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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시사포커스(3)] 인보사 사태, 식약처 할 일 했으면 없었을 일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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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5,6월호 – 시사포커스(3)]

인보사 사태, 식약처 할 일 했으면 없었을 일

 

최예지 정책실 팀장
cyj@ccej.or.kr

 
지난 3월 31일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 골관절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에 대해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유는 약 성분 중 일부가 연골세포로 시판 허가를 했는데 신장세포였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A로 알고 허가를 내주고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B라는 이야기다. 아이가 바뀌었다는 막장 드라마 스토리보다 더욱 충격적인 내용이다.
 

▲ 출처: 코오롱생명과학
 
식약처가 자기 할 일만 했더라면 없었을 일
 
이번 인보사 사태에서 원인 제공은 제약사인 코오롱생명과학에 있다. 성분 변경이 의도적이었는지 단순 실수인지는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또한 성분 변경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제약사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는지도 따져볼 문제이다. 성분 변경 사태의 조사 결과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은 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성분 변경으로 인한 의약품의 효과성, 안전성 등 인보사에 대해 재점검하여 허가 유지 여부도 다시 심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언론보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2년 전 변경 사실을 알고도 생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식약처가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제약사의 잘못과 실수를 바로잡고 관리 감독하는 게 바로 식약처의 역할이다. 인보사 사태에서 보듯이 식약처는 임상시험, 시판 허가, 환자 처방까지 10여 년 동안 의약품의 관리·감독 역할을 하지 않았다. 10여 년 동안 의약품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교차확인, 제3자 확인은 하지 않고, 제약사가 제공하는 서류만 신뢰했다.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성을 심의하는 중앙약심위 심의 결과에서 인보사가 효과성이 없었다는 결과였는데, 심의 위원을 교체한 후, 효과성이 있다고 번복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허가 이후에도 사후관리는 전혀 없었다. 이는 의약품의 안전 관리를 해야 할 식약처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번 인보사의 성분 변경도 미국 FDA 승인을 받기 위한 과정에서 밝혀졌다.
 
성분 변경 사실을 알고도 식약처의 늑장 대응도 문제였다.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사실이 알려진 게 3월 22일이었는데 식약처는 9일이나 지난 3월 31일에 금지조치를 내렸다. 9일 동안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존재한다. 의약품 사고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직격탄이므로 신속하게 결정해야함에도 9일이나 지체했다. 이를 두고 식약처가 추진하고 있는 줄기세포·유전자치료 허가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첨단재생의료법」 통과를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법은 3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통과됐지만, 판매금지 이후 4월 5일에 열린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처럼 인보사 사태는 식약처와 제약사의 카르텔이 있는 게 아닐지 의심될 정도로 관리 감독기관이 역할을 안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결국 식약처가 할 일만 제대로 했으면 없었을 일이다.
 
무분별한 바이오산업화가 만들어 낸 괴물
 
인보사 사태는 갑자기 생긴 단편적 실수가 아니다. 과거부터 지속해온 바이오 의약품의 규제 완화, 친산업 정책이 쌓이고 반복된 결과물이다. 인보사의 경우 과거 정부의 바이오 유망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참여정부 때는 바이오산업화의 방안인 ‘바이오 스타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바이오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개선책을 내놓으라는 지시에 특별한 의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가세포 치료제의 연구자 임상시험자료 또는 전문학회지에 게재된 자료’를 임상시험의 자료로 갈음하는 규제 완화를 실시했다. 이후, 줄기세포 치료제가 전세계 최초로 허가가 났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재생의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인보사는 바이오업체 개발 지원을 위한 마중물 사업 중 하나였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지정하고, 바이오산업을 통해 경제 발전을 하겠다 밝히고 있다. 이의경 식약처장의 취임 일성도 제약사와 바이오산업 발전이다. 정부는 최근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규제 샌드박스를 실시하여 법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실증 특례’라는 변칙을 통해서 의료행위, 의료기기에 대해 시험 검증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실증 특례가 의약품까지 확대 되는 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첨단재생의료법」, 「혁신의료기기법」, 「체외진단기기법」 등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는 바이오산업의 편의를 봐주는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하거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책의 기조 속에서 식약처는 앞장서서 수십년간 국민의 안전보다는 제약사의 편의를 봐주고,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달리고 있다. 이러한 무분별한 바이오산업 정책이 과거 줄기세포 치료제 사태, 인보사 사태로 반복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의 흐름과 식약처의 본분을 망각한다면 제2, 3의 인보사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저당잡아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발전’이라는 그릇된 꿈에서 깨야 한다.
 
식약처는 각성하고, 국민 안전 위협하는 규제 완화 재고해야
 
앞으로 할 일은 명확하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식약처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 치료받은 환자들에 대한 추적검사 등 사태 수습이 필요하다. 이후,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식약처가 각성해야 한다. 식약처는 국민 건강을 위해 의약품의 안전을 관리 감독하는 기구의 본분을 잊지 말고 제약사 편이 아닌 국민의 편이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은 뒷전이고 바이오산업 발전이라는 핑계로 거대한 밀물처럼 밀고 오는 의료 바이오산업의 친기업적인 규제 완화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