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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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믿을 만한 단체, 합리적인 단체라는 소리를 들어야

‘믿을 만한 단체’, ‘합리적인 단체’ 라는 소리를 들어야
‘예전의 성공을 오늘날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손봉호|3,4대 경실련 공동대표
 
 




시민사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양혁승| 20년이 짧다면 짧지만 경실련으로서는 성인기에 접어드는 시기다. 과정 중에 어려움도 많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위치에 이르게 됐었는데, 초창기에 중심을 잘 잡아주던 대표님들 덕분에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손봉호| 시민들의 의사를 경실련만큼 잘 표현한 기관이 없었다. 언론과 정부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졌었고, 경실련의 성공 때문에 다른 시민운동들도 많아졌지만 그때는 아주 독보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실련이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인 일을 했지 않았나 싶다. 민주주의면서 시민운동이 안 되는 국가도 있는데 한국은 시민사회면서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하게 됐다고 봐야 한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양혁승| 그 당시에 경실련 운동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상당히 강했었다. 그 공백을 맡은 대변기관들이 없다 보니 경실련이 태동하면서 주목을 많이 받았었다. 그 수요들과 요구들을 대변하는 역할로서 경실련이 초기에 역동적으로 잘 이끌어갔었다.

손봉호| 전까지는 민주화 운동에 사회의식이 깬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활동했지만, 민주화 된 이후로는 그 세력이 할 일이 없어졌다. 그 전 민주화 운동의 역량이 상당 부분 옮겨왔다고 볼 수 있다. 제일 처음 경제 정의, 부동산문제가 굉장히 심각했고, 정치민주화는 어느 정도 시작 됐지만 경제정의가 힘든 문제였는데 그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나왔으니까 상당히 좋았다.

양혁승| 88년 올림픽 전후로 해서 처음으로 우리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났다. 경상수지 흑자가 나니까 부동산 폭등현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자기 집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세입자들의 주거문제 불안이 아주 심각했다. 집값도 폭등했고, 전세금도 폭등했다. 그 흐름이 어떤 면에서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부동산으로 이전해가는 경제 부정의에 커다란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았다.

손봉호| 그 당시 판자촌 같은 곳에 가서 크리스마스 집회도 하고 성탄예배도 했다. 그때는 경실련이 정말 서민층을 대변했다. 철거민들 철거 현장에도 갔다. 그 때 기독교 단체는 아니었지만, 나도 기독교민이니까 목사님하고 마음이 잘 맞아서 그런 활동들을 많이 했었다.
 


‘경실련에서 활동하는 것이 계속 고생만하고 희생만 했다면’
 
양혁승| 활동해 오는 과정에서 보람도 많이 느꼈겠지만 한편으로 아쉬웠던 부분들은 어떤 것이었나?

손봉호| 어느 단체나 영향력이 생기면 자체 내의 문제가 생기게 되어있다. 내가 대표로 있을 때 조금씩 자체 내의 의견차이가 점점 생겨났다. 우리에게 공공의 적이 있거나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쉽게 하나가 되지만,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람들이 주목하다 보니 내부에서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양혁승|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부에 힘이 생기거나 돈이 쌓이면 내분이 생기는 게 일반적 조직에서 나타나는 현상들 같다.

손봉호| 나는 그것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는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 보니 나중에는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것을 발판으로 해서 정치적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나 이목을 끌고 싶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경실련 이름을 가지고 많이 이용 했다. 경실련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것이 계속 고생만하고 희생만 했다면 그런 사람들이 안 들어 왔을 텐데…(웃음) 그게 불가피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양혁승| 불가피하게 힘이 생기다 보면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서 때로는 경실련 자체가 내부적으로 요동하기도 하고 갈등도 겪고 그런 문제로 치열하게 토론도 내부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때로는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온 기간도 꽤 있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서 그런 면에서는 안정적으로 된 것 같다. 되돌아보면 그래도 그 기조를 현재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초기에 주목을 받았던 역할들에 비해서 지금은 전체적인 시민운동이 다원화 되었다. 그로 인해 경실련이 사회 주목을 받는 측면에서는 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손봉호| 우리 민주 의식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감정적인 반응이 주목을 끈다. 정부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비판이 이루어지거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독한 소리로 비판을 하는 것이 아직까지 주목을 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경실련이 취해온 기조가 옳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민주주의 의식의 수준에서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물론 정치적 상황과도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야당 편을 들어야만 진짜 비판적이고 여당에 조금이라도 동의하면 소위 일본말로 사쿠라?라고 하는 (웃음) 정체성이 남아있어서 아직 합리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앞으로 감정적으로 치우쳐서는 오래 못 갈 것이다.
 


예전의 성공을 오늘날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양혁승| 경실련이 초기부터 지향해왔던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유지해나가는 운동을 하다 보면 첨예하게 대립 각이 세워지는 상황이 온다. 이 때 이러한 기조가 제대로 주목을 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다.

손봉호| 정부가 뻔히 잘 못된 줄 알면서 밀고 나갔을 때는 비판하기 쉽다. 하지만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 할 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어느 정도 자유 시장경제를 밑에 깔고 전체적인 정책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정부도 정부 나름대로 전문가들을 부른다. 물론 그 안에서 기존 기득권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옛날처럼 무지막지 하지는 않다. 시민단체가 정부 정책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그것이 더 옳다고 판단하게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초기와 유사하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힘들다. 예를 들면 금융실명제 같은 경우에는 너무 뻔 한 거 아닌가? 그런 현상이 오늘날은 그렇게 쉽지 않다. 예전의 성공을 오늘날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정미화| 88-89년 금융실명제 밀어붙일 때 반대편에서는 우리가 너무 급진적으로 나간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때에도 여러 선배님들이나 대표님들이 시대를 앞서는 시대정신을 보여줌으로써 위정자들이 과감하게 그 정책을 채택하도록 했고, 사회적으로 기반을 만드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뛰어 넘는 시대정신을 시민 단체 차원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을 텐데 현시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손봉호| 현시대는 그때만큼 그렇게 블랙 앤 화이트로 내놓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 때는 그게 좀 쉬웠는데…지금은 시민단체가 옳다 그르다 할 정책을 내놓기는 참 힘들다.
 


더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는 사회, 경실련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미화| 노예제를 폐지하는 데에도 시간이 100년 이상 걸렸고, 토지제도나 민사채무 같은 것을 형사 벌로 체벌하는 것을 폐지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그 당시에 시대를 뛰어넘는 사람들의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 했다. 지금을 회보해서 볼 때 상당히 부조리나 모순이 많았다고 느낄 수 있을 텐데 그런 부분들을 시대를 넘어서 보면 지금 현재 우리 사회는 갈등이 이렇게 많다. 하지만 소위 말해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자본주의에 당연한 제도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그때 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기득권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고 했을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요즘엔 개발이나 근로자 관련문제, 사회적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 활용부분이나 조세제도를 통해서 자산을 잘 정리하도록 하는 부분과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힘 때문에 반개하고 있는 부분을 나중에 시대를 나가서 현대를 거슬러 볼 때 우리가 몸을 사렸던 부분은 없는지, 시대를 내려다보는 회안을 우리 과거 운동방식을 통해서 고려해본다면 지금도 상당한 문제가 있을법한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는가?

손봉호| 모든 선진국이 마찬가지지만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것은 경제문제는 국내 문제에만 국한할 수 없어졌다는 것이다. 외국과 경쟁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 나름대로 정의로운 정책을 폈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져버리면 그것도 심각한 문제다. 예를 들어 요즘에 비정규직 문제를 보면 나는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도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업이 감당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규직의 혜택을 줄여야 한다. 정말 경제정의를 이야기하려면 권력화 된 대기업의 노조 세력을 꺾어야 한다. 정말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노조도 조직화 하지 못하고 아무도 대변 해주지 않는다. 지금 노조는 대단한 기득권세력이다. 그것이 아주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런 말을 할 용기가 없다.

양혁승| 그 부분은 이런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 문제의 근본 방향은 이해 당사자들이 어느 정도 양보하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정규직, 사회’ 이 삼자가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기업은 ‘낮은 인건비 가지고 경쟁력을 유지해 가겠다’는 옛날 경영 패러다임을 내려 놔야 한다. 사람이야말로 가장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가지고 고용안정을 가능하면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내부 구성원들이 헌신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서 가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 같은 경우에 정규직은 급여 유연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처럼 경직된 급여구조보다는 조직의 성과와 연동제로 가야 한다. 사회도 비정규직의 문제를 노와 사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되고 일정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


 
그래도 믿을 만한 단체다’,’합리적인 단체다’라는 소리를 들어야지…
 
위정희| 우리가 늘 고민하게 되는 것이 정파성 이다. 합법적인 부분, 시민운동의 원칙, 초심이라고 하는 것이 세월 따라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다.

손봉호| 당분간은 정파성은 안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장기적으로 봐야 하고 ‘그래도 믿을 만한 단체다’,’합리적인 단체다’라는 소리를 들어야지, 눈치 본다는 소리를 들으면 권위를 다 상실 한다. 불법이 정당화 될 때는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될 때이다. 이때에는 불법을 감행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더 좋고, 저렇게 하면 좀 나쁘다는 것 때문에 불법을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인권 아닌가? 인권이 무시된다면 법도 무시하면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합법 할 필요는 없다.

정미화| 초창기 정파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손봉호| 그 당시에는 어느 파를 택할 상황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서 여당만 해도 워낙 부조리가 많고 야당도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아서 쉬웠다. 요즘이 더 어려 울 것 이다. (웃음) 오해를 안 받으려면 여당이 잘했으면 잘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야당이 잘못하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어야…
 
양혁승| 대운하 같은 경우를 보면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나름대로 국민들이 투표를 했지만 대운하라는 내용은 동의를 못하겠다는 여론이 형성 되었다. 여당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을 표로 찍었기 때문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국회의 여당으로서 어떻게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손봉호| 포기를 안 하고 추진해나갔다고 하면 그 다음 번 선거에서는 지는 게 민주주의다. 여당이 항상 옳다는 법은 없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미국같이 민주주의가 발달된 나라에서도 부시대통령 때문에 얼마나 많은 손해를 봤는가? 대운하 때문에 큰 재앙이 생겼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훨씬 더 조심스럽게 투표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소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윤리적인 것이지 법칙은 없다. 룰을 만들었으면 지켜야지, 우리 국회는 룰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 경실련이란 단체는 국회에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정미화| 국회에 전체적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여당에게 국회를 장악하려고 하지 말고 국회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하며, 정당 차원을 떠나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다음에 국회가 권한을 계속 행사하지 못하면 그때 얘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

손봉호| 국회가 권한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권한 행사를 안 하는 것이다.

양혁승| 공감이 간다. 국회에서 룰을 따르지 않는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면에서는 정당의 입장으로써 소속 국회의원들을 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도 사실 의회 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손봉호| 다 알면서 안 하는 것이다. 엄청난 압력을 행사해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위기를 느껴야 고친다. 이런 식의 국회는 정말 소용없다.

 



*약력


1938년생.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 6대 동덕여자대학교 총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과 서울문화포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교육정보화위원회 위원 소속이며, 1992년 한국수필문학진흥회에서 현대수필상을 수상했다. 1993년 경실련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고신대 석좌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