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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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매관매직으로 흔들리는 지방자치

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행정학 교수)


자치단체의 사무관(일반직 5급) 승진 때 5000만원 정도의 뇌물이 필요하다는 최근의 신문 보도는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의 5급 과장직은 지방공무원의 꽃이다. 대부분 9급에서 시작하는 지방공무원의 경우 5급까지 승진하려면 일반적으로 30여년 걸린다. 물론 이같은 인사상의 비리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민의 의견을 묵살한 지방의원의 의정비 상향 조정,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충분한 사안에 대해 추진되고 있는 주민소환제 등은 지방자치의 취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지방자치는 주민자치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국가의 정합성을 유지해야 하는 측면에서 단체자치라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지방자치의 취지는, 주민의 의사대로만 운영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국가라는 틀 안에서 여타 자치단체, 그리고 중앙부처와 조화롭게 운영해 나가는 데 있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체장에게 권한을 주었으며, .방의회에는 견제의 권한을, 주민에게는 의사표시의 권한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위기로 빠뜨리는 앞서 언급한 요즘의 여러 사태는 단체장·지방의회·주민 모두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것들이다.


종종 지방자치에 관련된 회의 및 토론회 등에 참여해 보면, 지방 측의 인사들로부터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권한, 그리고 주민의 권한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중앙부처와 권한이 중복돼 필요하지 않은 조정 비용이 많이 들고, 또 중앙 부처에 비해 권한이 적다는 의미이지, 유럽이나 미국의 자치단체 권한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더 크다. 주민에게 주어진 권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할 정도의 제도를 완벽할 정도로 갖추어 놓았다. 지금 우리의 지방자치를 위기로 빠뜨리는 것은 각 주체들에게 주어진 권한 행사의 운용 방법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승진을 하고자 하는 공무원들의 허위 장기출장(실제는 집 앞 도서관에서 승진시험을 준비하지만)을 막기 위해 단체장에게 권한을 준 심사 방식의 사무관 승진임용 권한, 지역의 실정에 맞도록 조례에 위임한 지방의원의 의정비 조정 권한, 주민의 의사에 반하면 공직 선출자를 소환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도 도입 등은 모두 각 주체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지난 1995년 민선지방자치 실시 이후 도입된 각 주체에게 주어진 새로운 권한들이다.


그러니 작금의 민심에 반하는 실망스러운 사태들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심정일 것이다. 이렇게 만든 원인과 관련,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하기 때문에 당선자들이 ‘원금 회수’ 의욕 때문에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시각, 또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장이 철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일면은 맞다. 그러나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보완을 한다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감시를 철저히 하는 제도적인 보완책을 구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를 운용하는 각 주체들의 권한 운영 방식과 조정이다. 지방공무원의 인사 비리, 지방의회의 의정비 인상, 주민들의 지역 이기주의적 발상 등은 지방자치의 정착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며 지방자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애써 외면하고 싶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각 주체는 내가 가진 권한을 내가 쓰겠다는 오만에서 하루바삐 벗어나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입법이 만들어진다 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지방자치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 이 글은 문화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