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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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구미공단의 위기, 대구와 생활권 통합이 해법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



지난 2월 한 경제신문에 ‘LG전자, 구미 LCD TV 라인 평택으로 옮긴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구미 지역사회가 크게 소란스러웠다. 제조라인 이전은 오보이며, 구미사업장의 연구원 300명만 평택 사업장으로 옮긴다는 LG전자 측의 해명으로 소동은 일단락 됐지만,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도 서울의 우수 연구기술 인력이 정주 여건이 부족한 구미공단 근무를 기피하는 바람에 올해 구미사업장 연구원 수백 명을 수원으로 재배치하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구미공단 R&D 기반 공동화 우려’란 기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구미공단 대기업들은 우수 연구기술 인력을 구하지 못해 구미사업장 경영에 한계를 절감해왔다는 주장을 해오곤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의 최대 피해 지역이 구미공단이 될 것이란 분석의 핵심 배경이다.



서울의 우수 연구기술 인력이 요구하는 대도시 수준으로 교육·문화·여가·도시환경 등 정주 여건을 향상시킬 구미시의 대안은 없는가. 인구 40만 명이 사는 도시의 재정으로 광역대도시 수준의 정주 여건을 독자적으로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250만 대구광역시의 도시기반 시설과 문화 역량을 활용하는 방법이 실현 가능하고 유력한 대안이다.


대구시와 구미시의 경부고속도로상 거리는 40㎞, 승용차로 25분 거리밖에 안 된다. 구미공단 근로자 7만여 명 가운데 1만5000여 명 안팎이 이 고속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대구 시민이다. 4년제 종합대학교가 없는 구미시의 상당수 대학생이 대구시내의 대학교에 통학하고 있다.

심지어 대구가 지도상으로 구미의 아래임에도 불구하고 구미시민 스스로 “대구에 올라간다” “구미에 내려간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구미 시민들이 갖고 있는 대구시에 대한 역사적·지리적·정서적 동질성이 강하다는 말이다.



구미경실련이 2007년 삼성전자·LG전자와 지역 4개 대학 교수 등 1000여 명의 연구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대구-구미 전철 조기 개통’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97%가 찬성했다.

전철 조기 개통뿐 아니라 문화교류협력 협약 등 행정 통합만 뺀 다방면에 걸쳐 대구시와 최대한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대구 활용론’만이, 구미시가 단기간에 대도시 수준의 정주 여건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미국에서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계획 도시로 손꼽히는 인구 21만 명의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가 바로 50㎞, 40분 거리의 인구 400만 명인 로스앤젤레스라는 대도시를 지혜롭게 활용하고 상생하는 사례다.

구미공단이 위기에 빠지면 대구도 어려워진다. 대구-구미 생활권 통합은 두 도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 이 칼럼은 2009년 4월11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