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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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30주년 특집 인터뷰] 임현진 前공동대표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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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 30주년 특집 인터뷰 : 임현진 前공동대표]

“정부와 시민단체의 가장 바람직한 관계는 비판적 협력관계입니다.
거리를 두고 비판하면서 도울 건 돕고 견제할 건 견제해야죠”

 

윤은주 회원미디어국 간사
dongi78@ccej.or.kr

 

▲ 지난 3월 13일 본인이 사회대 학장시절 창립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임현진 前공동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경실련 30주년을 맞아 작년부터 시작한 기념 인터뷰가 벌써 일곱 번째입니다. 이번 호에서 일곱 번 째 경실련이 만난 분은 임현진 전 공동대표입니다. 임현진 대표는 경실련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경실련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사회학자로서 한국의 사회과학 발전에 밑거름 역할을 하셨고, 경실련뿐 아니라 한국NGO학회를 이끌며 다양한 시민단체 영역에서도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Q. 1989년 발기인으로도 참여하셨는데, 어떻게 경실련 운동을 하게 되셨는지와 창립 당시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A. 1988년부터 서로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당시 경실련이란 시민단체를 창립한다고 하니까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제게 연락이 왔어요. 동참하고 싶다는 말씀이 많았어요. 특히 직장인들 중에서도 공공부문보다 회사원, 은행원, 교사 등 민간부문에 종사하는 분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선후배, 동료 교수들과 우리 사회에 경제정의와 사회개혁을 위해 시민운동이 필요하 다는 얘기를 나누곤 했어요. 영국의 페이비언 소사이어티처럼, 개량주의라 하더라도 우리는 혁명을 할 수는 없으니까 개혁을 해보자는 것이 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시민사회를 만들고 지키 자는 얘기를 나눴었지요.

에피소드라고 하면 그때 지금은 돌아가신 박세일 교수(청와대 정책수석 역임)하고 양건 교수(국민권익위원장, 감사원장 역임) 이런 분들과 같이 경실련은 사회운동에 끝까지 매진해야 지 이걸 디딤돌로 해서 정치를 한다든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지요. 그러나 이 신조가 개혁을 위한 정치참여, 현실참여라는 명분 아래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치를 시작한 분들 중에서 성공한 분이 거의 없어요. 시민운동가는 본연의 자세를 지켜야 합니다.

 

Q. 세월호 참사 직후에 한 언론에서 인터뷰하신 걸 보니까 우리 사회는 ‘4불(不)’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씀하셨어요. 불통, 불신, 불만, 불안이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고 하셨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달라졌다고 보시는지요?

A. 세월호 이후에도 그런 ‘4불’이 없어지지 않아 걱정입니다. 촛불 이후 형식적으로는 의견 개진이나 공론 조성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지방정부는 그래도 나은 편인데 중앙 정부 수준에서는 협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도 국회는 협치라는 말만 떠들었지 민의를 대변하고 있진 못하고, 완전히 정파 이해에 빠져 나라 안팎의 현안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어요. 태극기는 태극기대로 나가고 촛불은 촛불 대로 갈라져 있고 소통도 잘 안 되고 신뢰도 회복이 안 되고 사회가 어렵다 보니까 민생은 힘들고 여전히 국민들은 불안하고 불만이 많다고 생각해요.

최근 미세먼지 대책만 봐도 정부가 뭐냐? 국가가 뭐냐? 촛불 때와 똑같은 질문이 나올 수밖 에 없어요.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사드 때처럼 중국 눈치만 보고 중국에 할 말을 못해요. 특히 어린이들의 미래 건강을 위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여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현실적 방도를 단기와 장기로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정부는 촛불 이후 시민단체를 편하게만 바라보고 있고, 야당은 다 자기의 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거 같아요. 여·야당이 시민단체를 네 편, 내 편으로 보는 단견을 버려야 합니다. 시민사회와 정부는 항시 비판적 협력관계로 거리를 두고 비판하면서 도울 건 돕고, 견제할 건 견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한국NGO학회 활동을 이끌기도 하시고, 경실련뿐 아니라 다양한 시민단체 활동도 활발히 해오셨는데 한국 NGO의 시작은 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출발은 19세기 말 만민공동회죠. 만민공동회 정신이 3·1운동으로 이어졌고 3·1운동은 사회운동 입장에서는 엄청난 의미를 가져요. 주권을 빼앗긴 나라에서 국민이 살아나는 마치 촛불에서 시민이 살아났듯이 국민이 주도해서 일으킨 운동이니까 굉장히 큰 의미죠.

일제 강점기에는 흥사단, YMCA, YWCA 이런 단체들이 1세대 NGO라고 볼 수 있어요. 2세대는 구사회운동과 신사회운동을 구분해야 하는데 신사회운동은 주로 기존의 노동운동, 계급운동이 아니라 시민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을 말하는 데 NGO를 좁혀서 얘기한다면 경실련이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경실련 창립 30주년일 뿐 아니라 NGO 창립 30주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어요.

 

Q. 한국 NGO의 한계로 높은 정부 의존도를 많이 이야기 합니다. 이를 어떻게 보시며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A. 현재 NGO가 마주한 가장 큰 한계이며 도전 과제임이 분명합니다. 정부 프로젝트를 대행하는 소위 에이전트(Agent)로 전락하는 것이 문제예요. 과거 정책 비판자, 대안자, 경쟁자로서의 지위가 단순한 정책을 수행하는 지위로 전락한 것이죠.

누가 정책을 견인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물론 정부나 기업의 인·물적 자원과 역량의 측면과 비교해볼 때 시민단체가 결코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현실이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한 단체가 모두 다루려하지 말고 경제정의, 산림, 물, 미세먼지, 원자력발전, 농촌이주 노동자, 한국산 콩 두유 등 조금 더 전문영역에서 탐사와 혁신이 결합된 대안 정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해요. 과거와 같은 운동방식으로 당위적인 주장만 하다 보면 정책경쟁에서 늘 밀리게 되고, 소위 ‘10급’ 공무원으로 전락하는 위험을 극복할 수 없을 거예요.

결국 이 문제는 재정 문제인데, 국제 NGO 같은 경우 회비 비중이 1/3이고, 더 많은 비중이 재단에서 후원을 받습니다. 예를 들면 빌 게이츠가 서너 개의 재단을 만들었는데, 그 재단에서 ‘환경단체 후원하자’ ‘인권단체 후원하자’라고 하면서 내는 거죠. 빌 게이츠가 자기 주식을 팔아서 개인 돈으로 내는 거지, 회사 돈으로 내는 게 아니에요. 기업주가 기업의 돈을 자기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통해 번 돈을 개인이 자기 이름으로 기부하는 이런 방식이에요.

 

Q. NGO 활동가 또는 NGO 활동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에게 조언과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시민사회 활동 분야는 요즘 학생들이 생각하는 희망 직장의 블루오션이 결코 아니에요. 10 년 전에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민간외교 역할과 국제활동 역량 등을 강조하며 많은 학생들을 불러 모았어요.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 고 떠났어요.

NGO는 가치지향 조직이에요. 올바른 세계 관과 가치관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공선에 대한 관심이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과 참여를 통해 체득돼야 해요. 단순히 세계시민교육을 받았다고 세계시민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아요. 지방, 국가, 지역, 세계 구석 구석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이 우선 생겨야 합니다. 듣는 훈련이 되고 공감 능력이 커지면 보다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기획하게 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아가게 되죠.

공공선을 구현하고자 하는 마음, 이를 위해 공유, 연대, 협력의 가치를 키우고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 가치를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사회가 희망이 있 어요. NGO가 이런 일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춰 야 해요.

 

Q. 끝으로 올해 30주년을 맞는 경실련에게 바라시는 점이 있으시다면?

A. 우리 경실련은 큰 의미에서 사회개혁을 위한 종합시민단체라는 어쩔 수 없는 큰 짐을 짊어져 왔는데, 그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역 량을 한 군데 모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요. 너무 많이 벌이다 보니까 역량의 한계에 부딪치는 거죠.

그리고 옛날에는 시민들이 경실련을 많이 찾아왔는데 요즘은 아마 덜 찾아 올 거예요. 과거에는 시민단체를 통해서 자기의사를 대변했는데 촛불 이후에는 시민들이 스스로 SNS 통해서 직접 다 표현해요. 전문가들도 과거에는 정책개발에 많이 참여하고 도움을 줬는데 요즘은 다들 먹고 살기 바빠서 집합적인 문제의식이 없어져 요. 시민단체들이 과거와는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어요. 시민들의 힘은 커졌는데 회원들은 빠져 나가고 있는 아이러니를 봅니다. ‘시민 없는 시 민운동.’ 시민은 살아나고 있는데 시민단체는 거꾸로 왜소해지고 있습니다. 30주년을 맞이해서 이런 문제들을 경실련이 다른 NGO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활로를 뚫어갈지 모색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