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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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동숭동 칼럼] 시대의 과제, 재벌과 고장낸 투기근절제도 개혁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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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시대의 과제, 재벌과 고장낸 투기근절제도 개혁

윤순철 사무총장

 

‘경제정의실천 시민운동으로 민주복지사회’ ‘부동산 투기 뿌리 뽑아 주거안정’

1989년 11월 4일 정동문화체육관에 내걸린 <경실련 창립총회 및 제2차 토지공개념 강화입법과 주택문제 해결 촉구 시민대회>에 내걸린 구호입니다. ‘경실련’의 원래 이름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데 이 긴 이름은 경실련 준비모임에서 오랜 논쟁 끝에 채택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동산 투기와 싸우는 시민의 모임’의 제안이 있었으나 부동산 투기는 해결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일 뿐이지 근본적인 목표로서는 너무 협소하여 ‘경제정의’가 운동의 목표로 채택되었고 이를 이름으로 걸었습니다. 경제정의는 당시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경제 불의였고, 경제분야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포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로 정치적 문제를 다루던 사회단체와는 다른 영역에서 운동의 확장성을 가질 수 있었고, 실사구시 원칙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여 대안을 만들고 제시한다는 새로운 사회운동 방식의 적용, 그리고 민주적 절차와 질서를 지켜가면서 불평등구조의 개혁을 추진하는 데 부합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경실련은 경제 불의 중 시급한 해결과제로 땅과 집의 정의로움 실현에 큰 비중을 뒀습니다. 1989년 7월 8일 서울YWCA 강당에서 열린 발기인대회 선언문에서 “인위적으로 생산될 수 없는 국토는 모든 국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생산과 생활에만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토지소유의 극심한 편중과 투기화, 그로 인한 지가의 폭등은 국민생활의 근거인 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극도로 곤란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폭등 및 노사분규의 격화, 거대한 투기소득의 발생 등을 초래함으로써 현재 이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경제적 사회적 불안과 부정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리사회의 문제를 진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천과제로 “1) 모든 국민은 빈곤에서 탈피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2) 비생산적인 불로소득은 소멸되어야 한다. 3) 자기 인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경제적 기회균등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4) 정부는 시장경제의 결함을 시정할 의무가 있다. 5) 진정한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은 철저히 척결되어야 한다. 6) 토지는 생산과 생활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며 재산증식 수단으로 보유되어서는 안 된다.”를 제시하였습니다. 초대 공동대표를 맡으신 변형윤, 황인철, 이효재, 송월주님의 지휘로 재벌 개혁, 재벌과 정권의 유착 근절, 토지공개념 조기 입법화, 부동산 과세표준 현실화, 국공유지 확대, 영구임대주택 확대, 임대료 인상 규제, 한국은행 독립, 금융실명제 실시를 정책 대안으로 내놓으며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정책 개혁운동은 시민들과 현장에서 이뤄졌는데, 서초동 검찰청사 앞 꽃마을에서 철거민들과 성탄절 촛불예배를, 재벌과 자산가 5%의 로비에 맞서 95% 시민의 역로비를 선언하고 의정감시단을 국회에 보내 지연되는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 도입을 촉구하고, 폭등하는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두 달에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17명의 세입자를 위해 합동추모제 열고 위패를 들고 가두행진을 하며,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실태 공개와 재벌에 대한 감사 중단 압력을 폭로한 시대의 양심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의 석방 운동 등 다양한 현장이 개혁의 공간이었습니다.

올해는 경실련 창립 30년입니다. 경실련은 경제정의와 사회정의가 실현될수록 역사에서 사라져야할 소명입니다. 어느 단체이든 20년, 30년을 기념하고 성과를 자축합니다. 그러나 경실련은 부끄럽습니다. 경실련의 회원, 전문가, 자원봉사자, 상근활동가들은 나름 헌신적으로 활동을 했습니다만 30년 전 목소리 높여 외쳤던 경제 불의 해소는 더 심화되었습니다. 경제력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는 각계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들을 관철시키고 있고,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빈곤과 양극화는 더 커졌으며, 기업들의 창의력과 투자의욕을 소멸시킴은 물론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자들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만드는 투기와 불로소득의 비윤리적 자산 축적이 만연합니다. 2018년 기준, 0.3% 재벌대기업은 매출액의 48%, 영업이익의 61%를 차지하였습니다. 번창한 재벌대기업의 친족들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골목 빵집과 커피집까지 장악하였습니다. 최근 10년, 재벌대기업들은 10억 평(8억 평→18억 평)의 토지 사재기를 통해 약 1500조원의 자산을 늘렸습니다. 다주택자 상위1%(14만 명)은 2배 이상(3.2채→6.7채)의 주택을 늘렸습니다. 젊은 청년들은 컵라면을 먹으면서 지옥같은 노동현장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현실이 엄중함에도 촛불정신을 실현한다는 정부는 재벌의 터럭 한끝조차 손대지 못하고, 고의로 고장 낸 부동산 투기근절제도의 정상화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초심을 돌아가, 재벌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혁신 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중심이 되는 경제생태계를 구축하고,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의 탈세를 근절하는 문제에 전력하겠습니다. 현장에서 정부의 개혁 정책을 이끌며 시민들의 개혁 소리를 힘차게 밀겠습니다. 시민 여러분 함께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