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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지역이야기] 대구지역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공개운동의 성과와 과제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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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8년 11,12월호]

대구지역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공개운동의 성과와 과제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10월 16일에 열린 대구광역시의회 임시회의 본회의에서 ‘대구광역시의회 업무추진비 사용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 수정안(업무추진비 조례)’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대구시의회는 광주광역시의회가 업무추진비 조례를 제정한 후 10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업무추진비 규칙 표준안을 만들어 지방의회에 권고한 후 5년여 만에 업무추진비 조례를 제정한 것이다. 그래도 전국 광역의회 중 10번째로 제정한 것이라 나름 의미가 없지는 않다.
 
2008년에 조례를 제정한 광주광역시의회같은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업무추진비 조례(규칙)을 시행하고 있는 지방의회들이 조례(규칙)를 제정한 시기는 대체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 표준안’을 마련하여 지방의회에 권고한 2013년 이후이다. 지방의회의 위법, 부당한 업무추진비 사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이 표준안의 주요 내용은 선심성·현금성 예산 사용 제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 의무화, 내·외부 감시 의무화 등 자율적 사후 통제 강화. 위법·부당 사용 방지를 위한 교육 및 제제 강화 등이다.
 
대구시의회의 업무추진비 조례가 대구지역 지방의회가 제정한 최초의 업무추진비 조례일 정도로 대구지역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과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표는 늦은 편이다. 대구지역 지방의회 중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최초로 누리집에 공표한 곳은 대구시의회로, 대구시의회는 대구경실련이 ‘대구지역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관련 조례(규칙) 제정 및 업무추진비 현황’을 공개한 직후인 2015년 7월부터,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기초의회 중에는 북구의회가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의, 달서구의회와 남구의회가 의장의 업무추진비를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업무추진비 중 의정운영공통경비를 누리집에 공개한 의회는 한 곳도 없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의정운영공통경비를 공표하는 지방의회는 광주광역시의회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구지역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조례(규칙)제정과 정보공개도 늦었지만 이에 대한 시민운동의 요구도 늦었다. 이마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지 않았고, 이런 상태가 3년간이나 지속된 것이다. 대구와 같이 특정정당이 오랜 기간동안 지방정치를 독점해온 지역에서는 지방정치, 지방의원에 대한 불신은 기초의회 폐지론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심각하다. 단체장과 소속 정당이 같은데다 구성 자체도 허약해 집행부에 대한 감시, 견제 기능도 현저하게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회, 지방의회를 상대로 뭔가를 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자칫하면 지방의회 무용론, 폐지론에 힘을 보태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정정당이 독점하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을 상대로 뭔가를 하는 것은 재미도 보람도 찾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특정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지방의회, 의원들이 시민운동의 요구에 제대로 반응할리 없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조례(규칙)의 제정과 집행내역 공표는 새로운 과제는 아니다. 반드시 제정해야 할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방의회의 독립성, 자율성이라는 측면을 제외하면 억지로 제정해야 할 이유도 없다. 업무추진비의 위법·부당한 사용은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 등을 적용하면 제어할 수 있고, 사용내역 공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사용내역을 확보해서 공개할 수도 있고, 증빙자료를 확보해서 위법, 부당한 사용을 가려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대구경실련이 3년 만에 다시 대구지역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에 주목한 이유는 정치지형의 변화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로 인해 자유한국당 계열의 정당이 오랜기간 독점해 왔던 대구지역 정치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부산·경남·울산지역에 비해서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지만 대구지역에서도 자유한국당에 대한 응징투표가 있었다. 대구시장과 무소속인 달성군수를 제외한 구청장을 모두 자유한국당이 석권했지만 대부분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대구시의회 또한 자유한국당 소속이 25명,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5명으로 당선자 수는 자유한국당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비록 5명에 불과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단 1명뿐이던 제7대 대구시의회에 비해서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대구시의회 사상 최초로 비자유한국당계열의 교섭단체가 구성되었다. 지역언론의 표현에 따르면 대구시의회에도 ‘양당정치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기초의회는 그 변화의 폭이 더욱 크다.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대구지역 8개 구·군의회의 정당별 분포는 자유한국당 62명, 더불어민주당, 50명, 정의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자유한국당의 독점구조가 깨졌다. 수성구의회처럼 자유한국당이 소수파가 된 기초의회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더 많은 후보를 공천했다면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석수가 역전되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정치지형의 변화로 인해 대구지역에서는 지방의회에 대한 기대치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경실련이 업무추진비 조례 제정과 집행내역 공개에 주목한 이유는 업무추진비는 해외연수, 지방의원 비리와 자정능력 부재 등과 함께 시민들이 지방의회를 불신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지방의회의 변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쟁관계에 돌입한 지방의회가 문제제기를 하기만 하면 곧바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대구경실련은 나름 큰 그림을 그리고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공개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대구경실련의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공개운동은 7월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제7대 대구시의회와 8개 구·군의회의 의정운영공통경비 사용내역 공개로 시작하였다. 의정운영공통경비 사용내역만 공개한 것은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중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사용하는 의회운영업무추진비와는 달리 의정운영공통경비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경실련은 이 정보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고 그대로 공개하였는데 이를 인터넷 매체인 뉴스민에서 구체적인 분석을 해서 지역사회에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 국회의 특수활동비 파문과 맞물리면서 업무추진비 조례(규칙)를 제정하라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그 정도로 하면 각 지방의회별로 조례(규칙)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이 현 지방의회의 7월 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한 것이다. 그래서 대구시의회가 7월 한 달간 의정운영공통경비의 75.3%, 의회운영업무추진비의 93.4%를 시의원, 의회사무처 직원 등의 식대로 사용한 것 등 대구지역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의 실상을 지역사회에 알렸다. 그리고 조례(규칙)을 제정하고, 사용내역을 공표할 때까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의 지속적 공개와 의회 누리집 시민참여 게시판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게재 등의 후속 활동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대구시의회 등 대구지역 지방의회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누리집의 시민참여 게시판에 대한 접근이 까다롭게 되어 있어 시민참여가 민망할 정도로 저조한 것을 확인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공개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정의당 대구시당이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조례 제정 요구에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대구시의회와 북구의회, 서구의회는 일부 기초의회가 업무추진비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다른 기초의회들도 조례를 제정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게 되었다. 그래서 대구경실련은 대구지역 지방의회의 조속한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이를 경상북도 지역 지방의회에 확산하자는 의미에서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와 함께 대구·경북지역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공표 현황을 조사해서 공개하였다. 그리고 현 지방의회의 7월 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면서 밝힌대로 대구시의회 등 대구지역 지방의회의 8월 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확보하여 그대로 공개하였다.
 
대구시의회가 제정한 업무추진비 조례의 내용은 국민권익위원회가 2013년에 권고한 표준안의 내용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조례의 적용대상에 의회운영업무추진비만 포함하고 의정운영공통경비를 제외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대구시의회 업무추진비 조례는 반쪽짜리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의정운영공통경비를 조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대구시의회뿐만 아니라 그 전에 조례(규칙)을 제정한 지방의회 대부분이 저지른 꼼수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구시의회의 업무추진비 조례 제정은 대구지역에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대구시의회와 거의 같은 시기에 업무추진비 조례를 제정한 북구의회, 달서구의회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제7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만 공개하고 업무추진비 조례 제정을 제안하기만 하면 대구시의회, 구·군의회 등 대구지역 지방의회들이 조례를 제정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모할 정도로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공개운동은 많은 역량을 투입한 활동은 아니다. 사회적 파장과 대구시의회 등의 조례 제정이라는 성과 등을 고려하면 투입에 비해 산출이 훨씬 큰 활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당독점 체제의 해체, 이완에 따른 지방의회의 변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시각에서 보면 이는 매우 거친 방식의 활동이기도 했다. 이미 8대 지방의회에 대한 기대를 접은 이들에게는 시간낭비에 불과한 활동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