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칼럼]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막으려면_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막으려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212021157265520.jpg


‘남북관계가 잘될 것 같나?’ 8.24 합의 이후 많이 받는 질문이다. ‘잘 풀릴 것 같다. 그런데 중대 변수가 있다.’ 필자는 이렇게 답한다. 잘될 것 같다고 말하는 근거는 남북한 모두 ‘경제 중시’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던 남북한은 중국 경제 위기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 주요 국가들 가운데, 북한은 단연 세계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가장 높다. 필자는 판문점 8.24 합의 배경에 이러한 요인도 작용했다고 본다. 남이든, 북이든 결국 경제 살리기의 관건은 휴전선 너머에 있다고 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중대 변수’는 역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여부이다.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해 축포(?)를 쏘아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위성 발사를 암시한 상황이고, 동창리 로켓 발사대의 증·개축도 마무리한 상황이다.
북한의 발사 여부는 안개 속이다. 만약 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수 있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될 수 있다. 9월 적십자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유력한 상봉 시기는 10월 중순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전후해 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이 가시화되거나 실제 발사한다면, 이산가족의 상봉의 꿈도 허공 속으로 사라질 위험이 커진다.
남한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도발’로 규정해왔다. 이에 따라 북한의 로켓 발사시 이를 8.24 합의에서 언급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간주하고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등 강경책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 안보리에선 또 다시 대북 제재 결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반발해 북한이 4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2012년 말-2013년 초, 그리고 최근 한반도를 집어삼킬 듯 몰아친 전쟁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면
북한이 자제를 선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문제이다. 더구나 북한은 로켓 발사를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남은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정치적 선택이다. 이는 거꾸로 로켓 변수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김정은의 정치적 결정에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로켓 발사시 감당하기 힘든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위협은 지금까지 많이 선보여왔지만, 그 효과는 없었다. 2007년 7월에는 노무현 정부가 대북 지원 중단 카드를, 미국은 안보리 회부를 경고했지만 막지 못했다. 2009년 4월, 2012년 4월 및 12월에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대화를 통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돌이켜보면 제재보다는 대화가 효과가 있었다. 1999년 베를린 합의와 2000년 북미 공동 코뮤니케를 통해 위성 발사를 포함한 로켓 발사 문제를 관리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any’를 넣어라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대표적인 게 2012년 북미간에 채택된 ‘2.29 합의’이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 이행에 동의했다”고 해놓고 그 해 4월에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합의를 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합의는 부실한 것이었다. 북한이 위성 발사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합의에는 “모든 발사(any launch)”를 넣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북한의 위성 발사도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전례도 있다. 2000년 북미 공동코뮤니케에서는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모든 종류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물론 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북한에게도 매력적인 상응조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바로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평화 회담의 개시이다. 이렇게 하면 로켓 문제에 대한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핵화 협상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 로켓 문제가 남북대화만으론 풀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조속히 북미 회담을 중재하거나 6자회담 재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정상외교 일정도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품고 있다. 9월 초에는 박 대통령의 방중 및 한중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그 직후에는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리고 10월 중순에는 박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남북관계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만큼, 이게 제자리를 맴돌거나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환경 조성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 출발점은 바로 로켓 문제에 대해서도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다. 이건 한국밖에 할 수 없고, 또 반드시 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