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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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뒷전으로 밀려난 정책 검증

이의영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07년 대선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바람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선 후보들이 민생회복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실질적으로 서민경제를 회생시킬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전보다 나은 삶을 사는 것이 시민들의 소망이다. 이러한 소망은 소위 ‘경제대통령’이라는 개념으로 집약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정치권은 이러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가?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당리당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흠집 내기 이전투구도 격화되고 있다. 말로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겠다고 장담하지만, 정작 후보들은 구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어떤 공약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각 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서도 정책공약의 검증이나 우열의 판단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번 대선이 후보자와 정치권만의 잔치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지속적 번영과 민생회복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 정책 대안과 공약의 경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실련과 경향신문, 좋은정책포럼이 민생과 직결된 10대 의제를 선정해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 평가하고, 필자도 그 검증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검증단은 일자리, 비정규직, 부동산 등 민생 의제를 선정해 놓고, 경선 일정에 따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자들의 답변을 받아 검증했다. 경제분야 2팀, 사회분야 2팀으로 구성된 10대 의제 검증단은 후보자들이 제출한 공약을 완성도(실현가능성, 구체성, 타당성)와 가치성(적실성, 개혁성, 비전)으로 나눈 세부평가기준에 따라 평가했고 그 내용이 경향신문을 통해 보도되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박근혜, 원희룡 후보의 공약이 비교적 높게 평가된 반면 이명박, 홍준표 후보의 공약은 낮게 평가되었다. 민주노동당의 평가 결과는 심상정 후보가 상대적으로 정책적 준비를 충실히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 이해찬 후보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정동영 후보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대선 후보 선출에 공약검증과 정책대결이 작용하도록 자료를 제시하고 공약을 평가한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의문이다. 대선이 여전히 이미지와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지지율에 좌우되고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대립이 격화되는 속에서 정책공약의 검증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정치적 공방과 동원선거 논란 속에 정책대결이 실종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을 지켜보면서 과연 민생공약의 필요성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도 가지게 된다. 문국현 후보 등 제3세력의 등장을 절실히 기대하는 민심의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공약에 대한 치밀한 검증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후 진행될 본선에서는 서민경제가 회복되고 중산층이 복원되어 민생회복으로 귀결된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공약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 역시 이미지나 지역 연고에 따라서가 아니라 정책공약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공약을 제시한 후보자가 국민의 선택을 받고 당선 후 공약을 정책으로 집행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본선 과정에서 후보자와 각 당의 선의의 정책대결을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