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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동숭동 칼럼] 민심을 거부하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을들의 반란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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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민심을 거부하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을들의 반란

윤순철 사무총장

국민들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합법적인 제도로 권력을 교체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래서 2017년 ‘이게 나라냐’며 민심으로 권력을 교체시킨 촛불시위는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고 시민들은 자부심을 갖는다. 촛불 시위로 행정부의 대통령은 탄핵으로 교체되었고, 사법부의 수장은 여러 위법 행위가 드러나 구속되었다. 입법부만 온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요즘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역사 왜곡과 막말을 듣고 있으면 최소한의 인격도 품위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의를 모아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며 국가의 중요 사항을 의결하는 권한을 가진 국민의 대리인으로 보기에도 민망하다.

촛불시위 이후 시민들의 인식과 행위는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다. 대리인보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정치행위자가 되려는 주권의식이 훨씬 높아졌다. 이렇게 발전된 주권의식을 제도화하는 요구가 정치제도 개혁과 선거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국회는 시민들의 주권의식을 반영할 개혁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는 2017년부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원내대표들이 합의했던 2019년 1월까지 공직선거법 개정을 하겠다는 ‘여야 5당의 선거제도 개혁 합의’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현 공직선거법에 규정되어 있는 21대 총선 선거구획정에 관한 법정 시한도 지킬 수 없는 상태이다. 유권자가 갑이라면 국회의원들은 을인데, 을들의 반란이다.

최근 정치제도 개혁과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국회와 시민사회의 갈등은 2020년 국회의원 선거의 규칙을 변경하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오래전부터 2020년 총선에서 시민들의 의사가 더 반영되는 개혁을 요구를 해왔고 수차례 국회의원과 정당들에 면담이나 기자회견 등으로 전달하였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정리하면, 2020년 총선에서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투표할 수 있는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조정,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지역구 공천 30% 의무화, 표현의 자유 확대, 국회의원이 내려놓아야 할 특권(국회의원 세비 삭감,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에서의 국회의원 세비 산정, 국회의원 직무상 국외활동에 대한 독립기구의 사전 심사, 국회의원 징계 시 윤리특별위원회의 외부 인사 참여, 국회 모든 예산사용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화, 소위원회 방청 허용) 등이다. 그러나 국회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딴청만 피웠다. 이에 시민사회는 정당이 아니라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전원에게 의견을 묻는 “전국의 유권자가 묻는다. 선거제 개혁, 국회 개혁! 국회의원은 응답하라” 캠페인을 했다. 국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개별적 답변’을 금지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까지 차단하였다. 이런 사정으로 일부 의원들은 이미 답변한 설문지를 돌려달라는 촌극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은 한발 더 나가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10% 감축해 270명으로 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후보자 선정과정에서 투명성, 합리성, 공정성 등의 문제가 많아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정당들의 공천문제는 비례대표에만 국한되지 않음에도 제도를 잘못 운영해서 나타난 문제를 폐지로 정리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의 ‘여야 5당의 선거제도 개혁 합의’를 파기하고, 민심에 따라 의원 정수를 배분하고 사회적 약자와 여성·다문화가정 등 소수자의 의견이 정치에 더 반영되기를 희망하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하였다.

한편 국회와 시민사회의 갈등과 별개로 정당 간의 논쟁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17일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공직선거법 개정방안을 합의하고 국회법상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뒤늦게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합의한 개혁방안이 각 정당의 의총을 통과하고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되는 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을 추가로 정당들이 합의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어 개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활동이 정치이고, 정치의 힘은 민의에서 나온다. 국민들이 거대정당의 과대대표성과 소수정당의 과소대표성을 해소하여 현재보다 더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찬성하면서도 국회의원 정수의 증가에 반대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정당들이 국민들이 국회와 정치권에 대해 갖는 냉소와 불신에 의존해 개혁을 거부하면서 기득권만 챙기려든다면 더 큰 심판을 맞을 것이다. 정치권은 주권재민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