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화려한 카드 CF, 그 뒤에 숨은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

김건호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


누구나 몇 장은 가지고 있을 신용카드. 이제는 우리 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된 지 오래입니다. 실생활에서의 편리함과 더불어 세원 확보와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정부에서도 신용카드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이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의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소득공제 제도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소득공제 제도는 신용카드 활성화의 일등공신임이 분명합니다.


경실련이 재정경제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에 따라 발생한 소득감면액(신용카드,직불카드,현금영수증 포함)은 2000년 도입당시 346억원에서 2005년 9,812억원으로 28배 이상 급증하였습니다. 


소득감면액의 급증과 함께 카드사들의 카드매출액도 덩달아 가파른 상승세를 타게 됩니다. 1999년 43조원이었던 카드매출액은 2001년 176조원으로 급증한 후 2005년 259조원, 2006년 277조원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즉 신용카드의 사용 급증과 이로 인한 카드사들의 매출 증대의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에서 소득파악과 거래의 투명화를 위해 지난 6년간 3조5,712억원의 세수 결손을 감수하고 추진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의 결과를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카드사들의 매출 증대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빛’이라면 여기에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 증대라는 어두운 ‘그늘’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에는 낮게, 영세 자본에는 높게… 카드사들의 비합리적인 수수료율 책정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업종별로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가맹점 수수료의 책정과 적용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기준과 수준에서 형성되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카드사 수익에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4.8%에서 2006년 38.9%로 무려 2배(1.96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동안 2002~2003년 카드사태의 후유증으로 적자상태였던 카드사들은 흑자로 돌아섰고, 작년에는 무려 2조 1,6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는 곧 신용카드사들이 자사의 방만한 경영으로 발생한 비용을 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상당부분 충당했고, 가맹점들이 이러한 카드사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감당하였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문제는 가맹점 수수료가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데에 있습니다. 현재 카드사들이 업종별로 제시하는 기본 수수료율을 살펴보면 대형할인점․골프장․종합병원 등 대형업체는 매출액의 1.5~2.0%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용업․음식업․세탁소 등 소규모 영세자영업자들은 대형업체에 2배에 달하는 2.7~4%의 수수료를 내고 있습니다. “왜 골프장이 미용실보다 수수료를 적게 내나”라는 상식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카드사는 영세가맹점의 수수료가 높은 게 아니라 대형가맹점의 수수료가 낮다는 입장이며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한다’고 말합니다. 그보다는 자본이 많고 협상력이 큰 업체와의 교섭 끝에 나온 수수료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형할인점은 매장 입구마다 ‘○○카드는 받지 않습니다’ 라는 식으로 벌여놓고 카드사와 수수료율에 대해 협상을 할 수 있겠지만 영세 자영업자가 수수료를 놓고 거대 카드사와 대등한 협상을 벌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거대 자본에는 낮은 수수료’, ‘영세 자본에는 높은 수수료’라는 신용카드사들의 비합리적인 수수료율 책정이 그렇잖아도 경기 악화와 대형업체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영세자영업자들의 허리를 더욱 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나날이 사용이 늘고 있는 체크카드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사용자의 금융잔고 내에서 지출되는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는 달리 자금 조달 비용과 연체 조달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체크카드의 시장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원가의 65%를 차지하는 신용카드 수수료 원가 구성을 그대로 체크카드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2006년 체크카드 발급건수는 2005년 말에 비해 무려 37%가 급증했으며, 2006년 3/4분기에 이미 체크카드는 경제인구 1인당 1장을 돌파하였습니다. 가맹점주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체크카드 매출 관련 수수료에 엉뚱한 항목까지 포함하여 부담하고 있는 이중고를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는 카드산업의 공적 기능을 인식하고 카드 수수료의 합리적 책정에 나서야


불합리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이를 진화하기 위해 카드수수료 원가분석 표준안 마련 등의 정책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하며 ‘수수료의 차등 적용은 기업의 영리 추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는 국민들의 경제거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불 수단입니다. 2006년 전체 민간소비지출액 453조 9천억원 가운데 신용카드와 직불․체크카드 사용액이 228조 2천억원으로 이미 50%를 넘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 자체는 우리사회의 거래투명성과 세원확보 뿐만 아니라 신용사회를 열어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사회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6년간 3조 5천억원이 넘는 세제 지원을 한 목적도 바로 이러한 점을 감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카드산업이 가지고 있는 공적 기능은 그 가치에 비해 크게 인식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에 힘입어 자신들이 벌여놓은 ‘카드 대란’에서 벗어나고, 이제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가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카드업계가 정작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에 대해서는 ‘영리추구를 위한 합리적 선택’ 운운하는 것은 개운치 않아 보입니다.


정부가 막대한 세수감소를 감수한 결과가 지금과 같이 카드사에게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고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만 증가시킨 것이라면 정부의 소득공제 확대를 통한 카드 활성화 정책은 화려한 카드 CF 뒤로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숨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카드산업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식하고, 현재의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합리적인 검증과 적정가격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기능을 확실히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