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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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泰山鳴動 出鼠一匹의 농림부 조직개편

김성훈 (전 경실련 공동대표, 상지대 총장)


예부터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고 했다. 새 정부 인수위가 여론수렴도,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밀실에서 작업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불쑥 발표하였다.  국회더러 개편안 전체를 송두리째 원안대로 통과시켜주든지 아니면 장관없이 새 정부를 출범시키든지 양단간에 선택하라고 밀어부치는 모양새다. 그중 새 정부의 농정향방을 가늠하는 농림부 개편안은 사뭇 살기가 등등하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일부 발표된 농림관련 개편안을 보면, 농촌진흥청과 산림과학원은 폐지하여 민영화하고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는 아예 없앤다. 산림청은 농림부를 떠나 국토해양부(지금의 건설교통부 +해양건설 관련 업무)의 소속으로 이관된다. 그 대신 수산관련 업무와 식품업무가 농림부로 이관되어 농수산식품부로 그 명칭이 개편된다고 한다. 앞서 말한 농진청과 산림청이 없어지는 대신 해양경찰청이 농수산식품부에 편입될 모양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현재의 농림부 기능에서 임업이 빠지고 수산업과 식품업무를 이관 받는 대신 농림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는 통째로 민간기관에 내맡기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변화가 농림행정구도에 나타나고 있다. 시작부터 뭔지 뒤뚱거리고 있다. 싹수도 노란 것 같다.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시절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위한 10대 실천방안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제 태산(泰山)을 움직여 농업인의 세상을 열어줄 것을 굳게 믿었던 농업인들은 지금 할 말을 잃고 어안이 벙벙하다. 특히 ‘전농’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민단체 –정확히 말해서, 전현직 농민단체장들이 대선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거 한나라당 MB캠프에 줄을 선 결과가 이와같이 전혀 예기치 못한 정통 농업과학기술 조직과 정통 임업기구의 몰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마치 ‘태산명동에 출서일필(태산이 우르르 움직이더니 쥐새끼 한 마리가 뛰어 나온) 격이다.

10대 공약 중에 ‘농지를 공공기관과 농업단체, 그리고 도시인들에 개방하겠다.’고 명시했던 숨은 뜻이 무엇인지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인수위의 자문위원인 부동산 컨설팅업자가 유료 전화상담을 통하여 투자가들에게 농지와 산지를 사두면 수익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하다가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업무를 생산부서에 통합하여 1, 2, 3차 산업으로 농어민의 소득을 높이겠다는 조직개편방안은 현 정부 말기에 이미 법제화가 끝난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다만 농어민이 전통적으로 농가단위 또는 마을 지역단위에서 전통식음료 가공업을 자유롭게, 단 위생적으로 만들고 제조 판매할 수 있도록 기존의 대기업 위주의 각종 시설관련 법규들을 선진국형으로 고쳐놓지 않으면 농민들에게 하나마나한 도로아미타불 조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튼 60년대부터 녹색혁명을 주도하여 주식(主食)문제를 해결하였고 70년대에는 백색혁명에 앞장서 원예 및 화훼농업을 수출산업단계까지 끌어올렸으며 2000년대부터는 바야흐로 바이오 농업연구의 기수임을 자부하던 우리나라의 농업과학기술의 본산, 농촌진흥청이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은 마치 농업 농촌 농민의 참담한 미래를 보는 듯 지금 전국의 농업인들은 처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누가 농업 생산력을 올린 기술개발과 품종개량을 해줄 것이며, 각종 병해충 방제와 친환경 유기농업 기술을 개발 보급할 것인가. 누가 국제시장에 발돋움하기 시작한 국화, 백합, 장미꽃 품종을 개발해 낼 것이며 인삼, 파프리카, 쌀, 콩, 사과, 배 품질개량 업무를 수행 할 것인가. 답답하고 한심하다.

뿐만이 아니다. 유엔 국제기관 등 세계 각국이 찬탄해마지 않는, 성공한 국토녹화(식목과 육림)사업의 1등 공신 기관인 산림청을 장차 대운하사업을 주관하고 산과 터널을 파헤치며 도로와 항구, 산업단지와 주택단지를 만들 건설관련부서로 편입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참으로 시대를 거슬러 개발주의시대로 돌아가자는 구상인 듯하여 가슴이 철렁하다.

바야흐로 세계 각국은 범지구적으로 지구온난화대책을 다투어 강구하고 있는데 사패산, 천성산 사태에 혼쭐난 개발세력들이 필연 대운하사업의 장애로 등장할지 모를 산사랑 숲 사랑 국민열기를 싹수부터 잘라 버리기 위해 산림청을 개발주무부서하에 두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의혹이 환경단체와 산림인들 사이에 번져가고 있다.

건설부로 산림청을 옮기면 산림을 까부수고 아파트를 짓고 산을 헐어 강을 만들면 전국 임야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산주들은 부자가 되고 행복할 것인가. 산림과학원을 문 닫으면 과연 민영연구소가 전국에 만연한 솔잎혹파리와 재선충, 산불위험,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한숨과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요컨대 이번에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을 농림부에 한정하여 평가한다면 농업도, 임업도, 환경도 모르는 문외한들 몇몇이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자문도 없이 경제적으로 농림산업이 별 볼일 없다는 선입견만을 가지고 밀실에서 쑥닥쑥닥 해치운듯해 소름이 끼친다.

그 후유증, 그 후과(後果)는 당대의 우리 세대는 물론 오고 또 올 우리 후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의 보복과 피해로 돌아올지 모른다. 자연의 순환구조를 거스른 환경재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개편안은 재고되어 마땅하다.

필자는 결코 큰 정부를 옹호하려고 하지 않는다. 작고 적은 정부가 때론 더 효율적이라는 조직 원칙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반드시 크게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비효율적이면 줄이거나 통폐합할 수 있고 재개편해야 한다. 농림행정에 손 볼 분야가 아주 많다는 것도 인정한다. 고치고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산으로 배를 끌고 올라가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아니된다.

시장자유화정책이라든지 국토개발 또는 대운하사업의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고 앞뒤를 재지도 않고 무조건 없애버리는 단호함은 용기도 아니고 지혜스럽지도 못하다. 사려 깊고 전문성을 살리는 개편안이란은 공개적으로 토의하고 중지를 모을 때 가능하다. 물론 공론을 모으는 것이 조직 이기주의를 봐주는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지금이라도 정부조직 개편안은 국회 동의과정에서 세밀히 검토하고 충분히 개선할 여지가 있다. 제발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 all or nothing”이라는 불도저식 추진만은 삼가고 삼가길 바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속설이 회자되지 않도록 현명한 정부 인수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