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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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배우 강신일 인터뷰 – 혜화동 이야기]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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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이야기 – 배우 강신일 인터뷰]

 

“경제적 지원보다 기초 예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중요합니다.”

 

윤은주 회원팀 간사 dongi78@ccej.or.kr

 

경실련 사무실이 있는 대학로는 연극의 메카, 문화예술의 거리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이전부터 연극배우나 극단 관계자를 인터뷰해서 궁금증을 풀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번 호에 싣게 되었습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의병활동을 다룬 드라마에서 고종황제의 강직한 충신으로 출연중이신 배우 강신일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9월 11일 동숭교회 카페에서 강신일 선생님을 만나 대학로 이야기,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 함께 나누었습니다.

 

▲ 지난 9월 11일 동숭교회 카페에츠에서 인터뷰 중인 배우 강신일

 

Q. 선생님도 대학로 연우무대라는 극단에서 연기를 처음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로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곳인데, 대학로는 연극인, 배우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곳 인가요?

A: 대학로가 처음에 이런 거리가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 했었어요. 서울대학교가 관악으로 옮겨가면서 이쪽에 처음 예총회관이 생기고 문예회관 대소극장이 생기면서 처음 문화의 뿌리를 내리게 됐죠. 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로에 그렇게 극장이 많지 않았어요. 문예회관 대소극장, 샘터파랑새극장, 바탕골소극장 정도가 있었고 신촌 쪽에도 조금 있고 적은 수였지만 분산돼 있었는데 80년대 후반에 연우무대가 혜화동로터리에 터를 잡으면서 몇 년 상간으로 소극장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죠. 누가 의도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극장이 늘어나다 보니 대학로가 문화의 거리가 됐고, 연극의 중심지같이 됐죠. 아주 자연스럽게요.

극장과 극단이 모여 있는 곳으로서 신인배우들이나 신생극단들이 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다보니 연극인들한테는 연극작업의 가장 기반이 되는 그런 지역이라고 볼 수 있죠.

 

Q.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들이 치솟는 임대료와 경영난 등으로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진다는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실제로 극단들이 많이 어려워진 건가요? 다양한 공연생태계인 대학로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A: 어려운 것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과 비례해서 연극인들이라고 해서 어떤 혜택을 받거나 그런 대접을 받지는 않았죠. 그때나 지금이나 연극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극장 갯수와 극단들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극 환경이 더 나아졌다고는 할 수 없고, 지금이 뭐 특별히 어렵다고 얘기하기도 그렇네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굉장히 어려운 조건 속에서 했었으니까.

저도 어떤 해법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본주의 사회지만 기초 예술, 기초 스포츠 분야에 대해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나 정책들은 필요한 거 같아요. 스포츠 같은 경우는 달리기, 트랙 종목 등이 있을 테고, 기초 예술로는 연극과 무용처럼 사실 관객들이 시간을 들이고 돈을 들여서 찾아가는 수고를 해야 하는 그런 공연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국민들이 의식의 변화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내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단순히 돈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인식의 변화가 진정한 문화의 토대가 된다고 봅니다.

 

Q. 박근혜 정부 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공개돼 파장이 컸는데요,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A: 그건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군사정권 시절에는 그런 일이 있었지요. 77년 연우무대가 창단되면서 당시에 극단이 많지는 않았지만 다들 번역극들을 많이 하고 있을 때, 연우무대는 우리 것을 우리 식으로 연극을 만들어서 관객들과 만나자는 취지로 계속 창작극만 해왔어요. 그러다보니까 체제비판이나 사회비판 같은 내용들의 연극들이 자주 등장했어요. 그 시절까지만 해도 공연윤리위원회라는 게 있어서 사전에 검열을 받아야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중앙정부나 정보과 형사들이 연우무대를 늘 주시하고 있었죠.

제가 연우에 들어갔을 때에도 항상 그랬었어요. 근데 전 재미있었어요. 그 시절에 남들은 잘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작품을 통해 했고, 어쨌든 연극을 통해 투쟁을 하겠다는 거는 좋은 연극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거든요. 그 안에 담겨진 내용들이 때로는 어떤 사람들한테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연극, 예술로서 완성도를 높이려 애쓰는 작업들을 해왔었죠.

그 시절에도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는 제약이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불편한 시선을 받아가면서 군사정권이 끝나고 민주정권이 들어섰지 않습니까. 어쨌든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는 군인 출신들은 아니잖아요. 민주사회에서 군사정권에서나 할 법한 행동들을 했으니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당시 대학로의 많은 연극인들이 끝없는 투쟁을 이어갔고, 그것을 비판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릴레이로 작품을 올리기도 하는 걸 보며 아직 정신은 살아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고맙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 배우 강신일은 77년부터 동숭교회에 다녔는데 그 때 조그만 촌극을 시작으로 연극을 경험했고 자연스럽게 연극의 길을 걷게 됐다.

 

Q. 의병활동을 다룬 드라마에서 고종황제의 최측근으로 의롭고 강직한 충신 역할을 맡아 열연중이신데, 이정문 대감은 어떤 사람이고, 연기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시나요?

A: 사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그 역할이 무슨 일을 하고 앞으로 전개되면서 어디까지 역할을 하는지 잘 몰랐어요. 워낙 촬영 시작할 때부터 논란도 많았고 관심도 많이 받았던 작품이라 젊은 배우들 중심일거라고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었죠.

그냥 그분이 독립운동을 하는 대감, 그것만으로 비춰지진 않았으면 했어요. 꼭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것이 드라마에서 잘 보여 지기는 어렵겠지만 마음은 그랬어요. 이 사람도 한 나라의 대신으로 결국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자기 살길을 찾아간 그 길이 나중에는 독립운동과 연결이 됐을 뿐, 애초부터 나는 정의의 편이야 그렇게는 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정문 대감은 친러파라기보다는 그때 외세에 흔들리고 있는 대한제국에서 그나마 대한제국이 덜 상처받고 버틸 수 있는 것은 러시아쪽이 아니겠느냐 판단한 거지, 친일파처럼 러시아를 끌어들이고 그런 건 아닙니다. 일종의 대한제국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Q. 지금 출연중이신 드라마는 곧 종영할 텐데 준비중인 차기작이 있으신지, 앞으로의 계획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A: 후속으로 들어가는 작품은 있는데 회차가 많진 않아 바쁘진 않아요. 금년 말 내년 초에는 연극을 하려고 해요. 당장 다다음주부터는 연습을 하게 될 거 같습니다. 연극하면서 다른 드라마나 영화 작업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립영화 하는 젊은 친구들이 작품을 제안한 게 있는데, 독립영화는 기회가 되면 늘 하고 싶은 장르라 연극과 병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다 하고 싶어요.

연말에 하는 건 국립극단에서 제작하는 ‘락앤롤’이라는 연극이고, 내년 1-2월에는 자유소극장에서 극단 신시가 레파토리 형식으로 계속 해왔던 ‘레드’라는 작품에 출연합니다.

 

▲ 올해 말에는 ‘락앤롤’, 내년 1-2월에는 ‘레드’ 작품에 출연할 예정이다.

 

Q. 경실련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나요? 문화예술인으로 시민단체 경실련에게 또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A: 경실련은 알고 있었어요.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생각은 있고 마음에 뜻은 있으나 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고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데 이렇게 경실련이라는 단체가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기고 하시니 멋지고 고맙지요.

감히 제가 무슨 말씀을… 그냥 산다는 게 참 힘들다는 걸 자꾸 느껴요. 사람이 어떻게 변해갈지 그건 진짜 아무도 장담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것이 참 두렵고 변화하는 건 좋은데 변질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된다고 제 스스로에 대해 충고합니다. 내가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때 어떤 의도와 어떤 정신을 가졌었던가 요즘 들어 자꾸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 그 모습에서 얼만 큼 멀어졌나 아니면 가까이 있나 아직도 그렇게 연극을 하고 싶은 건가. 내 삶도 인생도 그렇게 변질되지 않고 유지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걸 조금 더 확대하면 시민단체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이렇게 됐으면 좋겠고, 정치하시는 분들도 어떤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하셨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매체에서 뵐 때도 진중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니 더 좋았습니다. 안면인식장애 비슷하게 낯가림 하신다며 시종일관 겸손하게 인터뷰에 임해주신 모습도 고마웠습니다. 연극무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고, 연륜이 묻어나는 그의 연기가 그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 곁에서 계속 멋진 문화예술인으로 남아주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