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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시사포커스(2)] 판 뒤집을 기회가 왔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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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8년 11,12월호]

판 뒤집을 기회가 왔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사립유치원 비리 해결, 늦어질수록 힘들어진다-

사회정책팀 최예지 팀장

 
 
유치원 원복과 체육복 명목으로 수 십만 원의 돈을 냈지만 질 낮은 옷을 받아온 경험, 방과 후 특별활동비로 몇만 원씩 내는데 아이가 받는 교육은 부실하다는 생각, 체험활동 간다면서 회비 몇만 원씩 내라는데 입장료는 5천 원 정도고 도시락도 따로 준비해야 했던 경험. 유치원 원장의 배우자, 자녀 등 온 가족이 원감, 행정실장 등의 직함을 달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 선생님들의 처우는 열악한 상황. 무언가 잘못 돼가고 있다고 느끼며 불편했지만 명확한 증거는 없었던 유치원의 모습이었다. 아이를 믿고 맡겨야 하므로 학부모들은 비용을 부담해가면서 맡겼다.

우리의 의심은 유치원 감사 결과가 공개된 이후 확신으로 바뀌었고 국민의 분노는 거셌다. 거센 분노는 국공립 유치원 확충과 회계 시스템 도입의 내용을 담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 종합대책을 끌어냈다. 더불어 현행법에서 허술한 부분도 개선하는 개정안도 발의됐다. 국회와 정부는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출처:교육부

 
손 놓고 방치하던 교육당국이 문제를 키웠다
 
유치원의 비리 문제는 몇몇 유치원 원장들의 도덕적 해이가 잘못이지만, 이를 관리 감독하는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행동이 문제를 키웠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1년에 약 2조원을 교육비로 지원하고 별도로 교사 처우개선비, 급식지원비, 학급운영비 등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총 얼마씩 지원하고 있는지 현황파악도 안된다. 그런데도 회계시스템 도입은 유치원 원장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도 주저주저 했다. 정기적 감사는 없었고, 감사에 걸렸어도 그때만 잠깐이었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셈이었다.

이번 유치원 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없었으면 회계 시스템은 도입은 기약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공공유치원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은 환영할 만하나 단계적 시행은 조금 물음표가 붙는다. 무엇보다 이번 비리사태를 계기로 유치원 전수조사를 기대했지만 교육당국은 끝까지 외면했다. 앞으로의 관리감독이 더욱 중요해졌다.
 
허술한 현행법, 일명 ‘박용진 3법’ 조속히 통과되어야
 
언론 보도를 통해서 유치원의 입법 로비, 지역구 의원 협박 등 갖가지 권모술수가 보도됐다. 그런 세력 때문인지 현행법에서도 유치원 관리는 허술했다. 국회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이 잘못을 이제라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일명 ‘박용진 3법’이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 박용진 3법은 현행법의 허점을 보완하고자 유치원 보조금·지원금 부당 사용 시 국가 및 지자체가 반환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 유치원만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이사장의 경우 유치원장 겸직 불가하고 사립학교 경영자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을 교육목적 외로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유치원도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들이다. 이 법안들이 개정되어야 법적 근거를 갖고 최소한의 관리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유총의 반발은 거세다. 의견서를 통해서 박용진 3법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으로 반대의견서를 국회 법사위 의원들에게 보냈다. 자유한국당은 별도 법안까지 발의한 후 논의하자며 법안 심사소위에서 논의 조차 못하게 시간을 끌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논의조차 못하고 정기국회가 막을 내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히려 교육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국회는 이해관계를 떠나서 본질을 흐리지 말고,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 지체할수록 암초만 더욱 늘어날 뿐이다.
 
결국 믿을 곳은 정부뿐, 공공성 강화 대책 흔들리지 마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종합대책과 박용진 3법이 발의되자 유치원 반발은 거셌다. 특히, 교육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에 대해서 강력히 반발했다. 상갓집 복장으로 수천 명이 한곳에 모여 비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폐업한다고 겁을 주기도 하고 원아 모집 중단을 선언한 유치원들이 속속 발생했다. 통학버스 문제, 늦은 등교 시간 이른 하교 시간으로 맞벌이 부부는 못 보낸다 등 국공립 유치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기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사소한 제도의 문제점들은 개선하면서, 국공립 유치원을 40%까지 확대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정부가 여기서 주저하고 타협하는 순간 아이들의 교육은 또다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이럴수록 정부는 단호하게 밀고 가야 한다. 모든 비리는 엄벌해야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 문제 만큼은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기관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하고, 폐업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유치원은 매입형으로 공공유치원으로 전환 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진행해야 한다.

유아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는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가장 확실한 대책이겠지만 지금 당장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 결국은 제대로 된 관리시스템으로 각 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공교육화부터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부모들도 결국은 교육부의 관리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유치원의 거센 반발을 뚫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육아 정책 뜯어고칠 절호의 찬스
 
유치원 문제는 그동안 거센 반발과 정치적 영향력이 두려워서 보고도 외면했다. 지금 정부가 공공성 대책까지 나오기까진 국민의 공분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국민의 공분과 지지를 방패 삼아 그동안 쌓여있던 육아 정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철저한 관리감독과 그에 맞는 처분, 국공립 기관 확대 등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는 유치원만 문제가 되었지만, 어린이집도 비슷한 실정일 것이다. 어린이집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에서 육아 정책을 다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 유치원은 유아교육이라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육이라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도록 분리되어있다. 나눠진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여 아이들에게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몇 세까지는 보육 시설에서 보육서비스를 받고 몇 세부터는 유치원에서 교육서비스를 받는 방식 등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소득의 격차가 교육 기회의 격차로 연결되는 교육 불평등은 날로 심각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유치원,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아이들이 누구나 균등한 보육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보육 문제를 가정과 개인에게만 떠넘긴다면 저출산의 문제는 해결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번을 계기로 육아 정책의 새로운 판을 짜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걱정 없어야 한다. 유치원이 쏘아 올린 비리가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는데 하루 앞당겨 졌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