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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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맑은 눈으로 경제를 보라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경원대 경제학과



맑은 눈으로 경제를 바라보면 경제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린다. 최근의 경제 위기도 마찬가지다. 통화량을 줄이고 이자율을 올리는 금융긴축정책으로 물가상승 심리를 차단하고,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복지지출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 여타 부문의 재정지출은 긴축기조를 유지하여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기안정을 꾀해 외부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할 때를 대비하도록 한다.


위기땐 국민 신뢰회복이 관건


복지지출의 낭비를 걱정한다면 학비보조금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면 되고, 성장 잠재력까지 염두에 둔다면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평생교육이나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등 취약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하면 된다. 이 정책이 최선인 이유는 자명하다. 위기의 순간에는 국민들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긴축정책을 펴되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적 지원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여 신뢰를 확보하는 정책이다. 고유가로 인한 생산비 증가를 각 부문에서 흡수하는 고통분담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1, 2차 석유파동에서 얻은 교훈이다. 더욱이 현재의 위기는 1960년대 이후 최악의, 즉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 사태일 가능성이 높다. 가계수지나 국가채무 등의 상황이 당시보다 더 나쁘기 때문이다. 한계상황에 처한 서민들에 대한 대대적 지원이 없다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 성장의 토대 자체를 무너뜨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신뢰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조속히 금융긴축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통화량을 좀 줄이고 이자율을 조금만 올려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시장에 알릴 수 있다. 물론 이 정책도 서민들에 대한 지원정책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미국처럼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대출금에 대해 세금혜택을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현재 양극화된 한국 경제에서 최선의 경기부양책은 저소득 서민층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일이다. 과거와는 달리 건설경기 부양이나 수출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한 경기부양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이 상당히 많다. 반면 과거의 경기부양책이 계속 유효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찾기 힘들다. 고장난 구들장을 그대로 둔 채 아랫목에 아무리 불을 때 봐야 윗목까지 온기가 전달될 수 없다. 대신 윗목에 불을 때주면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긴축으로 물가잡고 복지 확대


외환위기 당시 온 국민은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그 이후 주식 거품, 벤처 거품, 신용카드 거품, 부동산 거품 등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면서 서민경제는 피폐화됐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사태를 방기하거나 심지어 악화시키기도 했다. 그 결과 외부 충격에 취약하게 된 서민들이 정부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경제를 방기한 채, 재벌의 세금을 감면하거나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데 진력하는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어떤 정책이 최선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경제학 이론과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역사적 경험, 그리고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양극화로 인해 붕괴되고 있는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의 절박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맑은 눈이 가장 중요하다. 불행하게도 현재 정책 당국자들은 그런 실력과 눈을 갖추지 못한 듯하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