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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시사포커스(4)] 임대료 걱정 없이 장사할 수 있는 100년 가게 만들자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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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8년 11,12월호]

임대료 걱정 없이 장사할 수 있는 100년 가게 만들자

– 상가건물임대차계약법 개정 이후 입법과제 –

남은경 도시개혁센터 팀장

 
정부는 10월 16일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법)을 공포했다. 지난 9월 20일 국회에서 통과된 상가법은 공포된 날부터 시행된다. 상가법 개정 내용은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 △권리금 회수기회 기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권리금 적용 제외 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법률구조공단 및 지자체에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은 개정되었지만 국회 처리과정은 정책논의는 생략된 채 정략적으로 이루어진 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여야가 기업특혜를 위한 법안 처리를 위해 민생법안인 상가법을 볼모로 잡고 밀실야합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처리했다. 지난 7월 초 여야가 입을 모아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겠다던 상가법은 지난 8월 국회에서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조세특례제한법과 연계처리하자는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막혀 개정이 좌절되었다. 9월 국회에서도 여야는 임차상인들의 생존권이 걸린 상가법을 기업들을 위한 규제완화법인 은산분리법과 규제프리존법 등과 연계하여 협상해왔으며, 여야 교섭단체 원대대표단의 협상이라는 명목 하에 그 과정과 내용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용산참사 이후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상가법이 몇 차례 개정됐지만 보상을 위한 규정에 국한되어 한계로 지적됐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로 인하하는 시행령 개정과 계약갱신 요구기간 확대 등은 임차상인들의 요구가 상당부분 반영되어 임차인의 실질적인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기존 계약 중인 상인들에게 계약갱신요구기간의 소급적용이 제외되어 계약갱신에 임박한 상인에게는 부담을 더 키우게 되었고, 이번 법개정 논의에서 사실상 제외된 환산보증금제도 폐지와 철거•재건축 시 퇴거보상비 지급과 우선입주권 보장 등은 추가입법이 필요하다.
 
개정법 적용 차별 문제 : 계약 존속중인 임대차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기간 소급적용 배제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여 10년까지는 임차인에게 특별한 귀책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법적 임대료 인상률 상한(5%)의 적용을 받으며 영업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시민사회와 중소상인단체는 원칙적으로 계약갱신요구기간 규정을 폐지하고 법에서 정한 거절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법개정 논의의 현실을 감안해 최소 10년 이상을 제시했고 이를 일부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부칙 2조에서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하도록 하여 계약갱신 기간 확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켰다. 이 법대로라면 1년 단위 계약을 맺은 1-4년차의 임차상인은 계약갱신 요구기간이 10년으로 확대되지만 4-5년차인 임차상인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2년 단위로 계약하는 3-5년차인 임차상인들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이번 상가법개정으로 계약기간을 10년간 보장하고 차임 또는 보증금을 연 5% 이상 올릴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을 갱신보다는 종료한 후 신규계약으로 차임과 보증금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즉 상가임대차 계약을 맺은지 3-4년이 지난 임차상인은 계약연장이 어렵거나 임대료 인상 부담을 떠 안아야하는 차별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최종 법사위 논의에 앞서 시민단체와 상인단체는 계약갱신요구기간의 소급적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서를 원내 대표부와 법사위 위원들에게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건물주에게는 세제혜택을 주면서 일부 임차상인들은 거리로 내모는 지극히 비상식적인 법안이자, 상가법개정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독소 조항이다.
 
추가 입법 과제
 
권리금 회수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고 권리금 보호대상에 전통시장을 포함하며,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분쟁 시 상인들의 실질적인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로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철거재건축시 우선입주권 또는 퇴거보상비 보장은 이번 법개정 논의에서 빠져 있어 조속히 추가 입법 논의되어야 한다. 각종 건축과 개발사업 추진 시 보상받을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임차상인들의 영업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조치로 상가법 개정의 핵심사항이다. 막대한 시설투자비 등을 들여 입점했지만, 다른 법령(재개발•재건축 등)에 의한 사업으로 철거•재건축 시 영업권리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상인들에게 당연히 지불해야하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을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켜지지 못한 측면이 크다. 향후 상가법개정의 핵심 쟁점사항으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실효성 없고, 근거 기준도 불분명한 환산보증금제도도 폐지되어야 한다. 환산보증금은 상가법 적용을 받는 상가를 정하는 기준으로 대규모 상가를 제외하고 영세상가를 보호한다는 취지이나 금액산정 기준이 모호하고 상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임대인이 기준 이상으로 임대료를 인상해 임차인의 권리보호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효성도 근거기준도 불충분한 환산보증금제도는 즉시 폐지되어야 한다.
이번 상가법개정은 성과도 있었으나 추가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절반의 성과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계약갱신 요구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더라도 상가법의 적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예외사유를 줄이고 철거재건축시 우선입주권 또는 퇴거보상비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결국 쫓겨나는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뿐 임차상인들의 정당한 권리가 인정되고 노력을 보상받을 수 없다.

국회는 여기서 상가법 개정 논의를 끝낼 것이 아니라 임차상인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추가입법에 나서야 한다. 추가입법에서는 계약갱신 요구기간 확대조항을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상가임대차 계약에 적용하도록 하고, 철거재건축시 우선입주권과 퇴거보상비 보장, 환산보증금 폐지, 권리금 보호대상에 대규모점포 및 준대규모점포를 포함시켜야 한다. 임차상인들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쫓겨나지 않고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는 100년 가게를 만들 수 있도록 국회가 더 분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