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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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릴레이세미나]도시가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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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 이문세, 광화문연가 가사 중
 교통수단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거리를 걷기보다는 차를 타고 스쳐가는 경우가 많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로는 점점 혼잡해졌고, 거리를 거닐며 느낄 수 있는 정취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 5월 2일 저녁 7시 경실련 강당에서 진행된 릴레이 세미나는 도시가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은 기회였다. 최봉문 교수(목원대 도시공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서민호 연구원(국토연구원)의 ‘도시가로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발제로 시작되었다. 이어 정윤남 박사(경기대학교 강사), 박찬우 이사(㈜시아플랜), 정종대 과장(서울시 주택정책개발반)이 지정토론자로 나섰으며, 플로어에 계신 많은 참석자들이 의견을 개진하였다.
우리나라의 도시가로 정비사업
 우리나라에서는 도시가로를 정비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어왔다. 최근 서울시의 디자인거리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펜스, 자전거 보관대, 멘홀뚜껑 같은 시설을 정비하고, 지저분한 간판디자인을 정리하여 통일감을 주었다. 보행로를 정비하고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등 보행편의를 위해서도 노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보행로는 여전히 혼잡한 상태이다. 자전거 도로는 부족해서 가까운 거리도 자전거로 이동하려면 보행자를 피해 다니거나 자동차의 눈치를 보며 달려야 한다. 교통약자들에겐 차들로 점유된 거대한 도로를 건너는 일조차 힘겨운 일이다.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의 경우도 조감도에서는 한적하고 여유가 느껴지지만 현실에서는 도로 한복판에 갇힌 섬과 같다. 평소에는 차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고 이벤트가 있을 때는 차들과 사람들이 뒤섞여 극심한 혼잡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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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제자인 서민호 연구원은 우리의 도시가로에는 ‘공적’은 있지만 ‘공익’, ‘공정’, ‘공론’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가로 정비 사업은 미관개선과 상징성 확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보행자 편의와 같은 공공성 측면의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통합가로(Complete Street) 구축사업
 미국에서 추진된 통합가로의 개념은 자동차,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등 개인이 이용하는 통행수단이나 능력,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고 편리한 통행을 가능하게 하는 가로이다. 통합가로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이 반영되었다. 기존의 가로에서는 보행자수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에 비해 현저히 적은 공간이 할당되어 보행정체가 발생했다. 또한 넓은 도로를 건너려면 긴 건널목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보행자는 위험하고 차량들도 신호를 오래 기다려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인구고령화가 진행되어 교통약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통합가로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뉴욕의 블룸버그 시장은 정교한 선행연구 끝에 가로정비사업을 추진했다. 뉴욕의 경우 84%의 시민이 대중교통,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보행을 선택했기 때문에 자동차에 과도하게 할당된 불합리한 가로 공간점유 문제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일부차선을 막아 나무를 심고 휴식시설을 마련했으며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고 자전거 보관함을 설치했다. 불필요한 차로를 차단하여 자동차 없는 도로를 조성했다. 자동차들의 전유물이었던 도시가로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나누어진 것이다.
  공공성 개선을 목표로 했던 뉴욕 통합가로 사업의 결과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은 점점 증가했다. 보행안전이 개선되었고 교통사고는 감소했다. 도심부의 차량속도가 오히려 증가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근시간이 단축되는 등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가 이로운 결과를 얻게 되었다. 도시가로 인근의 소규모 점포들은 지나쳐가던 자동차들 대신 늘어난 보행자들로 인해 매출이 증가했다. 사업의 결과에 고무된 뉴욕은 2020년까지 6,000마일에 해당하는 가로를 통합가로로 구축하는 계획을 세웠다. 나아가 커뮤니티와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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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vs 보행자, 이동의 통로 vs 문화, 휴식 
 통합가로의 좋은 취지에 관하여는 많은 토론자들이 공감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들도 제기되었다. 정종대 과장은 지자체장이 임기 내에 성과를 보여주려고 서두르기 때문에 가로정비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시범사업처럼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행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계속 진행될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윤남 박사는 사업을 원만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과 비판, 피드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박찬우 이사는 도심화가 극도로 진행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보행자 위주의 도로를 만든다면 교통 흐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플로어에서 토론에 참여한 양윤숙 변호사도 하루 중 일정시간대에 발생하는 차량정체문제를 고려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동현 씨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차로를 줄이고 보행로를 늘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로의 성격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는 통과도로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문화, 휴식 시설을 만든다고 가로의 성격이 걷기 좋은 거리로 바뀌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 토론자들의 지적 외에도 노점상 문제와 통합가로 인근에 예상되는 임대료 상승 문제 등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였다.
환경오염과 녹색도시, 고령화 사회와 건강도시
 우리나라의 자전거 보급률은 17%로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게다가 자전거의 교통수단분담률은 고작 2.5%에 불과하다. 환경을 고려한 녹색도시를 꿈꾼다면 4대강 인근에 레저용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만큼 생활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생활에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나아가 자동차를 대체하는 것이 교통환경과 자연환경 모두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노약자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가로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것이다. 보행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 등 보행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치적쌓기용 사업이 아닌 도시가로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공무원과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하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글 | 이종욱 부동산감시팀 인턴(성균관대 경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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