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2019 부동산개혁] 서울시 특혜로 세운재개발지역의 땅값 거품 3.6조
2019.05.24
353

[월간경실련 2019년 5,6월호 – 2019 부동산개혁2]

서울시 특혜로 세운재개발지역의 땅값 거품 3.6조

– 부동산 투기 유발하고 기존 상인 내모는 특혜 개발 중단해야

남은경 도시개혁센터 국장
nari@ccej.or.kr

 
최근 세운상가가 재생사업 등으로 새롭게 변모하면서 청계천과 을지로 주변지역이 청년 사업가와 예술가들이 모여 들고 노포 등이 재조명되면서 소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에 대한 관심은 개발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세운상가 주변 재개발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타자 오랫동안 청계천 주변의 도심산업 생태계를 이루어왔던 기존 상권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상인들은 이주나 재정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어 폐업하거나 뿔뿔이 흩어져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현행 철거 위주의 대규모 재개발사업은 투기를 부추기고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없애며 원주민을 내몰아 사회·경제적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대규모 재개발사업의 추가 지정 중단과 기 지정된 지구 해제 등 뉴타운 출구전략 등을 통해 정비사업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개발 위주 도시정비사업에서 재생사업으로 전환하고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현상) 문제 개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재생사업과 재개발사업이 혼재된 세운지역에서는 여전히 원주민 내몰림과 부동산 투기 등 정비사업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중구청에서 고층아파트 건설 등의 용도 변경까지 허용한 것은 사업자를 위한 특혜로 도심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고 원주민 재정착을 유도한다는 정책목표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서울시가 과연 재개발사업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실련은 세운재개발사업의 땅값 상승실태와 상인재정착률을 분석했다.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유화 및 지역의 고유한 특성 파괴와 상인내몰림 등 상인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재개발사업 실태를 드러내 민간의 투기사업 중단 및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려는 취지다. 서울시는 사업활성화를 위한 맹목적인 재개발 특혜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필요시 공공의 공영개발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원주민이 재정착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및 공공상가를 마련하고 정부와 국회에 관련 법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세운재개발사업의 땅값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사업이 구체화되는 시행인가 전 개발계획 수립만으로 땅값이 5조7천억 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정상적인 지가상승분을 제외한 3조7천억 원은 순수하게 재개발사업 추진을 통해 발생, 토지주에게 지가보상으로 돌아갈 이익으로 추정된다. 땅값 상승 이익은 정부와 서울시의 뉴타운 특혜법 제정, 용적률 완화, 상업지역의 주거용도 변경 등 특혜정책의 결과다.
 

 
반면 기존 상인들의 재정착을 위한 대책은 부실해 재정착률은 낮았다. 결과적으로 세운재개발사업은 공공에게 주어지는 공익사업 권한 등의 특권을 이용해 민간에게 불로소득을 안기고, 상인과 원주민을 내쫓고 투기세력만 배를 불리는 특혜개발임이 확인되었다.
 
이명박 전 시장의 꿈, 청계천 주변 고밀 고층 개발
 
세운재개발사업은 종로구 세운상가부터 중구 진양상가까지 주변 일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구면적은 13만 평(439,456.4㎡)이며, 총 6개 구역에서 171개 구역으로 분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복원사업과 주변 개발을 공약화하면서 사업이 가시화되었다. 2005년에는 뉴타운 개발 광풍에 기댄 여야의 뉴타운특혜법(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재개발구역지정 요건 완화, 용적률 및 층고 완화, 건축기준 완화, 지방세 감면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2006년에는 당초 3층 미만, 용적률 150% 내외였던 세운 일대를 30층 내외, 용적률 900%에 육박하는 빌딩 숲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층고는 약 10배,용적률은 약 6배가 되는 대규모 개발계획이 가능해졌다. 2010년에 서울시는 <도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변경하여 상업업무 이외 주거, 숙박 등의 복합적 토지이용이 가능한 ‘도심복합용도 지역’으로 변경, 아파트 건설이 가능해졌다.
 
서울시, 기존 상인 재정착 대책은 후퇴시키고, 주거용도로 변경하는 특혜 제공
 
2014년 박원순 시장은 재선 이후인 2014년 전면철거 예정인 세운상가를 존치하는 재생사업으로 결정했지만 기존 상인 재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도심 특화산업 재수용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를 1/10로 축소했다. 2018년에는 세운 3-1, 3-4, 5 구역의 토지 용도를 상업업무에서 주거용으로 변경, 주거비율 90%까지 허용하는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을 승인해 민간에게 더 큰 특혜를 제공했다.
 
재개발로 땅값은 3배, 5조6천억 원 상승, 땅값 거품과 불로소득만 3조6천억 원
 
세운재개발지역 개발계획 수립 전후인 2002년부터 2016년까지의 공시지가 변화를 조사했다. 사업이 시작된 2002년 기준 공시지가는 평균 평당 1,670만 원이다. 이후 청계천공원 조성공사 착공 및 뉴타운특혜법 제정으로 땅값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지구지정이 이루어진 2006년에는 평당 3,110만 원까지 상승했는데, 4년 사이 200% 상승했다. 주거 중심의 개발이 가능해진 2010년에는 평당 4,710만 원, 세운상가 존치 및 재생사업 결정 및 상인 재정착 대책이 후퇴된 2014년에는 5,050만 원, 사업시행계획 수립 전인 2016년에는 5,100만 원으로 3배 이상 땅값이 상승했다.
 

 
현재 공시지가는 시세의 30~40% 수준에 불과하며, 6-3-1, 2 구역에서 산출한 감정평가액의 공시지가 반영률인 1.72배를 적용해 시세를 추정했다. 2002년 기준 평당 2,880만 원에서 2016년 평당 8,770만 원으로 상승했는데, 땅값 상승액은 평당 5,890만 원이며, 사업지구 전체로 확대할 때 약 5조6,6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중구의 지가상승률(연평균 3.4%)을 고려한 상승분을 제외하고 남은 3조5,600억 원이 재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특혜로 인해 발생한 거품이고 불로소득으로 추정된다.
 
재개발로 건물면적 늘었지만 상인들은 갈 곳 없어… 재정착률은 18%
 
세운지구의 건물면적은 현재 26,370평이지만 재개발되면 207,590평으로 8배가 된다. 하지만 상인들이 저렴하게 재입주할 수 있는 공간은 마련되지 못했다. 도심특화산업 면적은 1.7% 확보됐지만 별도의 임대료 조건은 없다. 결국 부족한 대체상가 제공과 고가 임대료 부담으로 상인재정착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세운 3-1, 4, 5구역에 대체영업장 확보와 우선임차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사업자에게 80%의 용적률 혜택을 제공했지만 분양권 또는 임차권을 신청한 세입자는 15%에 불과했다. 2014년 서울시가 도심특화산업 등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겠다며 변경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은 계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재개발사업인가?
 
서울시는 땅값 거품 키워 불로소득 사유화시키고 원주민 내쫓는 특혜개발 중단해야
 
노후한 건물과 주거환경을 정비한다는 핑계로 지역의 역사가 마구잡이로 훼손되고 있다. 영세한 상인들이 일터에서 쫓겨나지만 투기꾼과 토건세력만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며 땅값과 집값까지 폭등시키고 있다. 서울시의 마구잡이 개발에 600년 도시의 역사와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특정 세력에게 특혜를 제공해 투기자본을 끌어들이는 막개발은 과거 개발주의시대의 잔재로 서민과 상인에게는 고통을, 미래세대에게는 부담만 안길 뿐이다. 노후지역의 정비가 필요하다면 민간에게 특혜를 주는 개발방식을 중단하고 서울시가 공기업을 통해 직접 개발하여 책임 있는 행정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울시의 노력만으로는 정비사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법제도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