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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양심적병역거부 무죄판결과 세상의 바람직한 변화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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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8년 11,12월호]

양심적병역거부 무죄판결과 세상의 바람직한 변화

오세형 경제정책팀 간사

 

“아직 단 한 번의 후회도 느껴본 적은 없어, 다시 시간을 돌린대도 선택은 항상 너야~”
그룹 넥스트의 신해철이 부른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이다. 동성동본 혼인금지라는 시대착오적인 법제도로 인해 고통 받는 연인들의 사랑을 노래한 곡으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양한 사회적 논의와 토론 속에서 문제는 구체화되고 명료화되었다. 그리고 1997년 헌법재판소는 당시 민법에 존재하던 동성동본 혼인금지 조항을 헌법불합치 판결하였다. 동성동본 혼인금지라는 제도가 이제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과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디고 힘든 과정을 거치더라도 사회의 부조리한 법제도 등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된다는 기본적 믿음이 지켜진 것이다.


출처: 전쟁없는세상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위반인지에 대한 대법원 최초의 무죄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 개인적 양심이나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경우, 병역법에 의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졌다. 그 동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재판에서는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고, 현역입영 거부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법률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양심의 자유로부터 대체복무 요구권이 도출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회 변화의 흐름 속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적정한가 등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었고 토론과 함께 이슈화되었다. 마침내 2018년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뒤이어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이 양심실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만 가능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대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 또한 민주주의 기본원리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특수한 관계 등이 우선시 되면서,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등한시 하고 충분히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쉽게 인권을 제한하거나 사실상 박탈해 온 또 하나의 부조리가 개선된 예이다.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양심에 따른 사유를 인정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다. 이로써 다양성, 인권, 양심 등의 내용이 삶의 곳곳에 스며들게 될 것이고, 또 크든 작든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방의무를 병역의무로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청년들도 당연히 기뻐해야할 변화이다.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될 청년들도 대부분 적정한 대체복무형태가 조속히 만들어지길 바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소통과 대화로 좋은 대안을 만들어내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

세상은 분명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해가지만, 한 순간이라도 한눈을 파는 순간 시대는 역행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다행히 최종적으로 원만한 해결이 성사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피해를 받은 노동자들과 같은 현상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전태일 선생의 근로기준법 외침과 노동과 산업재해에 실질적으로 처음으로 눈뜨게 된 원진레이온 사건 등의 의미를 늘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그토록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진보·보수 이전에 대한민국이 가야할 지향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한 번 충분히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꼭 필요한 원칙들은 지켜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세상 이치라더라’하는 영화 속 대사가 있다. 그 당연한 말이 공허한 울림이 아닌 매우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민주주의, 건전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한반도평화, 통일한국, 반제국주의, 반독재주의, 지속가능한 성장, 격차사회 해소, 복지국가, 땀 흘려 일하는 모두가 함께 서로 잘 사는 정의로운 민주공동체 등등 이야기 해보자. 충분한 논의 설득 공감을 통해 합의된 미래를 그릴 수 있다. 그리고 함께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