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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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대외 원조시스템 강화하자

김혜경 경실련 국제위원장(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7·4·7 공약이 이행된다면 5년 뒤 우리 국민들은 세계7위 경제대국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맞을 것이다. 금년에 일본에서 열릴 G8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희망찬 상상에 흥분이 된다. 그런데 7·4·7공약을 내놓은 당선인의 국가정책에는 7·4·7시대에 걸맞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이 들어있는가.
 
차기정부가 국가비전과 정책기조를 세울 때 대한민국 대외원조의 방향이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경제대국에 대한 자신감이 크면 클수록 인류 최대과제인 세계 빈곤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는 단지 과거에 우리를 도와준 국제사회에 진 빚을 갚기 위함도 아니요, 국제사회의 압력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인류의 공동과제를 해결하는 데 능동적으로 동참하고 기여하는 일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지금 원조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원조시스템의 체질을 강화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원조를 개발도상국의 사회경제발전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동안 외교부와 재경부를 비롯한 정부 30여개 부처와 기관에서 제각기 대외원조를 집행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부처 간 협의와 조정을 강화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말만큼 쉽지 않은 게 부처간 조정이다.


선거 전 당선인측은 원조 규모를 확대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원조집행체계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협의와 조정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외원조를 위한 기본법 제정마저도 부처 간 이해 갈등으로 2년째 표류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정권이 바뀐다고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오랫동안 일본국제협력단(JICA)과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으로 나뉘어 있던 유·무상 원조를 금년 가을에 JICA에서 통합·운영하게 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일본의 금융기관 개편과정에서 이런 예기치 않은 결과가 도출되었지만, 어찌되었든 일본의 원조체제가 일원화됨으로써 효율성이 제고될 것은 분명하다. 이는 일본과 유사한 원조체제를 가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당선인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현 정부가 야심찬 대외원조 개선대책을 마련하고도 2년간 진전을 이루지 못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이당선인의 의지에 기대를 걸어본다.


시스템을 갖춘 이후에 국민들과 원조철학을 논하면서 대외원조 지지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경제규모에 걸맞게 원조 규모를 확대하고, 원조효과를 높여 나가는 것도 바람직한 순서가 될 수 있다. 국민소득이 4만달러인 G7국가가 되는 2012년에 국민소득의 0.5%를 대외원조로 제공한다면 총 원조는 약 96억달러, 현재의 20배에 가까운 규모이다.


원조효과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원조시스템의 체질을 강화해나가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경제선진국만 꿈꾸지 말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가는 기틀을 잡아나가야 할 때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