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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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국제개발리포트]실현가능성에 주목한 ‘Good Enough Governance’

실현가능성에 주목한 ‘Good Enough Governance’

-새천년개발목표와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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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ium Development Goals) 선언 후 15년 뒤인 2015년까지 국제사회는 MDGs를 성찰적으로 검토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Post-2015 개발의제 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Post-2015 개발의제는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과 거버넌스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MDGs가 선진 공여국 중심의 원조 체제와 사회개발 목표 중심이었으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현물지원 방식은 현지 정부의 부패와 주민들의 의존성이라는 부작용을 파생시켰다는 비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례로 유엔고위급패널(UN High-Level Panel)과 국제NGO간의 협의체인 ‘Beyond 2015’ 모두 Post-MDG시대의 주요 이행기제로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과 함께 효과적 거버넌스 구축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바람직한 거버넌스, 좋은 거버넌스, 굿 거버넌스 등으로 번역되는 ‘good governance’와 비교적 좋은 거버넌스, 적합한 거버넌스 등으로 번역되는 ‘good enough governance’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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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 거버넌스 논의는 국가가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으로서 일련의 규범과 원칙들을 제시해준다. 물론 거버넌스라는 개념이 가진 다면성만큼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 역시 다양하다. 세계은행은 굿 거버넌스를 측정하기 위한 6개의 지표로 언론의 자유와 정치적 책임성(voice and accountability) 정치적 안정성과 폭력의 부재(political stability and absence of violence) 정부의 효과성(government effectiveness) 규제의 질(regulatory quality) 법치주의(rule of law) 부패의 통제(control of corruption)를 선정했다. 이러한 지표를 바탕으로 세계은행은 1996년부터 세계 거버넌스 지표(WGI, World Governance Indicator)라는 이름하에 각국의 거버넌스 수준을 측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유엔이 제시한 굿 거버넌스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의미하는데, 그 주요 내용으로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participation) 법치주의(rule of law)에 기반한 의사결정 정부활동에 있어서 투명성(transparency)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대응성(responsiveness) 시민들의 복지향상에 있어서의 형평성(equity) 공적 자원을 사용함에 있어서 효과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 공공 및 민간조직들의 책임성(accountability)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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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23일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새마을 운동 세계화 진단 토론회’

 

 

 한편,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서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굿 거버넌스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원조 공여국 혹은 세계은행 및 IMF가 수원국의 굿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명목 하에 심각한 자원 부족과 분쟁에 시달리는 개도국에게 과도한 규제를 요구하고 정치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등의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메를리 그린들(Merilee Grindle)은 공여국인 선진국의 관점에 입각한 굿 거버넌스 담론은 수원국인 개도국에게는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good enough governance(적합한 거버넌스)’개념을 제시하였다. ‘good enough governance’는 수원국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현 단계에서 실현가능하고 우선적으로 필요한 경제사회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원국의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수원국의 자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이는 굿 거버넌스 논의에 비해 덜 규범적인 동시에, 상황적 특성을 보다 고려하는 실용적인 접근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일반론적이고 때론 이상형의 형태를 띠고 있는 거버넌스의 기준보다는 주어진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에 한층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1>에서 볼 수 있듯이 ‘good enough governance’는 한 사회의 발전을 위한 결과물에 주목하는 발전주의 국가(developmental state) 논의와 공정한 게임의 룰에 주목하는 굿 거버넌스 논의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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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 2015 개발의제는 수원국 구성원이 결정과정에 참여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결국 거버넌스는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주요 전략이라 할 수 있는데, 개인과 시장 및 시민사회의 자치역량을 심각하게 해치지 않는 범위 속에서 굿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각 사회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상이한 형태를 띨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실패와 신자유주의의 등장 이후 국가의 한계점을 부각시킨 초기 거버넌스 논의와는 달리,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의 기반 위에 민주적국가의 능동적인 국정관리 능력에 주목하고 있는 거버넌스 담론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따라서 Post-2015 개발의제의 수립에 있어서 이와 같은 다양한 거버넌스 논의들에 대해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이 글은 경실련 주최로 지난 423일 개최된 새마을운동 세계화 진단 토론회를 위해 준비된 토론문의 일부를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과 참고문헌은 이 글의 주요출처인 국가중심적 거버넌스에 대한 시론적 연구”(국정관리연구, 2013)를 참조하길 바란다.

 

 

 

이주하 경실련 국제위원회 위원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