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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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경실련-오마이뉴스] 남북교류협력 사용설명서⑤ 웃고 있는 북한 사람들, 왜 불편할까

경실련통일협회는 남북경협 재개와 남북교류협력 정상화를 위해 ‘남북교류협력 사용설명서’라는 타이틀 아래 남북교류협력-개성공단-사회문화교류-금강산관광-인도적지원-대북정책 등에 대한 기사와 심층 인터뷰를 12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2011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포토피디아’ 북한 편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낯선 땅, 쉽게 갈 수 없는 북한에 대한 사진이어서인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나오자마자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포토피디아 북한편에는 프랑스 여행사진작가 에릭 라프로그가 2008년부터 4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면서 찍은 1300여 장의 사진이 들어 있다. 

사진 대부분은 북한 주민의 일상을 담은 평범한 사진들이다. 피자가게 앞에서 피자를 들고 있는 요리사, 전자오락실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이들, 만경대 유희장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여자 군인,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양산을 사이에 두고 다정하게 앉아 있는 뒷모습, 핸드폰으로 벽화 사진을 찍고 있는 남자, 영어로 ‘이탈리아’라고 쓰인 운동복을 입고 있는 아이, 맥도날드 글자가 선명한 셔츠를 입고 있는 아이, 나이키 상표가 붙어 있는 모자를 쓰고 웃고 있는 남자, 가족 나들이 나온 사진 등등이다. 꾸미거나 숨길 것 없이 사진 작가의 시야에 비친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모습이었다. 

사진작가인 에릭 라프로그는 처음에는 한국에서 화보집을 낼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작업은 마땅치 않았다. 화보집을 내기로 하고 한국에서 작업을 하던 중 편집자와 갈등이 있었다. 갈등의 원인은 웃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북한 주민이 웃고 있는 사진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과 연구교수의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분단 70년, 비정상적 상황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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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정궁인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현장 남북은 고려 정궁인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조사를 6개월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곧 있을 광복 70주년 행사로 떠들썩하다. 그러나 광복 70주년을 거꾸로 말하면 분단 70년을 뜻한다. 남북의 분단과 상처가 장기화되면서 어느덧 분단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일상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비정상적·기형적 분단구조는 북한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켰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두고 북한의 개입이 있었다는 종편이나, 세월호 참사를 두고 종북으로 몰아가는 비합리적 인식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남북이 지난 70년간 감정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프레임을 계속 재생산하는 사이 우리는 북한 주민이 웃고 있는 평범한 사진마저 불편해져 버렸다.

북한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전년도에 비해 남한을 ‘협력대상’으로 보는 비율이 63.9%에서 55.7%로 감소했다. 반면 ‘적대대상’으로 보는 비율은 12.8%에서 20.1%로 높아졌다. 남한 주민들 역시 북한에 대한 경계·적대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북 주민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정서가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남북 간 상호 비정상적·비합리적인 적대감과 이질감이 커지는 가장 큰 원인은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과 왕래가 전면 중단된 데 기인한다. 최근 우리 정부도 정치·군사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해법을 모색하는 모양새이다. 

지난 5월 1일 정부는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남북교류를 폭넓게 허용하겠다는 취지의 ‘민간교류 추진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 이후 5월 남북 접촉은 사회문화분야 접촉을 중심으로 18회로 증가했다. 올해 월 7~8회 접촉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2배 넘게 접촉이 증가한 셈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역사·문화 분야에서는 남측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6개월간 개성 만월대를 공동 발굴·조사하기로 합의했다. 6개월의 장기간 공동 발굴 조사는 이례적이다. 

또한 남북 언어학자들이 지난 5월 5~15일 중국 선양에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사업을 위해 편찬 및 집필회의를 10개월 만에 개최해 후속 작업을 진행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지난 5월 13일 러시아의 세계태권도대회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태권도 시범 공연을 하였고 지난 5월 20일 중국 난징에서는 남북의 양궁 교류전이 처음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로 남북의 신뢰가 바닥난 현 상황에서 사회문화 교류협력 사업은 언제든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5.24조치로 남북교류협력이 원천적으로 차단돼있어 일회성·단편적 교류협력으로는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민간차원의 남북 공동행사를 대표하는 6.15공동선언 15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 추진은 남북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결국 무산되었다. 남측준비위 이승환 대변인은 6.15공동선언 15주년 남북공동기념 행사가 무산된 원인에 대해 “우리 정부의 유연성 부족과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 속에 북한이 성급히 개최를 포기하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변인은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 개최 전망을 두고 “남북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쉽지 않다. 그러나 광복 70주년이라는 역사적 계기가 있는 만큼 남북 당국의 적극적 자세가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줄어든 만남, 무너진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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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기자회견 작년 11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실련통일협회 등 시민단체, 경협기업, 국회, 지방자치단체는 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이 반복해 파열음을 내는 가장 큰 원인은 장기간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신뢰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스위스개발협력처(SDC)의 대북사업 책임자로 활동하며 지난 20년 간 대북지원에 몸담아 온 카타리나 젤버거(Katharina Zellweger)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의 성공 조건으로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 셋째도 신뢰” 라고 단언했다. 

신뢰 구축의 기본은 만남이다. 만남이 없다면 대화가 불가능하고 대화 없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을 수 없으며, 이해가 없는 신뢰 구축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실제 MB정부 이후 남북 간 신뢰가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남북교류협력 중단에 따른 ‘만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금강산 관광이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여 년간, 약 200만 명의 남측 관광객이 다녀간 금강산 관광은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7년째 전면 중단되어 있다. 금강산 관광뿐만 아니라 개성관광이나 평양관광 역시 중단된 상태이다.

다른 교류나 왕래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선박을 통한 남북 왕래의 경우 2007년, 1만1891회(편도)에 이르렀으나 2014년에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선박 물동량 역시 2007년에는 2511톤에서 2014년 405톤으로 급감했다. 항공을 통한 왕래 역시 2007년에는 153회에 걸쳐 7515톤의 물량을 수송했으나, 2014년에는 14회, 536톤 수송에 그쳤다. 심지어 2012년, 2013년에는 항공기를 통한 왕래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남북 당국 간 대화 역시 단절되었다. 2007년 55회에 이르던 남북 간 회담은 2014년 8회로 줄었다. 2012년에는 단 한 차례의 회담도 없었으며, 2013년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22회에 걸친 남북회담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외에도 이희호 여사 방북 역시 아직 일정조차 협의가 안 된 상태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의 왕래가 중단되니 남북의 사회문화교류, 대북 인도적 사업도 덩달아 축소되거나 중단되었다. 확연히 드러나는 분야는 스포츠 교류협력이다. 남북 스포츠 교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코리아(Korea)란 이름으로 공동입장을 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남북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까지 모두 7차례 공동 입장을 진행하였다. 2002년에는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응원단이 화제를 모았다. 북한 응원단은 대구 유니버시아드·인천 아시아 육상선수권 대회까지 참여했다. 그러나 MB정부 출범 이후 합의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북단일팀 논의가 무산된 이후 공동입장이나 북한응원단은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 역시 급감했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 광복 70주년 발언 등으로 북한의 영유아,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지난 4월에는 5.24조치 이후 처음으로 비료지원이 이루어진 성과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치로 보면 인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2007년 4397억 원이던 대북 인도적 지원은 2014년 195억으로 감소했다. 대표적인 민간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경우 방북 횟수가 가장 많았던 2006년에는 총 72회에 걸쳐 704명이 북한을 방문했으나, 2014년에는 11회에 방문에 그쳤고 방문 인원 역시 15명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중국대리인을 거쳐야 했다. 금액적으로도 2008년 100억 원에 육박하던 대북 지원액이 2014년에는 2억 5천만 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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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정부 사회문화교류협력 사업 승인 현황 남북의 사회문화교류협력에 대한 정부 승인이 2009년 이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회문화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정부 승인도 미비하다. 정부는 2005년 47건의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승인하였으나 2009년 이후로는 사업 승인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북공동 사업이 없으니 남북협력기금 집행도 전혀 안 되고 있다.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협력기금 집행률은 2011년 4.2%, 2012년 6.9%, 2013년 26.9%, 2014년(9월) 4.8%로 2013년을 제외하고 단 한 자릿수에 불과한 예산 집행률을 보였다. 심지어 2013년 기금 집행률이 증가한 이유 역시 개성공단 잠정중단에 따른 보험금 및 대출금 지원 때문이었다.

통일대박, 한반도신뢰프로세스, 통일준비 등, 요란했던 정부 주도의 화려한 통일담론 속에 빈약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들이 아닐 수 없다.

화려한 통일담론, 빈약한 남북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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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4조치 해제 캠페인 경실련통일협회 등 시민단체, 경협기업 등은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문화 교류협력의 본래 취지와 목적은 비정치적 영역인 사회문화 영역에서의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정치·군사적 영역의 긴장을 완화시킴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회문화 교류협력은 본래 취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정치·군사 영역에 종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는 북한 실세 3인의 방남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조짐이 보였으나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예정되었던 고위급 접촉이 무산되었다. 스포츠 교류를 통해 어렵사리 만든 기회를 정치·군사적 이해관계로 놓친 셈이다. 

이로 인해 사회문화 교류협력의 법적 제도화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기반 구축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과 연구교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의 경우 법으로 제정되어 남북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처럼 안정적이고 지속성 있는 사회문화 교류를 위해서는 관련 사업을 법적 제도화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현재 70% 가량 편찬이 완료되었으며, 2019년까지 예정대로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실효성을 잃어버린 5.24조치 해제이다. 이예정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부장은 “5.24 조치 해제를 통한 남북교류 정상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5.24조치 해제를 ‘선언’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따라서 실제 남북교류협력을 확대해 5.24조치를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단적인 사례이다”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 재개,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 등을 통해 민간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남북의 접촉면을 넓혀서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이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우리와 정반대로 1995년 대북지원을 시작한 이래 지난 20년 간 중단 없이 대북지원을 펼쳐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미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갔음에도 단 한 번도 민간단체의 활동을 제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민간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2008년에는 5개 민간단체를 통해 정부의 대북원조를 진행하는 등 민간과의 파트너십을 북미관계 변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5.24조치로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우리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사람의 웃는 모습을 화보로 출간하려다 실패한 한 외국인의 사례는 북한에 대한 편견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우리 사회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5년 현재, “통일대박”이라는 정부의 화려한 통일논의는 남북교류협력 재개와 민간차원의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광복 70주년, 안타까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 본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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