던 거예요. 근데, 손님들한테도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이태원이나 홍대에 있는 서점 같은 경우에는 온 김에 다른 데도 둘러보고 가는데 그때 그 동네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진짜 시장통 한가운데 오로지 저희 서점 하나만 보고 오시는 거거든요. 손님들한테도 미안하고 접근성도 너무 떨어졌었죠.

 

 

언제부터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셨나요?

저도 원래는 고양이 무서워했었어요. 밤에 고양이 마주치면 도망가고 그랬어요. 개, 고양이, 소, 닭, 비둘기 다 무서워했어요. 근데 성인되고 귀여운 짤(사진, 동영상)들 보면서 친근감이 생겼던 거 같고, 친구가 고양이 키우는 거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제가 키우게 됐는데 제 고양이가 예쁘니까 밖에 고양이들이 불쌍해지더라구요.

동물원도 많이 갔었어요. 데이트 하거나 해외여행가도 꼭 동물원 가고 그랬는데, 고양이 키우면서는 못 가겠는 거예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가족과 주변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계속 밖으로 나가는 거잖아요. 동물한테도 적용되는 거 같아요.

 

주변에서 많이 만나는 길고양이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고양이는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죠.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겁이 굉장히 많은 동물이거든요. 영역동물이고 밖에 안 나가려고 해요.

캣맘, 캣대디들이 밥을 주시는데, 밥 주고 TNR(중성화 사업)까지 해야 제일 좋아요. 발정기 오면 영역싸움하느라 소리를 많이 내거든요. 그리고 쓰레기 찢는다고 싫어하는 분들도 많은데 배가 고파서 그래요. 걔네도 밥이 있고 배가 부르면 쓰레기 봉지 찢을 일이 없거든요. 한 켠에 오히려 밥 내주시면 쓰레기봉투 뒤지거나 찢지 않아요.

2000년 초반인가 종로구에서 길고양이를 살처분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 종로구에 쥐가 들끓은 거에요. 나중에 다시 길고양이 생겨나면서 쥐가 없어졌다고 들었어요. 도시가 사람만의 것도 아니고요. 작은 공간하나와 밥 한끼 내줄 여유가 있으면 좋겠고, 예뻐해주실 건 없지만 괴롭히지는 말자는 그런 말씀 드리고 싶어요

길고양이 관련해서는 제가 여러 이야기 하는 것보다 책을 하나 추천해 드릴게요. 한국고양이보호협회와 이용한 작가님이 쓰신 <길고양이 안내서>라는 책이에요. 길고양이에 대해 참고할 만한 모든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책방 운영하시면서 제일 보람을 느끼실 때와 제일 힘들 때는 언제입니까?

좋을 때는 사람들이 오셔서 좋아할 때, ‘예쁘다 귀엽다 여기서 살고 싶다’ 하시면 보람을 느껴요. 고양이 키우며 이러 이러한 상황인데, 책 좀 추천해줄 수 있냐고 조언을 구해오시면 거기에 맞는 책을 추천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저는 고양이를 잘 모르고 키워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그분들은 여기 와서 저한테 물어보고 제대로 된 정보를 가져가서 저 같은 시행착오를 안 겪으실 거 아니에요. 그게 반려인 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좋은 거잖아요.

조금 힘들거나 맥 빠질 때는 오셔가지고 이것저것 다 물어보시고 책 목록 추천 잔뜩 받고서 그냥 가버리시는 경우에요. 예의상 1권은 사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제 노동력이라든지 제가 가지고 있던 여기에 대한 지식이라든지 그런 가치는 조금도 생각 안하는 것 같아서 힘이 빠져요.

 

새 정부가 유기견 토리를 입양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보이는데, 앞으로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도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제일 근본적인 것은 법에서 지금 동물을 사물로 취급하는데, 동물에게 제3의 지위를 주는 게 제일 중요할 거 같아요.

지난번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개헌안에 아직 조금 미흡하긴 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발전된 안이 있었어요. 조금 아쉬운 면도 있지만 동물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꼭 통과됐으면 좋겠다 했는데 국회에서 저러고 있는 거죠. 국회에 화가 많이 났어요. 100%는 아니지만 동물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안이 있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이었어요. 개헌이 빨리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주변에 이런 재밌고 의미 있는 곳들이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한 번에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날씨 좋은 날, 대학로로 봄나들이 오셔서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에서 동물감수성을 키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