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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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충무로에서] 공공 공간은 공공의 것인가





 

김세용 (사)경실련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고려대 건축학 교수)

 

 

해마다 세계 여러 기관에서 발표되는 도시평가에서 올해는 우리나라의 서울이 몇 위를 했는가가 언론의 관심을 끌곤 한다. 평가 대상으로 거론되는 우리의 도시가 항상 서울 하나라는 것부터가 일단 문제다. 그만큼 우리 도시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 도시가 다른 세계 사람들에게는 매력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마다 서울의 삶의 질은 몇 위, 경쟁력은 몇 위 하는 식으로 순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모습(주로 자책을 하지만)도 보기 좋지 않다. 무엇이 좋은 도시인가를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난센스에 가깝다. 도시마다 개성이 다르고, 무엇보다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행태는 다르기 마련이다. 즉, 도시는 문화 현상이지 살기 위한 기계나 그릇은 아니다. 따라서 도시라는 문화에 굳이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어 새로 출시된 자동차 평가하듯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좋은 도시를 가름하는 요건 가운데 하나가 시민을 위한 도시 공간, 다시 말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얼마나 잘 제공되고 있는가라는 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사람들이 편안히 걸을 수 있고, 앉고 쉬고 보고 듣고 만나는 등의 사람 사는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부족하거나 불편하다면 그 도시는 결코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없다.

도시에는 공원, 광장, 보도 같은 여러 유형의 공공 공간이 있는데 공개 공지도 그중 하나다. 공개 공지는 사유지 내의 옥외 공간 중 일반 시민의 보행과 휴식을 위해 개방된 공간으로 연면적의 합계가 5000㎡ 이상인 건축물은 법에 정해진 일정 면적 이상의 공개 공지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연면적 합계가 5000㎡ 이상이니 대로변의 큰 빌딩들은 대개 공개 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보면 무방하다.

즉, 대로상의 커다란 건물들은 대체로 시민에게 자기 소유 땅의 일부를 공공 공간으로 내놓을 의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개 공지는 우리가 거리에서 가장 마주치기 쉬운 공간으로 잘 만든다면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서울시에 조성된 119곳(전체 면적 4만8419㎡)의 공개 공지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현실은 오아시스와 거리가 멀다. 경실련이 조사한 119곳 중에서 공개 공지임을 알 수 있는 안내판을 설치한 곳은 21곳에 불과했다. 즉, 조사 대상의 82%가 공개 공지 안내판을 설치하지 않았으니 시민 입장에서는 이 공간이 내가 쉴 수 있는 공공 공간인지 혹은 괜히 들어갔다가 경비원에게 내몰리는 사적 공간인지 헷갈렸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참고로 외국의 주요 대도시에서는 공공 공간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내걸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

다음으로, 공개 공지로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에서는 46곳(38%)만이 공개 공지가 건물의 정면에 위치했다고 한다. 과반수는 건물 뒤편에 꽁꽁 숨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벤치 등의 편의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도 26곳(22%)에 달했다고 한다. 종합하면 대부분의 공개 공지는 일반 시민들이 알기 힘든 곳에 별로 편리하지 않게 억지춘향식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얘기다.

법에서 보장된 공간조차 이러하니 다른 공간들은 어떠할지 짐작이 간다. 해마다 서울의 도시 순위가 발표된다.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순위가 시민의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좋은 도시, 가까운 데서 찾자.

 

 

 

 

 

※ 이 글은 아시아경제(http://www.asiae.co.kr/news/ 2011년 10월 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