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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칼럼] 개성공단 살리기보다 기싸움에 몰입된 남북_김근식 경실련통일협회 운영위원장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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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살리기보다 기싸움에 몰입된 남북

 

김근식 경실련통일협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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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은 사실상 결렬되고 말았다. 북측은 공단 자리에 군대 주둔을 위협하고 나섰고 남측은 공단 철수를 시사하는 중대결단을 경고하고 나섰다. 극적인 회담 재개와 특단의 합의 도출이 없는 한, 개성공단은 공식 폐쇄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개성공단 정상화 실패라는 작금의 결과는 사실 충분히 합의 가능한 상황임에도 남과 북이 필요 이상의 기싸움으로 일관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음을 부인할 수 없다. 회담 내내 북측의 일관된 주장은 공단 재가동이었고 남측의 변함없는 입장은 재발방지 약속이었다. 따라서 합의를 도출하고 개성공단을 살리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있다면 양측의 입장 즉 공단 재가동과 재발방지 약속을 동시에 명시하는 합의서를 만들고 이후 공단 재가동과 재발방지 구체화를 병행 이행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과 북은 자신의 입장을 유연하게 굽히기는 커녕 오히려 상대방의 완전 굴복과 일방적 양보만을 요구했고 급기야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어떤 합의도 불가능하다는 이른바 ‘전제조건부’ 회담이 되고 말았다. 북은 남측이 과연 공단 재가동의 의지가 있는지 불신했고 남쪽 역시 북의 재발방지 의지를 시종일관 의심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남측은 북의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한 공단 재가동이 불가하다는 조건부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북으로 하여금 더더욱 공단 재가동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었고, 북한 역시 남북 상호책임론을 고수함으로써 남으로 하여금 북의 재발방지 의지를 불신하게 만들었다.

 

개성공단을 살리겠다는 진정성이 있었다면 남북 양측의 요구사항을 동시 합의 형태로 담고 이후 공단 재가동 과정과 재발방지 구체화 과정을 동시병행하면 되는 것임에도, 남북은 상대방에 대한 기선제압과 군기잡기 즉 버릇을 고치고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감정싸움에 치중함으로써 결국 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만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협상 전략 역시 이번 기회에 북한의 버릇을 반드시 고쳐놓고야 말겠다는 철저한 기싸움의 입장이었다.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남북관계 개선과 개성공단 활성화보다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기를 죽이겠다는 것이 우선이라면 이번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성공한 것일지 모른다. 북이 과거와는 다른 박근혜 정부의 완고한 원칙적 입장에 매우 당혹해했다는 평가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대북정책의 목표가 기싸움에서의 승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북정책은 감정적 정책이 아니라 철저히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대북요구의 수준도 사실 비현실적이다. 막연한 재발방지 약속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구체적 내용이어야만 재발방지를 담보할 수 있다는 논리는 북이 약속을 깨려고 하면 국제적 합의와 조약도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사실 설득력은 별로 없다. 한마디로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위한 요구이지 재발방지를 실제로 담보하는 현실적 요구는 아닌 셈이다. 대북정책의 목표가 어떻게든 개성공단을 살리고 입주기업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면 결코 지금처럼 기싸움 때문에 개성공단을 포기하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입장에서도 북한 길들이기를 위해 개성공단 포기를 감수하는 전략은 결코 신뢰의 벽돌을 쌓는 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뢰는 강압에 의한 굴복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북이 설사 돈이 아쉬워 결국 고개를 숙이고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신뢰가 쌓이는 게 아니라 이를 악무는 것이 된다. 신뢰는 상호 양보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과도한 원칙과 신념이 자칫 소탐대실의 고집과 오기  로 변질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