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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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김성훈 칼럼]이명박의 FTA,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한미FTA ‘옳고 그름’을 제대로 알고나 말하는지

‘내가 학교 선생을 오래 해봐서 아는데,’ 학기말에 개별 학생의 성적을 매길 때 점수가 90점 이상이면 A(秀), 80점 이상은 B(優), 70점 이상은 C(美), 60점 이상이면 D(良)로 합격 처리한다. 60점 미만은 모두 F(可) 학점을 주어 낙제 처리한다. 낙제 처리된 학생 중에는 종종 자기가 실제 몇 점을 받았는지 물어오는 학생이 있다. F 성적의 상한 점수인 59점보다 한참 아래인 답안지 채점결과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이런저런 점은 이렇게 저렇게 공부해보라고 타이르면 고마워하며 순순히 물러간다.

 

대개 그런 학생은 다음 학기에 눈이 번쩍 뜨이게 좋은 성적을 보여준다. 굳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며 남의 탓만 하는 학생치고 다음 기회에 별로 진전이 없다. 소크라테스 말씀대로 “지식이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가를 깨달을 때에야 진정 빛이 난다.”

 

20일 <한국일보> 보도에 의하면 정치·경제·사회·문화·분야 등 각계 전문가 50명에게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의 치적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MB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평가를 하였다. 그 결과, 점수가 10점 만점에 평균 4.3을 받았다고 한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43점이다. 낙제점 상한치인 59점보다도 한참 뒤처진 성적이다. F학점 중에서도 40점에서 49점 사이의 점수를 구태여 꼭 집어 말한다면 “G(쥐)” 학점이라 부를 수도 있다. MB 국정운영의 평가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정치성향으로나 전문성 면에서 균형이 잡힌 인선으로 보여 결코 무리한 여론몰이식 평가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자기 혼자서 평가했을 때보다 훨씬 신뢰가 가는 객관성이 돋보인다. 그래도 “G” 평가 결과는 아무래도 미심쩍다. 경실련도 유사한 분석 평가를 하는 중이라 하니 그 결과가 더욱 궁금하다.

 

이 채점 결과를 가지고 평가할 때, 과거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을 총괄하여 “잃어버린 10년”이라 공박하면서 국정을 맡은 이명박 정부는 ‘탄생해서는 아니 되었을’ 정권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이 대통령의 법정 임기가 1년이 남아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내일모레면 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말년 대통령의 소회와 각오를 새롭게 발표할 것이라 하니 기대된다. MB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최하위 평가를 딛고 일어나 최소한의 합격권인 D(良) 학점 이상을 받을 수 있을지를 가늠할 국정운영 마무리 방향과 알맹이에 관심이 높아진다.

 

그런데도 만약 7·4·7 헛공약에 대한 사과가 없고, 4대강 사업에의 천문학적인 국고낭비와 자연파괴 행위에 대한 반성도 없으면서, 이명박 정부가 올인(all in) 해 온 한-EU, 한미FTA와 한중FTA 추진에 대한 한 줌의 우려와 유효 대안의 제시마저 없다면 걱정이 더 커진다. 다만, 이 정권은 임기 내내 재벌과 수출입 대기업, 부자들만의 대통령으로 그리고 국토환경 파괴와 경제사회 붕괴 및 사회경제 양극화 악화의 원인 제공자로 길이길이 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 평가결과의 함의(含意)일 듯싶다.

선거철을 앞둔 요즘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국가 장래와 민생의 앞날에 대한 진실된 우려와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말장난으로 억지를 부리려는 만화 같은 장면만이 자꾸 벌어지고 있어 심히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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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씨가 이끄는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이 총ㆍ대선에 밀리는 듯하자, 임기 말년을 맞이한 이명박 정권과 다시 합세하려는 듯한 인상만 풍긴다. 당 로고 색깔은 빨간색으로 바뀌었지만 초록이 동색(草綠同色)인 양 당·정이 한 패거리로 신바람이 난 것 같다.

 

한명숙 대표(전 총리)와 야당의원들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상하 양원 의장에게 정권을 잡을 경우, 최종 한미FTA 협정문상의 불평등한 10개 조건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여 불응 시 한미FTA 규정과 절차에 따라 폐기할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 빌미이다. 마치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정부와 여권은 연일 ‘국가적 망신’이니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니 하며 입 맞춰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자 국가와 국민에게 막대한 해악을 가져다줄 중차대한 조약을 ‘문을 닫아걸고 날치기하는 나라, 국회, 정당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는 반격에 주춤한다 했다. 그러나 이번엔 박근혜 씨가 직접 나서 연거푸 “언제는 국익을 위해 한미FTA를 추진한다 해놓고 야당이 되자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 한미FTA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정치가의 언행에 일관성과 책임성이 있어야 한다”고 다시 비난의 포화를 터뜨리고 나섰다.

 

그리고 한미 FTA 개악의 주역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국회의원 후보로 영입하려 득실을 계산한다. MB는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하러 온 한미 FTA 원조격인 한덕수 주미대사를 외교관례를 벗어나면서까지 서둘러 이이제이(以夷制夷)용으로 무역 총수 자리에 불러들였다. 그것이 정가의 중평이다. 자칫 미국을 대리한 ‘검은 머리들’끼리의 싸움으로 비화 될 기세이다.

 

과연 여권이 주장하듯, 미국과의 FTA를 폐기한 사례는 하나도 없는가. 과문이지만 여권의 주장은 사실 인식에 착오가 있는 것 같다. 2005년 후반 미국 부시 정권이 한미FTA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간접적인 원인과 관련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년간 공을 들인 남미 경제연합 15개국과의 FTA 협정이 막판에 파기를 당했다. 일찌기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대륙 FTA로 재미를 본 미국이 중소규모의 일부 중남미제국과 FTA를 맺고 난 다음, 최종적으로 남미 자원강대국까지 끌어들이면 미국 대륙이 하나의 범미 경제권으로 통합될 것이므로 부시정권은 참으로 공을 많이 들였다.

 

그러나 체결을 앞두고 남미제국이 요구한 미국의 농업보조금 축소를 거부당하자 남미 15개국은 단칼에 FTA 협정을 폐기 선언해 버렸다. 한미FTA와 다른 점은 우리나라는 아주 불리하게 타결된 불평등한 내용을 추가적으로 더 많이 양보하면서까지 거꾸로 신속한 발효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이외에도 미국과 FTA를 협상하다가 파기한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스위스, 태국, 카타르 등을 예로 들 필요도 없다.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비난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다. 이 지구상의 반반한 나라 중에 그 어느 나라 대통령과 그 가족이 퇴임 후의 사저를 마련하려고 보통사람들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저급한 꼼수를 부렸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 것이야말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낯 두꺼운 행위가 아닌가라고 시중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묻고 있다.

‘국익’을 하나라도 더 지키려는 외교정치 행위, 특히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경제통상정책 결의를 ‘국가 망신’이니 ‘국격 저하’니 하며 비하하는 태도야말로 우리나라 정치권을 맴도는 사대주의 근성의 잔재이다. 이소역대(以小逆大)라며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의 피가 뼛속까지 흐르고 있지 않고서야, 또는 한일합방이야말로 국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이완용의 궤변이 살아 꿈틀대지 않고서야 쉽게 뱉어낼 말들이 아니다.

 

바른대로 말하면, 선거 유세 중에 미국의 자동차산업과 국익에 손해라며 이미 타결된 한미FTA를 누차 극력 반대하다가, 대통령이 된 후 재협상을 통해 성공한 사람이 바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다. 그 당시 미국에서 여야와 조야를 막론하고 그런 발언이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가를 망신시킨 행위라며 시비하는 사람이나 정당은 없었다.

 

원래 FTA 협정은 WTO와 같은 다자간 협정과는 달라, 국제관례상 어느 한 쪽이 국익에 현저한 손실이 예견되거나 발생했을 때 절차에 따라 언제든지 수정을 위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고, 합의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폐기를 선언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발효 절차 중지를 요구할 수 있고, 발효되더라도 실시해보다가 불균형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면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폐기를 통보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한미FTA에 대한 말이나 태도를 바꾼 것 자체가 본질적인 문제나 잘못이 아니다. 한미FTA가 과연 현재와 미래에 있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 즉 박근혜 씨가 말하는 한 FTA의 ‘옳고 그름’이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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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쯤 해서 오른쪽, 왼쪽 눈을 둘 다 크게 뜨고 박근혜 씨가 뒤로 미루자고 말한 한미FTA의 ‘옳고 그름’을 우선 따져보자.

 

미국 정부의 가장 권위 있는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한미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이 매년 109억 달러(약 13조 원) 늘고 수입은 69억 달러가 증가하여 무역수지는 40억 달러씩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에 반하여, 모든 우리 정부 측의 장밋빛 예측치는 수출이 54억 달러씩 늘고 수입은 96억 달러씩 증가하여 무역수지는 매년 42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들은 MB 정부가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자동차 등의 재협상 결과, 한국 측의 일방적인 손실을 계산하기 이전의 분석 결과이다.

 

특히 한미FTA로 식량 및 농업피해는 심각하다. 농수산물 생산은 매년 7000억 원이 줄고 현재 26%인 식량자급율은 얼마나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미국산 수입농산물에 부과하던 5-40%의 관세가 한미FTA 발효 첫 년도에 38%의 품목이 일제히 면제되고, 5년 내에 60%의 품목들이 무관세화하며, 10년 차에 90%, 15년 차엔 98% 이상이 관세 한 푼 물지 않고 쏟아져 들어오게 되었다.

 

김종훈 전 본부장에 의하면 쌀과 쇠고기도 한미FTA가 발효되면 무관세 자유화 현상이 곧 시작될 모양이다. 요컨대, 계량적인 면에서 우선 우리나라가 막대한 무역역조와 농축수산업에 크게 피해가 예상되는 반면, 확실하게 자동차 수출에서 기대되던 이익은 MB가 재협상하여 5년 이상 물려주었다. 미국 시장의 2.2%를 차지하던 국산 섬유제품 수출도 한미FTA 협정상 원사의 원산지규정(Yarn Forward Rule of Origin)에 걸려 11.5%의 관세면제 혜택을 전체 대미수출량의 70% 이상이나 받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제약 산업도 고가약품의 특허기간 연장 양보로 약 1000억 원씩 손실을 보게 되었다. 나머지 우리나라 수출 주종품인 전자, 강철, 선박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무관세였다. 중간결산을 해보면, 한미FTA가 발효되기 이전까지 우리나라가 미국상품들에 부과해오던 평균 8% 이상의 관세가 철폐되고, 미국 측이 우리나라 상품에 부과하던 평균 2%의 관세가 사라질 경우, 종합적으로 우리나라에만 그 피해가 막대하다. 그래서 미국도 한미FTA가 경제면에서는 한국 측에 심히 불균형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 정도의 한미FTA의 ‘옳고 그름’만 알고 있다면, ‘소비자들이 더 값싼 외국상품을 살 수 있으니까 한미FTA는 괜찮다’라고 말한다든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다 하는 것이니까 별것 아니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수미일관 최루탄 연기에 눈물을 머금고 국회비준에 적극 찬성하고 뒤늦게라도 발효중지→재협상→폐기통고를 주장하는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배경 정도는 최소한 이해했을 것이다.

 

신고전학파 미시경제이론에 등장하는 소비자잉여(consumers surplus) 이론은 순수완전경쟁 시장 모델을 가상한 순수한 이론을 위한 이론이기 때문에 현실경제에서는 소비자의 실질적인 수혜 여부에 함부로 적용하지 않는다. 최근의 구미 경제학계의 동향을 봐도 이 이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유통과정상의 변수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입유통 마케팅 마진 관행과 매장, 사무실 등의 높은 부동산 임대료, 인건비, 광고선전비 등을 감안할 때 수입품 가격이 국내가격보다 현저히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 소비자 잉여는 별로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수입유통업자의 독과점적 횡포가 심한 특수한 마케팅 구조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칠레의 와인이라든지 외제 고급의류 또는 삼겹살 가격 등의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외제수입만 늘고 대기업 수출입업자와 가공업자, 판매업자들의 초과이익만 증가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피해를 보거나 국내 산업은 여지없이 피폐, 위축된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또한 그것이 발동하되 얼마나 파괴적인가는 북미자유무역(NAFTA) 체결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의 사례들이 확연히 증명되고 있다. 미합중국이 세계의 유수한 국가 중에 비교적 적은 수의 FTA를 맺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ISD 등 양국 간 투자협정(BIT)에 있어 미국업계의 집착과 탐욕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의 FTA 협정이 어렵사리 ISD를 폐지하고 난 다음에야 타결된 배경 역시 그러하다.

 

다른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 위원장의 주장에는 옳은 말도 있다. 집권했을 때는 적극 찬성하다가 정권이 바뀌니까 반대로 확 돌아선 한명숙 대표나 문재인 씨 등 구 민주당계 관료출신 정치인들은 한미FTA에 대하여 비록 개악되었다 하더라도 발효중지, 재협상, 폐기선언 등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진솔하게 과거의 과오를 국민 앞에 사과해야 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국민들에게 잘못했다고 고해해야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걱정되는 것은 만약 박근혜 씨가 대권을 잡거나 정치인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는 중에 한미 FTA의 피해가 농업을 비롯한 중소상공업과 서민들의 민생, 그리고 청년들의 고용문제에 이르기까지 더 큰 피해로 번지고 사회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켰을 때 한미FTA의 비준, 발효를 밀어붙인 박근혜 씨와 새누리당은 또다시 당명을 바꾸고 당 로고를 붉은색에서 무슨 색으로 바꿀 것인가.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이후 뒤늦게나마 정신 차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두 차례나 반성조로 한미FTA를 재협상하여 수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때 문재인, 유시민, 김진표 등등은 눈을 감고 팔짱만 끼고 있었다.

 

아무튼, 현행 한미 FTA는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투자자-국가소송제, 역진방지조항, 징벌성 특혜취소조치(Snap-back), 섬유원사의 원산지규정 적용, 반덤핑규제 유지, 서비스산업의 네가티브 시스템 적용에 의한 금융 및 유통업 위험 증가, 개성공단제품의 국산인정조치의 의도적 지연, 특히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 및 유통상생법 등에 의한 중소기업과 민생구제 목적의 입법 행정조치 불가 등등 불평등한 독소조항을 너무 많이 담고 있다.

 

또 협상 후 우리나라는 미국 측의 요구로 30여 개의 국내 법률을 재개정한 반면, 미국 정부는 위 독소조항 중 아무것도 우리 측의 개선요구를 반영해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WTO(세계무역기구)도 인정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생산자단체들의 자구노력 차원의 농업 및 민생지원조치마저 한미FTA로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미국은 지방 주 정부 차원의 입법, 행정 주권에 대하여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이미 한미FTA 협상을 개시하기도 전에 네 가지 선행조건을 양보하여 국산 영화상영 쿼터를 반으로 축소하고,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였으며 대형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세제를 완화했고 의약품 특허기간을 양보하여 제약계와 소비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4월에 필자는 한미FTA 때문에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에 초빙된 적이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론 커크 대표의 고위보좌관이었던 피터 코우헤이 학장을 비롯한 관계 전문가들과 미국 시민들 앞에서 한미FTA의 이해득실을 주제로 뜨거운 학술적인 논쟁을 폈었다. 궁지에 몰린 코우헤이 전 보좌관은 지난 기간 한미FTA 협상과정 내내 노무현 정권하에서는 듣도 보도 못하던 ‘한미 정치ㆍ군사동맹’의 효과론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 정치권 역시 한미FTA의 국가안보 효과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문자 그대로 FTA는 경제 무역 투자 협정인데 세계 어느 나라 FTA에서 정치ㆍ군사, 안보 문제를 끼워 넣고 내세우는 사례가 있단 말인가.

 

이 쯤해서 한미FTA가 얼마나 혹독하고 불균형 불평등한 조약인지 그래도 모르겠거든 차라리 입이라도 닫고 가만히 있었으면 싶다. ‘말을 바꾼 사람한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연일 비난하다가 장차 자기가 대권을 맡은 후에 상전벽해가 될 때를 대비하여, 장차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나가겠다는 청사진이나 밝혔으면 싶다. 그 앞에 놓일 선택은 ‘줄·푸·세’나 ‘7·4·7’ 대신 이번엔 아마도 미국의 51번째 주로 자진 편입하자거나, 아니면 농민, 중소상공인, 서민, 청년실업자들의 자유로운 미국 이민을 보장할 ‘한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한 협정’을 새로이 한미FTA에 추가하자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글입니다. 

글 | 김성훈 경실련 전 공동대표·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