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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시사포커스(5)] 20대 국회는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공수처 설치법 논의해야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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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8년 11,12월호]

20대 국회는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공수처 설치법 논의해야

서휘원 정치사법팀 간사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한 고위공직자 비리

민주화 이전에도, 민주화 이후에도 고위공직자 비리가 여전한 걸 보면,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는 고위공직자 비리인 것 같다.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대통령 직선제는 이루었지만, 권위주의를 떠받들던 제반 악법, 권력기구 개혁 등은 철저히 이루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5년 10월 19일, 민주당 박계동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노태우 스스로 밝힌 비자금의 규모만 해도 5천억이나 되었으며, 대부분 음성적인 정치자금으로 사용되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 검찰은 ‘짜 맞추기 수사’로 일관해 노태우 비자금 조성총액, 은닉재산을 포함한 재산 규모, 대선 지원 자금을 포함한 사용 내역을 거의 밝혀내지 않았다.이후 문민정권에서도 수많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인 1994년 “부정부패와 관련된 사람이면 누구든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은 돈’의 흐름을 막는 금융실명제를 통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집권 4년 차에 차남 김현철씨의 ‘한보그룹 특혜대출 비리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라고 다르지 않았다. 집권 이듬해인 1999년 검찰총장, 재벌 등이 연루된 ‘옷로비 의혹 사건’이 터졌다. 2000년에는 벤처기업가와 청와대,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가 터졌고, 2002년에는 김홍일‧김홍업‧김홍걸씨의 비리 사건인 이른바 ‘3홍 게이트’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2016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이른바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당시 시민들이 촛불을 들게 한 동력도 바로 고위공직자의 비리, 권력형 부패에 대한 분노였다. 평범한 시민들은 고위공직자의 비리,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보며, “이게 나라냐”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모두 함께 촛불을 들었다.


 
고위공직자 비리만큼 오래된 공수처 설치 논의

대통령 직선제를 이루어낸 1987년 6월 항쟁 당시, 한국 사회는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데에 집중했고,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하는 데까지는 미처 논의하지 못했다. 그 무거운 과제는 민주화 이후에 만들어진 시민사회 운동단체들에 주어졌다. 1996년 이래 경실련(1989년에 발족), 참여연대(1994년 발족) 등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설치를 줄곧 주장해왔다. 1996년,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처음으로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을 통해 공직자 부패 척결을 위한 대안으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독립적인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입법청원안에서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검찰은 이미 혐의를 확보하고서도 명백한 직무유기를 하였고, 이러한 검찰이 부패 척결의 공정한 기관이라고는 누구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시민사회 운동단체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기구의 설치에 관한 내용의 법률안을 입법 청원했다.이러한 시민사회 내 요구는 김대중 정부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기는 했다.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었고, 부패방지위원회가 신설되었다. 또, 고위 정치인 및 재벌, 대통령 측근과 검사 등이 연루되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기 위한 특별검사제도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기구는 만들어지지 못했다.노무현 정부에서는 부패방지위원회가 국가청렴위원회로 확대되었다. 또 2002년 대선 이후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의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과 같은 재벌과 노무현 및 이회창 선거캠프 사이의 부정적 거래도 드러났다. 또, 반대에 부딪혀 이루어지진 못했지만, 공수처 설치도 논의되었다.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형 부패를 근절하자는 시민사회의 요구는 반영되지 못했다. 부패방지위원회를 승계한 국가청렴위원회가 폐지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만들었는데, 그러면서 부패방지 업무가 축소되어 버렸다. 또,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사기 혐의와 삼성 비자금에 대한 특검은 혐의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로 끝이 나 버렸다.  핵심은 빠진 ‘개혁’이 어쩌면 대통령 측근 비리, 권력형 부패를 낳아왔다. 결국,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하려면,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처음의 주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1996년 이미 시민사회 운동단체들은 고위공직자의 수사처 설치를 주장했다. 현재 부패방지법은 규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현직 공직자에 대한 견제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0대 국회 사개특위에 주어진 무거운 책임

지난 2018년 10월 18일 계속해서 명단 제출을 거부했던 자유한국당이 마지막으로 명단을 제출하면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출범됐다. 사개특위의 종료기한은 12월 31일까지로 실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사개특위는 오래된 역사의 무거운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현재 시민사회와 국회에서 제안된 법안들을 논의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제20대 국회에서는 (고)노회찬 의원 등 11인안(2016년 07월 21일 제안), 박범계-이용주 의원 등(2016년 08일 08월 제안), 양승조 의원 등 10인안(2016년 12월 14일 제안), 오신환 의원 등 10인안(2017년 10월 31일 제안) 등이 제안된 상태이다.
20년간의 논의와 정치적 줄다리기 끝에 어렵게 구성된 사개특위의 위상에 걸맞게 사개특위 위원들은 공수처 설치로 국민에게 답해야 할 것이다.
 
나가며

앞에서 말했듯,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은 민주화의 못다한 과제이다. 그러므로 공수처 설치는 진보의 키워드도, 보수의 키워드도 아니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화의 당연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공수처 설치의 목적은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설치해 고위공직자의 직무관련 권한남용, 부정부패를 상시적으로 수사 및 기소할 수 있게 하여 이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근절하자는 데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80%가 넘는 국민이 공수처 설치를 통한 검찰개혁과 권력형 비리의 근절에 찬성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운동의 이념적 지향성을 가진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이 공수처 설치에 있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2018년 10월 한달 동안 진행된 국감에서 법조 비리, 유치원 비리, 채용 비리 등과의 사투가 벌어졌다. 이 비리와의 사투를 지켜보며, 다시 1996년도의 경실련 부패방지 캠페인의 슬로건을 상기하게 되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 한국 사회의 부패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권력에 있으며, 부패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권력을 근원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지혜. –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각종 부패와 비리를 막기 위한 원칙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있다는 순리. 민주화에 매듭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한국 사회에서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만큼은 꼭, 올해에 매듭지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