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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임현진 칼럼] 한류, 자칫하면 찬바람 불 수도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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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란 한국이 만들어낸 케이팝, 드라마, 영화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문화 상품을 일컫는다. 그러나 싸이(Psy) ‘강남스타일’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글로벌화한 문화상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한류의 국제적 인기는 세 가지 측면에서 문화소비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 첫째, 문화상품의 생산, 유통, 소비가 예전과 반대로 아시아에서 출발하여 서구로 진출한다는 점이다. 
둘째, 문화소비의 플랫폼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유투브(YouTube)를 통한 문화소비의 방식이 두드러진다. 셋째, 한류의 성격은 기존 문화상품과 달리 국가적 정체성의 테두리를 넘는 혼종성(hybrid)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과 같은 하드파워에 비해 문화라는 소프트파워가 약한 나라다. 그런데 바로 한류가 소프트파워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소프트파워로 자리잡기 위해선 문화상품으로서 한류가 지니는 경제적 효과 혹은 정치적 함의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류가 문화국가주의(cultural nationalism)의 시각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들 사이의 문화적 소통과 교류에 기여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살아 숨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로서 한류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는 문화상품으로서 그것이 지니고 있는 시간적, 공간적 혼종성 때문이다. 
시간적 혼종성은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가치가 공존한다는 것을 가르키며, 공간적 혼종성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혼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혼종적인 특성을 가진 한류가 세계 여러 곳의 지역문화와 결합하여 새로운 하이브리드 문화상품을 만든다면, 한류는 다양한 문화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교량적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한류가 현존하는 국제관계의 경쟁이나 세계경제의 갈등을 넘어 교류와 협력을 위한 지구적 문화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서 한류가 향후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문화국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한류로 인해 문화적 자부심을 얻는 것은 좋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상품이 우수하다는 것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일도 없다. 바로 폄(貶)한류와 혐(嫌)한류로 이어져 한류(寒流)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공격적 국수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일본이 한류에 자극받아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쿨 재팬'(Cool Japan)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위험이 높다.
한류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여 수출상품으로서 개발에 치중하거나 정치적 함의에 끌려 외교방편으로 활용하려는 협애한 시야를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나라마다 지니는 사회구조적 여건을 참고하여 한류가 지역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한류의 출발이 혼종성이다. 이러한 혼종적 성향을 바탕으로 다시 여러 지역문화와의 하이브리드 문화를 만들어 쌍방향적 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의 소통과 교류 사례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이 광고모델로 자주 등장한다. 그 이유는 말레이인, 중국화교, 인도인으로 이루어진 말레이시아에서 세 인종집단을 통일할 문화적 도구가 없었는데, 한류가 바로 그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집단이 다 한류를 좋아하므로 한류스타를 통한 광고는 자연스럽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류를 통해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이것이 향후 한류가 나아갈 방향이다. 
한류를 통해 각 지역문화가 소통하고, 각 지역문화와 한국이 대화하고, 더 나아가 지역문화안의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한류는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임현진 경실련 공동대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저작권자 ⓒ 내일신문> 이 기사는 2013년 9월 9일 내일신문에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