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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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동숭동칼럼] 창립 25주년을 맞는 경실련 혁신 방향

경실련이 처한 환경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며 우리사회는 민주적 기본가치들이 붕괴하고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횡행했던 국가기관의 공안몰이와 정치적 비판세력에 대한 배제가 노골화되고 있다. 특히 사실에 근거한 정론으로 사회 통합에 기여해야 할 주류언론은 권력의 영향력에 장악되거나 연합되어 건전한 담론과 여론 형성을 왜곡하고 있다. 통합보다는 갈등이, 혁신과 쇄신보다는 과거로의 회귀가 일반화되어 국가발전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도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실종되고 전통적인 경제기득권 세력인 재벌중심 체제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복지사회는 구호로만 그쳐 빈곤계층으로 전락한 개인은 경제시장으로의 재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로써 경제주체들의 공정한 참여와 경쟁이 사라져 산업간 격차는 물론이고 비정규직 문제 심화,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개인간 격차도 더욱 심화되어 균형적 경제성장은 더욱 요원한 상황이다.

 

이러한 때 한국의 시민사회는 지난 시기 정치의제의 과잉, 운동가들의 정치참여 등으로 기존 정당과 같은 정치세력과 동일하게 인식됨으로써 시민적 기대와 신뢰를 얻지 못하며 우리 사회 문제의 해결주체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해결주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조직의 지속성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우울한 상태이다.

 

경실련은 다행히 시민단체 활동의 기본원칙인 공익(Public Interest), 정파적 중립(Nonpartisan)을 철저히 유지하여 시민단체로서 순수성과 독립성을 크게 의심받지 않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경실련이 어떤 위치를 갖느냐에 따라 시민 사회 지형이 변화하는 상황으로, 경실련의 행보는 시민사회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경실련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초기 경실련의 신뢰와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행할 경실련 내부 역량은 참으로 허약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먼저 운동의제 측면에서 거시적 공적의제(국가적으로 제기되는 정치사회적 거대이슈) 대응도 잘해야 하겠지만, 다양화되고 분화되는 사회흐름에 부합하도록 경실련만이 가지는 영역별 이슈를 발굴하여 성공시키는 자기 운동 의제가 존재해야 한다. 즉 이해관계 대립형 이슈들이 빈발하지만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미시적 의제들을 끊임없이 발굴하여 이를 운동으로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여전히 거시적 공적의제에 머물러 있을 뿐 운동의 성과로 구체화되는 미시적 의제들이 없다.

둘째, 경실련 내부의 핵심 구성원인 전문가 지원활동그룹과 상근활동가그룹의 재생산구조 약화로 인해 운동의 전문성을 위협받고 있다. 창립이후 25년의 흐름으로 전문가 자원활동그룹은 노화되어 새로운 영역별 코어그룹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상근활동가들 또한 젊게 세대교체 되었으나 과도적 상황에서 아젠다 발굴, 기획, 집행, 평가 등 운동 전문가로서 완전하게 서지 못하고 있다.

셋째, 여전히 재정은 열악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상근활동가들의 급여는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어서 시간제 근로 급여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근 조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개인적 희생만 요구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좋은 상근활동가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회원확대 캠페인을 진행하여 부분적 성과도 거두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조직의 지속성 측면에서 재정의 안정성은 당장 직면한 숙제이다.

 

넷째, 사회 환경에 조응하는 운동수단의 다양성 부재이다. 토론회, 기자회견, 거리캠페인 등 전통적 운동수단 외에 정보화 사회 흐름에 맞춰 새로운 온라인 운동수단이 확보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인력 양성 부족으로 여전히 오프라인 운동에 머물러 있다. 사회적 담론이 온라인에서 형성되는 것은 시대흐름상 더욱 강화될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운동수단 미확보는 담론시장에서 경실련 의제가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외부 환경은 경실련이 다시금 시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단체로 거듭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나, 내부적으론 그 구조가 사상누각과 같아 새로운 운동을 위한 혁신과 쇄신노력이 없다면 여전히 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조직의 지속성 측면에서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경실련 혁신의 방향

 

창립 25주년을 맞아 경실련은 경제정의,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본래 미션 수행을 위해 좌고우면 하지 않고 선명하면서도 공격적인 사업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조직과 운동방식을 새롭게 혁신하고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향후 50년, 100년을 바라보며 이러한 도전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면 경실련의 지속성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창립 25주년을 계기로 경실련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응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운동방향 측면에서 아래와 같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1)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등 거시적 공적의제에 선명하게 대처하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영역별로 다양한 미시적 의제를 개발하여 전략적으로 선택, 집중하여 이를 성공시키는 경실련의 자기 운동 성공 브랜드가 있도록 해야 한다. 경실련 초기에는 수많은 성공적 운동의제가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성공적 운동의제가 부재하다. 집요하고도 지속적인 경실련의 운동을 통해 성공시키는 의제가 나와야 한다. 정치현안 등 거시적 공적의제는 선명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시적인 의제(경제, 복지 등 비정치적 민생의제 등)는 그들과 연대하여 성공시키는 투트랙 운동이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거시적 공적의제에만 치우치는 운동이 되서는 안 된다.

 

2) 경실련 운동이 미시적 의제개발과 성공브랜드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 중심의 심층탐사형 시민운동’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의제의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깊은 연구와 다양한 정보 수집 등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심층적인 이슈 연구가 필요한 만큼 1차적으로 상근활동가들의 자체 연구 역량을 강화하되, 2차적으로는 정책위원회의 전문가 자원활동가, 외부의 전문가 집단과의 조직적 네트워
크를 구축해 대안생산과 캠페인 과정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야 할 것이다.

 

3) 시대 흐름에 조응한 이슈 영역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에 국제이슈 대응을 위한 국제운동과 함께 소비자 운동의 틀을 새로이 마련했지만 노동, 정보화 사회 대응 운동 등 경실련만이 잘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절실한 운동영역에 대해서도 과감한 운동 단위 건설 등 새로운 운동영역 확장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예산감시, 국회 의정감시 활동 등 전통적으로 경실련이 잘해 왔던 운동영역들도 시대흐름에 맞춰 새로운 운동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4) 운동방식 측면에서 온라인 운동을 오프라인과 병행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하드웨어도 갖추어야 하겠지만 미국의 ‘Move-On’과 같은 온라인 기반의 운동방식과 활동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한국적 방식에 어울리는 전문적인 운동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무국에 독립적인 운동팀 설치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5) 한국 시민사회의 대표적 시민단체로서 정파적 중립을 해하지 않으면서 다른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간 경실련은 정치의제가 과잉되고 시민단체의 정치참여가 일상화 되면서 독립성 유지 차원에서 사실상 독자적 차원의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이 문제에 유의하면서도 이제는 한국 시민사회 강화차원에서 적극 연대활동에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국정원 사태나 KTX민영화 문제,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와 같은 시민단체 연대활동이 그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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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kokh@ccej.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