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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문화산책] 3.1 운동을 통해 생각해본 인간의 권리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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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8년 11,12월호]

3.1 운동을 통해 생각해본 인간의 권리

강예진 경실련 인턴

 
벌써 울긋불긋했던 단풍잎들이 하나둘 떨어져간다. 인턴 생활을 한다고 정신없이 보내던 나날들 속에 시간은 빠르게 한 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제대로 된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지도 못한 채 지나칠 순 없다는 생각에 단풍나무 숲길이 있는 독립기념관에 방문하였다. 들어가자마자 반겨주는 겨레의 탑, 겨레의 집 그리고 펄럭이는 태극기가 가득한 태극기 한마당은 어린 시절 이맘때면 출전했던 미술대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 주변으로는 붉고 노란색이 가득한 나뭇잎들이 독립기념관을 더욱 장엄하게 메꿔주는 듯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독립기념관에서의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중 ‘한말의 국권수호운동과 3·1운동’이라는 제목의 야외 사진전을 발견하였다. 사진과 함께 부연된 설명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시의 상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사진들을 따라걸으며 3.1 운동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 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어왔다. 그중 하나가 일제의 식민통치다. 일본은 주권을 빼앗은 것 뿐만 아니라, 회사령•신문법•학교령과 같은 법령으로 우리 민족을 탄압하고, 착취하며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에 종교계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항일독립운동을 기획하였고, 농민이나 노동자들도 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일어난 것이 바로 3.1 운동이다.

3.1 운동은 윌슨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를 사상적 배경으로 전개되었다. 민족자결주의는 ‘모든 인간은 개인으로서의 기본적 인권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이 거대 공동체에까지 적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민족도 스스로 자신들의 운명과 안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사상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생각이 나뉘게 된 것이다. 이 운동을 조직하고 계획하였던 지도자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계층만이 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농민과 노동자들은 자신들도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3.1 운동에서도 큰 활약을 보였다.

3.1 운동을 통해 나타난 사회지도층의 인식은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농민과 노동자들은 근대적인 단계로 발을 들이밀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현대사회는 본인들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가며 발전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같은 근대 시민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시민의 확대도 이를 보여주는 예시가 될 수 있다. 시민의 확대는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결코 권력자의 시혜가 아니었다. 시류의 영향을 받기도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권리를 대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인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했다. 일제에 침략당한 조국의 현실 속에서 우리 민족을 일깨우기 위해 한 말을 현재 우리 상황에서도 다시 한 번 새겨들어볼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도 시민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년전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이 그랬고, 거리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그랬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민단체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것이 보람차게 느껴졌다. 사회의 문제를 현실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며 나아가는 것이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의미있게 다가온다. 내년 이 계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어 있을까, 사무실의 고양이는 여느 때처럼 햇빛을 잘 쬐고 있을까 이런저런 상상 속에 글을 마무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